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없는 삶> 그 첫 이야기
<출퇴근 없는 삶>의 목차
1. 발리,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
3. 한국에서 재택근무하기
11. 원래부터 정해진 건 없다
12. 일을 나눌 수 있는 사람
14. 밤새고 스벅
15. 나는 야근하는 건 상관없는데
16. 쇠사슬을 끊어라
20.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21. 디지털 노마드를 넘어
22. 부지런한, 그 게으름
아래는 같은 매거진 내 다른 시리즈 <인문학도, 개발자되다> 목차이자 첫 글
발리를 떠올리면 어떤 이미지가 그려지는가? 인도네시아 최고의 휴양지 발리는 많은 이가 원하는 여행지 중 하나다. 그 발리가 다시 뜨고 있다. 하지만 여행객이 요즘 늘어났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많은 사람이 일을 하기 위해 발리를 찾는다. '도대체 그 휴양지에 왜?'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내가 갔던 발리는 거의 백인의 낙원 같은 곳이었다. 정말 많은 백인을 만날 수 있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발리는 특히 유럽 사람들에게 '아시아적 풍경'을 가장 완벽하게 선사하는 곳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아시아의 여행지처럼 불편하지 않았다. 아시아의 건축 양식에 서양식의 편의 시설을 갖춘 유럽 사람들을 끌기에 매력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리의 우붓(Ubud) 지역에는 협업공간(Co-working space)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공간이 후붓(Hubud)이다. 허브(Hub) + 우붓(Ubud)이라고 해서 후붓이란다. 내가 후붓을 방문 했을 때는 주말이라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뜨거운 태양을 피해 노트북 한 대만 들고 모여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전체 건물은 3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아래 1층은 주차장이었고, 2층, 3층을 사무실로 활용할 수 있었다. 특히 3층에는 조용히 인터넷 전화를 할 수 있는 공간과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었다.
이런 협업 공간이 제일 먼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실리콘벨리의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사무실 임대료 및 생활 비용 때문이었다. 초기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아서 막대한 사무실 임대료를 내고, 노트북 한 대만 있으면 세상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같은 시간에 한 공간에 모여서 일을 하는 상황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있었다. 젊고 혁신적인 회사는 도전했고, 뜻있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생활 비용으로 더 나은 생활을 영위하고자 세상으로 박차고 나갔다. 그렇게 시작한 곳이 바로 후붓이다.
'슬랙'에서 대화하고, 화상 대화가 필요할 땐 '행아웃'에서 만나고, 업무 일정 관리는 '트렐로'에서 하고, 나머지는 각자 자기가 할 일이 아닌가? 각자 자기 할 일만 제 때 끝내면, 그 누구도 서로를 감시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아는 가장 최고의 동기부여 방법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다 누군가의 관리를 받고, 지시를 따라야 하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다. 그냥 '각자가 각자의 일을 하면 된다.' 하지만 이 간단한 명제는 평범한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말도 안되고, 비상식적인 일이 되고 만다.
그런데 이런 삶이 세계 곳곳에서 현실로 바뀌고 있다. 한국인인 도유진 씨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이런 삶의 현장을 안내하고 있다. 아래는 도유진 씨가 제작하고 있는 'One way ticket' 이라는 제목의 디지털 노마드 다큐멘터리의 예고편이다.
지금까지 그런 사례가 없었다고 해서 상상하지 않고, 도전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정말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일만 잘하면 되지, 사무실에는 왜 나가야 하는 걸까요?"에서 시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