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no.89

고도와 깜순이

by 고태환

우리 집에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부모님이 사시는 집에는 강아지가 한 마리 있다.

내가 대학 다닐 때부터 있었고, 벌써 9살의 고령인 녀석인데,

털이 짙은 검은색인 암컷이어서 이름이 '깜순이'이다.

대학시절 어느 늦은 새벽 술에 취해 집에 조용히 들어갔는데, 어둠 속에서 촉. 촉. 촉. 촉. 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정말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짓지도 않고 내 발에 머리를 비비고 있었는데,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나는 단 한 번도 녀석에게 화를 낸 적이 없는데,

그래서인지.. 한 달에 한번 내지 두 번 정도 집에 방문하는 내가 녀석에게는 일 순위의 사람이다.

어릴 적 그토록 풍성한 검은색 털을 자랑하던 녀석은

이제는 나이가 들었는지 은색에 듬성듬성한 살색을 비추는 외형이 되었고,

그런 모습을 바라볼 때면 조금은 안쓰럽고 쓸쓸한 느낌마저 든다.






9살의 깜순이에게

고도가 어린이로 자라 친구가 되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지만,

어린 고도라도 깜순이 녀석과 조금은 가까워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내 바람과는 다르게 깜순이는 고도에게 별 관심이 없다.

오히려 예상되지 않는 고도의 행동이 불안한지 슬슬 피해 다니기까지 한다.

아래 사진은 이번 방문에서 초반에 깜순이와 마주한 고도의 표정이다.

깜순이의 돌발행동에 고도가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깜순이 근처도 가지 못했는데,

호기심이 늘었는지 계속 주변을 얼쩡거린다.

가까이 가고 싶어 하는 것 같고, 만지고도 싶어 하는 것 같고, 무언가 궁금해하는 게 보이는데

막상 마주하면 용기가 안 나는 건지.. 어색한 건지.. 피하고 딴짓하기 바쁘다.

깜순이 녀석은 손바닥을 보이면 자동으로 앞발을 올리곤 하는데,

아버지가 고도의 손을 잡고 깜순이에게 손바닥을 보이자 이내 앞발을 올려준다.




그 손의 감촉이 신기했는지,

고도는 깜순이의 앞발을 손가락을 튕기며 건드려본다.

그러고는 조금 자신이 생긴 걸까?

갑자기 깜순이 쪽으로 기어가기 시작하는 고도




꾸준히 기어간 고도는

깜순이가 밟고 있던 휴대폰은 주어 온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굉장한 발전이다.







깜순이가 자주 하는 행동 중 하나는 사람 입에 코를 가까이 데는 것이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절대 입에 닿게끔 하지는 않는다.

잎의 냄새를 맡는 것 같은데, 휴대폰을 주어온 고도에게 갑자기 다가가

고도의 잎에 코를 킁킁거리는 깜순이와 그 상황에 당황해 뒤로 넘어간 고도의 모습이다.










그리고 다음날

이상하게도 고도는 깜순이를 계속해서 따라다녔고, 깜순이는 고도를 귀찮아하며 끈질기게 도망 다녔다.

이를 본 아버지(고도의 할아버지)는 고도와 깜순이를 좁은 공간 안에 잠시 같이 넣어보았는데,

처음에는 그 상황이 당황스러웠는지 두리번거리 더니..





이내 어색해하다가..






결국은 쓰다듬는 데 성공한다.

이후 고도는 깜순이를 거리낌 없이 쫒아 다녔는데,

다음에 방문할 때에도 이 용기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무튼, 고도와 깜순이 녀석이 조금이나마 서로에게 친근함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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