[싱클레어 2010년 3월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Donovan의 노래를 들으며 리듬에 맞춰 커피를 야금야금 깨문다. 입 안에 번지는 달콤 쌉싸름함을 무의식적으로 즐긴다. 내 일상은 그다지 역동적일 것도 없이 반복되는 회사원의 그런 생활로 구성되고 있었다. 흡연석 옆 자리. 연기가 꽤 스며든다. 뭐 아무렴 어떤가.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들은 그다지.
고작 하루의 즐거움이란 이런 것이다.
도시에서의 탈출이란 어느 카페 한 구석 자리에 붙어 몽상하는 짓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숨은 서로를 흘깃흘깃 바라본다. 그리고 눈빛으로 말을 건넨다.
‘아 나 지금 얘랑 같이 있기 싫어, 넌 거기서 혼자 뭐해? 여기 커피 맛없죠?’ 나는 그 교차하는 시선들을 맞추며, 혹은 외면하며 이 글을 쓴다.
“나를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기엔 이제 너무 철이 들었나? 일상에 지쳐 구깃구깃한 생각들을 잠시 펴본다. 이 순간 Donovan의 celeste를 들으니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기분이다. 소리 지르고 싶은 도시의 밤, 소리 지를 곳이 없는 도시의 시설물.
그래서 비싼 커피를 사들고 이런 호사를 누린다. 와글와글, 저마다의 소리를 잘게 조각내어 질러대지만 이내 딱딱한 인테리어에 부딪힌 무의미한 파장만이 반복해서 지나가고 돌아온다. 그래서인지 어느 단어도 명확히 들리지 않는다.
예전에 난 주로 어디에 있었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동네 절에 자주 올랐던가. 스님과 잠시 친구가 되기도 했었지. 그땐 스님이 늘 차를 한잔 하자고 했었던 것 같아.
청소기가 먼지를 먹지 않아 고장이 났을까 생각한 지 며칠, 꾸역꾸역 가득 찬 먼지를 비우고 나니, 그제야 잘 빨아들인다.나도 본연의 나로 기능하려면, 억지로 가진 많은 것을 버려야겠지.
아, 드디어 내게도 이런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많은 것을 버린 뒤의 일이다. 특별하지 않다는 것은 곧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의미한다. 시간들은 토막토막 준비하여 새로운 계절을 맞지만 우린 그러지 못했지.
하지만, 용기를 내어서 내가 버린 만큼 그 기운이 빈자리에 새롭게 차오르길, 봄이 왔으면 좋겠다는 노래를 한 곡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