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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Feb 02. 2016

오토매틱, 바지 벗고 일하면 안되나요?

훌렁훌렁 벗고 일하는 회사도 있다

아래는 <출퇴근 없는 삶>의 목차이자 시리즈 첫 글




오토매틱(링크)이라는 회사가 있다. 우리는 모두 저 회사를 알고 있다. 물론 회사 이름은 처음 들어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웹사이트 중 50% 이상이 워드프레스라는 오픈 소스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리고 그 오픈 소스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오토매틱이라는 회사다. 비록 IT 쪽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워드프레스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지금까지 써온 인터넷의 많은 사이트들의 절반 이상이 이 회사에서 제공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2003년에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시작한 이 회사가 가장 특이한 점은  진 직원이  재택근무를 통해서만 근무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직원이 50명에 이르기까지는 별도의 팀은 물론 팀장도 없던 완전히 수평적인 조직이었다고 한다. 이 정도가 되면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의심의 씨앗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그게 말이 돼? 사람이 눈 앞에 보이지도 않는데 팀도 없어? 그 직원들 관리는 어떻게 할 거야?'


오토매틱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직원들 사진과 직원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위치를 표현해놓은 지도


바지 벗고 일하면  안 되나요?


그 의문을 해결해줄 좋은 책이 한 권 있어서 추천한다. 제목은 소제목과 같이 "바지 벗고 일하면  안 되나요?"이고 원서의 제목은 "The year without pants"이다. 이 책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0년 정도 일하고 나와서 경영 관련 저서를 집필하는 작가가 오토매틱에 팀장으로 합류하면서 생긴 1년 간의 기록이다. 통상 성공한 기업에 대해서 다루는 많은 책들이 기업의 제도나 결정을 분석적으로 다루는데 반해, 이 책은 스콧 버쿤이라는 작가 개인이 직접 회사에 들어가  그곳에서 겪었던 생생한 경험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그들과 함께 일하게 됐을 때 겪게 될 상황을 보다 선명히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그러면서도 오토매틱의 문화를 무조건 신봉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했던 경험과 집필 활동을 통해 얻게 된 경영에 대한 신념을 오토매틱이라는 회사의 문화와 접목시키는 도전을 통해서 1년 간 진행했던 프로젝트 속에서 어떤 결과를 얻게 되었는지 소설책처럼 읽기 쉽게 풀어놓은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오토매틱이라는 회사는 오픈 소스에서 기반한 회사라 일반 기업에서 보기에는 지나치게 수평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회사의 초기 구성원들이 오픈 소스에 참여한 개발자, 즉 무보수로 일할 정도로 워드프레스라는 오픈 소스에 큰 열정을 갖고 있던 사람으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급여를 통해 회사를 운영하는 기업이 이런  재택근무라는 문화를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고민해 봐야 할 점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핵심은 이런 기업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이다. 마치 직원들을 자기 자리에 앉혀놓고,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까지 철저한 통제 속에서 관리해야만 회사라고 믿는 경영진에 질려 사람들은 회사를 떠난다. 애초에 컴퓨터를 통해 작업을 하는 지식기반의 사회에서 관리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일 못하는 상사가 관리만 하려 드는 것은 정말 최악이다. 그리고 그 관리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오토매틱은 새로운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노동을 상상했고, 만들어냈다.


우리는 계속 상상하고 있는가?




"일만 잘하면 되지, 사무실에는 왜 나가야 하는 걸까요?"에서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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