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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Apr 11. 2016

집에서 텔레비전을 치우면 어떨까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자

부인과 신혼집에 대해서 의논할 때 벽지 색깔을 제외하고는 전혀 문제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특히 우리 부부가 가장 논란 없이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집에 텔레비전을 없애자는 것이었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집에서 텔레비전이 사라진 이후로 서울에 올라와서 살면서도 계속 집에 텔레비전을 놓지 않아서 전혀 불편함 없이 지냈다. 부인 역시 크게 텔레비전에 빠져 살지 않은 사람이라 신혼집에 텔레비전을 놓지 말자는 결정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내가 특히 텔레비전을 집에서 치우자고 주장한 까닭은 가족이 다함께 하는 식사 시간에 텔레비전이 가져다 주는 파괴적 침묵을 뼈져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모든 가족이 함께 모여 저녁을 먹는 시간에 텔레비전이 켜지고, 가족 구성원들의 시선을 빼앗아간다. 모두 웃고 있지만 그 웃음은 가족이 함께 공유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 식구 개개인과 텔레비전 사이에 추억이 하나 쌓인다. 드라마를 함께 보다 줄거리를 이해 못한 누군가가 내용을 물어보면, 끝나고 물어보라고 핀잔을 듣기 일수다. 이렇게 보면 텔레비전을 함께 시청하는 행위는 가족이 시간을 함께 보내는 단란함을 가장하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와 부인은 텔레비전을 보는 대신 이야기를 나눈다. 함께 저녁을 먹고, 카페에 가서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커피 한 모금이 목으로 넘어가면서, 우리 부부의 인생 버킷리스트가 정해지기도 하고 다음 날 점심이 정해지기도 한다. 대화라는 것은 원래 해야 는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어떤가? 잠깐은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 즐겁다. 그런데 그 시간이 지나면? 서로 다르게 살아온 세월 속에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줄어만 간다. 하지만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면 서로 이해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밥을 먹으면서 텔레비전을 보지 않으면 소화가 안된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나는 모르겠다. 매일 가족의 눈 대신 텔레비전을 봐야하는 이유를 나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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