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안되는 건 없다
아래는 <출퇴근 없는 삶>의 목차이자 시리즈 첫 글
"오전 7시 지하철에는 오늘도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지하철이 시작하는 지점에서 출발한 사람은 지하철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멀리서 출발하느라 더욱 일찍 움직였을 몸을 지하철에 기대거나 고개를 숙인 채 잠을 청한다. 늦게 탄 사람들은 혹시나 자리가 날까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 앞에 서서 눈을 이리저리 움직여보고, 아예 문 근처에 서있는 사람들은 매일 같은 일상에 체념하고 오늘도 고된 몸을 이끈다. 지하철 문 옆에 서있는 28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는 검은 정장에 하얀 셔츠를 입고, 회사 배지를 꽂고 있다. 갖 사회 생활을 시작한 신입 사원으로 보이는 그 남자의 얼굴에만 약간의 미소가 서려있다.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던 삶이 너무나도 현실적이 되어버렸다. 가끔 휴가로 일과 시간에 거리를 거닐 땐 '나는 해가 떠있을 때 밖에 나와있지 못한데, 이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밖에서 돌아다니는 지 잘 모르겠다.'고 한숨을 쉰다."
안타깝게도 저 이야기는 대부분의 직장인이 겪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나도 겪었던 일이다. 멀리서 버스를 타건, 아니면 막혀서 빠지지 않는 도로 위에 하염없이 기다리며 운전대를 잡고 있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비밀을 하나 말하자면 사무실로 출퇴근을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재택근무를 도입한 스타트업이 있다. 그중에 유명한 회사가 스포카(Spoqa)이다. 스포카는 도도 포인트라는 멤버십 관리 프로그램을 매장에 도입하는 스타트업인데, 재택근무를 도입하여 빠르고 젊다는 스타트업계에서도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가 있다. "성공적으로 사내 리모트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법"이라는 스포카 블로그의 이 글은 굉장히 개발자스럽게 쓰여 있어서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회사의 기술 블로그라는 점을 감안하도록 하자.
나는 비록 회사의 재택근무를 대내외적으로 '좋은 회사'라는 이미지를 갖기 위해 활용한다고 해도, 훌륭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재택근무는 직원들에게 불필요한 하루에 1시간에서 4시간에 이르는 불필요한 출퇴근 시간을 돌려주는 소중한 제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들이 하지 않았던 것을 시도하는 배짱과 직원의 시간을 소중히 대하는 태도야 말로 좋은 인재들이 모든 조건을 뒤로하고라도 함께 하고 싶게 만드는 철학이 된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여전히 재택 근무를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혹은 주 1회 재택 근무를 허용한다고 적어만 놓고, 실제로는 눈치를 엄청나게 주는 경우도 태반이다. 그런데 "나는 재택을 하고 싶다."면? 자, 이제 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조금의 행동을 해야될 타이밍이다.
우선 나는 내가 구직하기에 앞서 관심이 있는 서비스를 쭉 정리를 한다. 보통을 구글 드라이브나 엑셀 시트에다가 목록을 만들고,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을 정리한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내가 써놓은 "좋은 스타트업 찾는 법"이라는 글을 참고하자.) 그리고 내가 각 회사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정리한다. 많은 구직자들이 회사에서 "많이 배우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걸로 아는데, 미안하지만 회사는 직원을 교육하는 공간은 아니다. 회사에 일을 달라고 할 때는 내가 이 회사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설득해야만 한다. "제가 들어가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같은 말은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사원을 뽑아서 능력에 걸맞지 않은 연봉을 주는 대기업 면접에서나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이미 기존에 운영을 하고 있는 사업으로부터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그 수익을 바탕으로 인재를 선점한다는 의도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아니다.
그리고 정중하게 이메일을 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재택을 거래한다. 보통 나는 5줄에서 10줄의 이메일을 보내는데, 회사에서 올려놓은 구인 정보를 바탕으로 내가 회사에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제시하고 내가 원하는 바를 이야기 한다. 자세한 경력은 링크드인 주소로 대체한다. 그리고 빠지지 않는 것이 '재택 근무'이다. 어떤 회사는 회사 규정상 재택 근무를 하기 어렵다고 정중히 거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실제로 이 방법을 통해 여러 회사로부터 재택 근무를 제의받았다. 급여도 훨씬 더 좋은 조건에서였다.
다만 하나 주의해야할 점은 처음 재택 근무를 시작하는 조직은 항상 걱정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재택으로 근무하는 일은 학교에서부터 누군가에게 감시를 받으며 자라온 우리에게는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재택이 가져올 효용에 대해서 분명히 알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명확하게 타임라인을 설정해서, 약속한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만약 누군가가 내가 한 작업량에 대해 매 시간 확인해야만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안타깝게도 재택 근무에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다. 재택 근무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가능한 사람들이 도전해야 한다. 하지만 당신이 그럴 자신이 있다면? 생각보다 많은 회사는 좋은 인재를 얻기 위해 조직을 유연하게 만들 용기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좋은 개발자를 너무나도 찾기 힘든 때이다. 특히 아이폰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는 아무리 구인 사이트에 올려놓아도 연락이 오지 않는단다. 당신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개발자의 삶을 주위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이유이다.
"일만 잘하면 되지, 사무실에는 왜 나가야 하는 걸까요?"에서 시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