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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Apr 15. 2016

책과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 사랑

올 해 첫 책은 해돋이 보러 오가는 새마을호에서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 나는 하루키의 단편집이 좋다. 몇 번이나 곱씹어 읽었던 처녀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그 느낌 그대로다. 토익 스피킹에서 그림을 묘사하는 문제의 정답지 처럼 상황 묘사가 적확하다. 그 순간의 주인공의 얼굴 표정과 근육의 생김새, 머리카락, 귀의 생김새, 옷 차림, 달의 모습과 온도, 촉감까지, 무엇 하나 빼놓지 않고 세밀하게 표현한다. 머리 속에 생생하게 그려질 만큼.

책이나 영화를 읽고 난 후 작품을 소재로 만든 윤종신의 곡을 듣고 있으면 그 여운이 한층 더 깊어 진다. 감상을 음악이라는 또 다른 형태로 표현해낼 수 있는 그의 재능이 탐난다.



덮어 놓은 전화기 속 소리 없이 새어 나온
그 빛은 날 속삭이네 궁금하지 않아

왠지 모르겠어 전화기에 눌린 빛은
답답한 듯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아서
너 같아서 나 같아서

네가 없어 한순간부터 느닷없이 사라져 버렸어
그 이유를 왠지 말할 것 같아

가도 있어 언제 어디나 얼룩들처럼 사방에 번져 있어
아직도 그 흐르던 멜로디 여전히 좋아 할까

열린 창틈 바람 한번 날 일으켜 세워주네
이 바람의 감촉 마치 날 어루만지던
너 같아서 너 같아서

네가 없어 한순간부터 느닷없이 사라져 버렸어
그 이유를 왠지 말할 것 같아

가도 있어 언제 어디나 얼룩들처럼 사방에 번져 있어
아직도 그 흐르던 멜로디 여전히 듣고 있기를
이 빛 고마워 누구든

여보세요

<윤종신 - 여자 없는 남자들>


책장 속 사 놓고 끝까지 읽지 못한, 혹은 읽었으나 기억나지 않는 책들을 꺼내 쌓아두었다. 가장 먼저 손에 잡힌 책은 폴 오스터의 <환상의 책>. 책 속의 책을 매개로 펼쳐지는 이야기. 번역서이기에 문장 문장을 충분히 느끼지는 못했지만 음표들이 모여 하나의 곡을 만드는 것처럼 그 문단에는 음율이 있었다. 한 번 듣기 시작하면 중간에 끊을 수 없는 매력적인 곡처럼, 손에 펼쳐 들고 읽기를 멈출 수 없었다. 이렇게 푹 빠져든 이야기는 정말 오랜간만이다.

장서를 덮자마자 또다른 책 속의 책 이야기를 집어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2권까지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다소 자극적인 표현과 이야기들을 잇는 10살 소년소녀의 첫 사랑 이야기. 2권 마지막 부분에 아오마메가 책 속의 책의 줄거리를 서술하는 장은 마치 실제 일어난 일을 묘사하고 있는 듯한 느낌까지 주었다. 3권은 설 연휴 동안 읽을 예정. 벌써부터 설렌다.

이야기의 늪에서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읽고 있는 라인 재팬 CEO 모리카와 아키라의 <심플을 생각한다>. 출근 길 지하철에서 읽은 1장은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 뿐이었다. 심플한 논조로 심플을 이야기하는 일본스러운 실용서이다.

나는 이야기가 좋다. 소설, 에세이, 영화, 공연, 음악, 노래 가사에 담긴 이야기가 좋다. 형태를 갖추어 잘 쓰여진 이야기는 마음을 적시고, 영감이 된다. 나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양분이 된다.


1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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