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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Apr 14. 2016

[우먼 인 러브] 가을의 단상

가을이다

밤공기가 차갑게 내려앉으며 가을 내음을 품기 시작하면 떠오르는 풍경이 있었다.

세 번의 유학 생활 모두 9월에 시작했던 탓일까. 스무살 이후 나의 여름의 끝에는 항상 헤어짐이 있었다. 불꽃놀이를 보며 맥주 잔을 부딪히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나면 혼자임을 깨닫는다. 뜨거웠던 여름의 잔상과 다가올 생활에 대한 부푼 기대감이 교차하는 곧 익숙해질, 그러나 아직은 낯선 공간.


함께 맞는 세 번째 가을,

새로 입혀진 풍경들을 되새기며 새삼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

헤이리 카페 제니퍼에서 이어폰을 나눠 끼고 듣던 노래,
하늘공원에서 내려다 보던 서울의 야경,
헤어지기 아쉬워 몇 정거장이나 걸었던 연희동 골목길.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가을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눈부신,
따뜻한 라떼 한 잔이 마음을 녹이는,
찬 바람에 실려 오는 추억이 향기로운,

가을이다.


1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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