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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Apr 23. 2016

나는 야근하는 건 상관없는데

이제 거짓말은 그만

아래는 <출퇴근 없는 삶>의 목차이자 시리즈 첫 글




"나는 야근하는 건 상관없는데 말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나는 주위에 즐겁게 밤을 새우는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봤다.


"게임을 하다 보니 아침에 해가 뜨더라고."

"5차로 술을 마시고 나니 동쪽에서 붉은 것이 떠오르지 뭐야."

"MT를 갔는데 이야기하는 게 재밌어서, 술도 한 방울 안 마시고 다 같이 둘러앉아서 밤새 떠들었어." 


그런데 나는 일하는 게 너무 좋아서 밤을 새운다는 사람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부장님이 주신 일이 있는데, 그걸 하다 보니 너무 즐거워서 저녁도 안 먹고 글쎄 새벽 3시인 거야. 호호호"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나에게 소개해주길 바란다. 꼭 대화 해보고 싶다.


나는 살면서 자의로 야근을 하는 사람을 몇 명 본 적이 있는데, 주로 '사장'이나 '대표'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스타트업에서 거의 대표에 준하는 권한과 역할을 부여받은 사람 역시 그런 경우가 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침에 누구보다 일찍 나왔고, 주말에도 사무실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곤 했다. 그 밖에도 누구보다 늦게까지 남아서 일을 하다 집에 들어가는 대표님도 있었고, 회사에 직원들이 남아있어서 먼저 들어가지 못한다는 대표님도 만났다. 물론 직원들한테 아침에 제시간에 나오지 않는다고 닦달하고는, 정작 본인은 점심 먹고 졸리다며 혼자 들어가서 2시간씩 자고 나오는 대표님도 한 분 알고 있지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누구나 야근은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왜 요즘 사람들이 그렇게 절실히 '저녁이 있는 삶'을 찾아 대기업을 떠나는지는 자명하다. 그런데도 가끔 주위에 사람을 만나다 보면 "나는 야근하는 건 상관없는데 말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말속에서 '체념'을 느낀다. 내가 야근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하더라도, 그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런 종류의 체념이다.



야근을 더 적극적으로 피할 것


나는 이런 사람들에게 좀 더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야근을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다시 저 문장을 제대로 읽자.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야근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는 회사를 찾을 때 나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인의 삶을 보장하는가?'라는 것이었다. 왜냐면 결혼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와 평생 함께 하고 싶다는 의지의 발현인데, 회사에서 매일 야근하고 집에서 부인과 같이 침대에 누워 잠만 잔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나는 과감히 그런 부조화를 극복해보려고 했다.


1. 항상 일찍 집에 들어가는 사람 되기


야근을 피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첫 단추를 잘 채우는 것이다. 바로 매일 같이 일관성 있게 가장 먼저 집에 가는 것이다. 부디 입사한지 얼마 안 되었다고, '처음에 두 달 정도는 야근도 감내해야지.' 따위의 유예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회사에서 괜히 2~3달 동안 '수습' 기간을 두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어떤 회사는 원래 월급의 70% 정도만 주기도 하지 않는가? 최대한 빠르게 기존의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되, 굳이 초과 업무까지 감내해가면서 회사에 남아있을 필요는 없다. 1~2달 동안 열심히 업무 시간 내에 업무 숙지를 하려고 노력했는데도, 그 기간 이후에 '아직도 이것도 모르냐?'고 혼났다고? 그건 회사의 인수인계 혹은 신입사원 교육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처음부터 칼퇴근하기'의 놀라운 점은 이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익숙해지면 어제 야근한 동료가 옆에 앉아 있어도, 6시가 넘어 내가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으면 "왜 아직도 집에 안 갔어?"라고 물어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항상 일찍 퇴근하는 사람'이 되면 누구나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데 괜히 처음부터 기합을 가득 넣고 야근을 하다가, 점점 퇴근 시간이 빨라지면 결국 '한결같지 않은 사람'이 된다. 기억하자. 처음부터 빨리 퇴근해야 된다.


2. 세상에 회사는 많다


물론 위의 방법대로 하다 보면 회사마다 다른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조직 문화에 신경을 많이 쓴다면 상관없겠지만, 조직에 따라서 뒤에서 안 좋은 이야기를 한다든지 혹은 따로 불러서 꾸지람을 들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 우선은 본인의 견해를 당당하게 주장하는 것이 좋다. 괜히 우물쭈물하지 말고, 그렇다고 감정적으로 흥분된 상태도 아닌 채로 차분하게 이야기하면 된다.


"저는 제 업무를 빠르게 마치고 제 시간에 퇴근하는 것이 제 업무 효율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말이 안 통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다. 내가 지금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들었던 가장 어이없었던 피드백은 아래와 같다.


"다른 동료들이 퇴근 안 하고 있는데, 먼저 집에 가면 마음이 편해요? 뭘 하든 괜찮으니 7시까지 한 시간만 좀 앉아있다가 집에 가요."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이 아닌가? 왜 그런데 내 일을 다 마치고 나서 집에 가면 안 된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빨리 자기 업무를 마치고 집에 갈 수 없는 조직에서 누가 일을 빨리 마치려고 할까? 나는 그러기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2~3일을 눈치 본 다음 다시 원래대로 퇴근했다. 그 후 그 분과 다시 심하게 다퉜고, 그분이 먼저 퇴사하고 조직 문화에 염증을 느낀 나도 따라서 퇴사했다. 그리고 1주일 만에 나의 퇴근 시간을 문제 삼지 않는 회사로 이직했다. 훨씬 좋은 조건을 제안받았다.


나는 회사를 다니는 것은 연애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연애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들듯, 좋은 회사 생활도 그 사람의 기술을 발전시키고, 동료와의 관계에서 그 사람도 성장한다. 그런데 사람이 나쁜 연애를 하면 스스로를 좀먹기 시작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아닌가? 연애를 통해 한 사람, 또 한 사람 만나면서 스스로를 더 이해하고 자신과 더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게 되듯, 회사도 여러 회사를 다녀보면 내가 어떤 업무 스타일을 가졌는지, 그리고 어떤 조직과 더 잘 맞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부디 안 맞는다는 판단이 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떠나길 바란다. 이상한 조직 속에서 고통받으며 회사를 다니기에 당신은 너무나 소중하다. 


3. 저녁이 있는 삶 = 미래가 있는 삶


퇴근을 하고 난 뒤의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행복한 일이다. 가끔 저녁 없는 삶을 사는 친구가 오랜만에 칼퇴근하고 나서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연락왔을 때의 안타까움을 이루 말하기 힘들다. 날이면 날마다 약해지는 체력을 붙잡기 위해 운동을 해도 좋고, 편안한 마음으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저녁을 먹는 것도 좋다. 그저 당신의 상상으로 채워넣기만 하면 된다.


나는 특히 퇴근 후에 나만의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곤 했다.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르겠다.


"기껏 퇴근 빨리 하라더니, 또 일하라고?"


그런데 이것은 분명히 당신이 칼퇴근을 하도록 하는데 도움이 줄 거라고 생각한다. 퇴근 후에 본인이 생각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천에 옮겨본 적이 있는가? 이게 정말 엄청나게 즐겁다. 디지털 마케터라면 페이스북 페이지를 혼자서 운영 해볼 수도 있을거고, 디자이너라면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의 디자인을 나라면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작업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나는 개발자다보니 평소 만들고 싶은 서비스를 만들어보곤 했다. 아마 개인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하면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도끼눈을 뜨고 쳐다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때 익힌 기술을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도 훨씬 쉽게 적용할 수 있게 되어 업무 효과가 좋았다. 괜히 구글이라는 회사에서 전직원이 회사에 있는 20%의 시간 동안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마음껏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갈고 닦은 나의 실력과 서비스 혹은 포트폴리오는 결국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보다 나은 조건을 받을 수 있다거나,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을 한다거나, 자기 사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아래는 CNN에서 한국의 오묘한 야근 + 저성과 문화를 비꼰 동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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