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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태환 Jan 07. 2018

슬픈생각.

번외편. 외할아버지에 대한 생각들..



1.


2주 전 할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 소식에 춘천에 다녀왔다
다행이도 내가 도착할때쯤에는 몸이 많이 회복되신 후 였는데 당일 할아버지께서는 이런저런 주제의 말씀을 평소보다 유독 많이 하셨었다
처음 만났을때부터 이미 목이 쉬어 목소리를 내는것도 힘겨워보였는데
쉬고 갈라지는 목소리로 때로는 호흡이 불안해 잠시 숨을 고르면서도 
한마디 한마디 차분하게 말씀을 이어가시는 할아버지를 보며 나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당시 받은 느낌은 불안함과 편안함 걱정스러움 등이 뒤섞인 듯한 느낌이었다  



2.


할아버지는 내가 다녀간 뒤 4일 후 퇴원하셨고 퇴원 후 몇일 뒤 생신이셨다
몸이 안좋은 할아버지를 뵈러 찾아갈까? 생각하다가 최근 전시 준비로 내가 외출이 잦았다는 생각이 핑계처럼들어 전화로 축하를 대신했다
당시 통화에서도 할아버지는 말씀을 평소보다 길게 하셨다
고도와 또또의 이야기 , 정아 이야기 그리고 외숙모께 들은 나의 전시 이야기를 하시면서 내 재주에 대한 칭찬도 삶에 대한 격려와 응원도 해주셨다

"할아버지. 목 안좋으신데 말씀 너무 많이 하시는거 아니에요? 걱정되서요"

내 물음에 할아버지는 답했다
"태환아 내가 요즘 말하는게 즐겁다. 말을 많이하고 싶어."

이후 몇분의 대화를 더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
통화가 끝나고 나는 전화드리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3.


전시 오픈식날 아침. 
평소 꿈하고는 거리가 멀은 내가 너무나 생생한 꿈을 꿨다
꿈에서 내 윗머리가 모두 빠졌는데 
일어나서 무척 불편한 기분이었다
전시 장으로 향하는 길 
차에 부착되어 있던 방향제가 떨어졌다
곧 전시 오픈인데 .. 불안했다
..
전시 오픈식이 끝나고 한분 한분 인사드리고 끝나갈때쯤 춘천에서 전화가 왔다
할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이었다
가족들과 전시장에서 짐을 챙겨 내려가면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다시 받았다
나는 운전 중 아침에 꾸었던 꿈 생각과 생신날 찾아갈걸 그랬다는 후회를 했다



4.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가족들은 상조 직원과 사무실에서 대화중이었고 텅빈 빈소에는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은채 할아버지 사진만 놓여있었다
사진 속 할아버지의 표정이 밝았다
나는 아무도 없는 그 공간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사진을 한장 찍었다



5.


타 지역에 있는 가족들이 한명 한명 도착했다
처음 도착한 가족들은 모두 할아버지와의 최근 통화를 이야기 했다
통화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는 분도 있었고 할아버지가 외로우시구나 생각하셨다는 분들도 있었다
대부분 바로 찾아뵙지 못한 사실에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6.


장례식장에서의 첫날
울음과 대화가 반복되는 와중에 고도와 그 또래의 아이들만이 깔깔거리며 쉬지않고 장례식장 내를 뛰어 다녔다
아직은 가족과 슬픔만이 있는 그 공간에 나는 아이들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7.


장례식장에서 잘때 사용할 이불을 가지러 할아버지 댁에 들렸다
벽에 사촌동생과 할아버지가 찍힌 작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15년도 더 되었을 사진을 보다가 또 휴대폰으로 담아왔다
그러고보니 나는 할아버지와 같이 찍은 사진도 그리고 내가 찍어드린 사진도 많이 없었다



8.


다시 2주 전 병원에 들렀을 때 일이다
할아버지께서 말씀중에 휴대폰을 건내주시며 내 카카오스토리가 보이게끔 해달라고 말씀하셨다
휴대폰을 만져 연동되게해드렸는데
이후 할아버지께서는 한참동안 아이들 사진을 들여다보시고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셨다
특히 또또의 덩치를 말씀하시면서는 "대단하다 , 든든하다" 라며 허허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당시에는 그 대화가 별일 아니었는데 지금와서는 슬프다
많이 슬프다










2016.06.28.

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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