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중국 적응 중
아래는 <출퇴근 없는 삶>의 목차이자 시리즈 첫 글
정확히 어제 링크드인을 통해서 위챗 메시지를 받았다. 나에게 링크드인으로 친구 신청을 했고, 어떻게인지 모르겠지만 링크드인 친구를 수락했더니 위챗을 보내왔다. 링크드인에 위챗 계정을 등록할 수 있었던 거 같은데, 물어보지도 않고 내 연락처를 알려주다니. 아무튼 콧수염을 멋있게 기른 그는 현재 나의 상태와 경력, 프로젝트 경험 등을 물어보더니 오늘 나와 만나기를 원했다. 오전에 중국어 수업을 마치고, 부랴부랴 약속 장소로 달려갔다. 그는 센스 있게 딘타이펑으로 약속 장소를 정했고, 5분 전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으니 약 2분 정도 후에 도착했고 우리는 서로 반갑게 인사했다.
15살에 캐나다로 떠나서 23살에 북경으로 돌아왔다는 그는 나보다 약 4살 정도 많은 형이었다. 나의 업무 경력에 대해서 물어보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어떤 목표를 가진 사람인지 한참을 물어본 그는, 전 직장에서 4~5년의 경력에 안정된 직장에 높은 연봉을 받았지만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나왔다고 했다. 그는 쿨하게 6만 원쯤 나온 점심값을 지불했다. 상해에서는 사람한테 식사를 대접하려면 한 사람 당 3만 원은 잡아야 하나 보다. 185쯤 되어 보이는 키에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그리고 콧수염이 인상적인 그와의 대화는 즐거웠다. 딘타이펑에서 식사를 마치고, 아래층의 카페로 내려와서 무려 '비밀 유지 서약서'를 쓴 이후에야 그의 사업 계획을 들을 수 있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은 '이 엄청난 아이디어를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어.'인데, 이 사람은 조금 더 똑똑하게 서약서를 씀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도 다른 사람과 논의하고 피드백을 받고, 한편으로는 그 사람이 그 아이디어를 직접 실행에 옮기는 것을 직접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를 하고 있었다. 물론 그의 아이디어는 정말 '우와, 엄청나다' 이런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지난 업무 경험이 충분히 녹아있는 아이템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매력적으로 들렸다.
현재 그의 상황은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본인과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디자이너와 기획자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현재 개발을 진행하는 외주 팀이 하나 있었다. 그는 내게 현재 외주 팀이 개발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향후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앱 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나 돈은 많이 없어."라고 연거푸 말하는 그에게 한국에서 외주 할 때처럼 돈을 달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지만, 현재 외주팀이 개발하고 있다는 서버 쪽 코드와 스펙을 분석하면 중국에서 그 방대한 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서 어떤 기술을 주로 이용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0억 명이 넘는 중국 인구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라니 생각만 해도 떨리지 않는가? "저 중국에서 앱 개발한 남자예요."
어떨 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까마득함 속에서 단지 한 발만 용기 내어 내딛으면 기회는 언제나 있다. 아직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을지는 내 마음속에서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중국이 나를 원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사무실도 없는 회사라 당연히 출근은 하지 않아도 될테고, 이제 적응되어 가기 시작하는 상해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같이 처리하면 즐거울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