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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Jan 17. 2016

관리하지 마라

[후기:책]심플을 생각한다

사람이란 결국 내가 익숙하고 편한 것에 끌리게 된다. 나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3년차 개발자로 가장 실무의 최전선에서 일 해왔다. '내가 만든 서비스를 내가 책임지고, 고객에게 전달한다.' 이것이 지금까지 개발자로 내가 한 일이었다. 며칠 전 서점을 돌아다니다, LINE 전 CEO가 쓴 글이라는 문구에 눈이 갔다. 그리고 목차를 훑어보는데, "경영은 '관리'가 아니다."라는 챕터가 보였다. 그리고 큰 고민하지 않고 책을 집어왔다.


 경영은 관리가 아니다


다양한 회사를 경험한 저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한게임과 라인의 일본 법인에서 근무를 한 경험이 있었다. 저자가 일본인이었기 때문에 실제 사례가 와닿지 않을까봐 걱정을 했지만, 그가 근무했던 회사가 한국 회사의 일본 법인이라는 점과 일본인답지 않은 경영관에 책에서 눈을 떼기 힘들었다. 그리고 일본 자기계발서 특유의 짧은 호흡은 부담감 없이 책을 끝까지 완독할 수 있게 했다.


그의 글을 관통하는 단 한가지는 "관리하지 않는다."이다. 사실 회사에서의 관리라는 개념은 포드주의(Fordism)에서 꽃을 피웠다. 포드는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노동자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숙련된 동작을 반복하면서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생산 공정을 재설계 하였는데, 그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회사 직원의 출퇴근 시간을 체크하고 회사 내 생활을 엄격히 관리하고, 쉽게 야근하는 저렴한 노동력을 통해 제품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은 컨베이어 벨트만 치웠을 뿐이지 사실 그의 구상 그대로다.


그런데 이미 세상이 바뀌었다. 더이상 우리는 컨베이어 벨트 위의 나사를 조이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건 내가 종사하고 있는 개발 분야에서도 다르지 않은데, 예전에 수백명의 개발자가 만들어야 했던 일을 이제는 한 두명의 개발자가 더 빠른 시간으로 완성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서비스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고 정말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태도다.


그런데 관리를 하려고 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고객의 필요에 가장 귀를 기울여야 할 직원들은 관리자의 눈치를 봐야한다. 여러 단계의 '관리'를 받고 나면, 최초의 구상과 서비스를 본질에서 벗어난 제품이 탄생한다. 그런데 서비스가 실패하면 그 실패는 그 제품을 만든 사람에게 돌아간다. "실패해서 미안한데, 내가 만들려고 있던 것은 이것이 아니었다."


심플을 생각한다


그가 '관리하지 않기'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게 하는 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때, 큰 즐거움을 느낀다. 이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일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물론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최선을 다해서 만든 서비스가 실패할 수 있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책임을 진다. 그래서 다른 팀을 꾸리고 새로 도전한다. 그런데도 실패한다면? 관리자가 그만둔다. 간단하지 않은가?


서비스에 열정을 가진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눈치보지 않고 논의하고 즐겁게 뛰어 놀았을 때, 최고의 서비스가 나온다. 그것 이외에는 모두 불필요하다. 잡다한 규칙과 서류 작업은 조직이 느려지게 만든다. 심플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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