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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May 05. 2016

브런치 vs 미디엄

두 가지 플랫폼을 모두 경험하고 느낀 점

지난번 글을 통해 미디엄에 영어로 글을 쓰기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브런치는 폐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Kakao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어디에도 검색에 노출되지 않는다. 구글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네이버에서 조차 검색이 되지 않으니, 영어로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행위는 거의 혼자 일기장에 일기를 쓰는 거나 다름없다고 하겠다. 한국인들만 이용하는 서비스에 영어로 글을 썼다가,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이겠다. 


지금까지 총 3가지의 글을 올렸다. 하나는 개발자로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는 설명 글과 그다음은 상해에서의 생활을 통해 느낀 점을 기록에 남겼다.



영어로 작성하는 블로그로 미디엄을 선택한 이유는 보다 검색 엔진에 노출되기 용이하고, 한국어에 비해 영미권 화자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내가 쓴 글에 대해서 더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미디엄에 올린 글은 내가 어디에다 공유하지 않는 이상 단 하나의 조회수도 기록하지 않는다. 놀랍지 않은가? 브런치는 글을 올리면 신규 발행된 글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주는 공간이 있기 때문에, 못해도 100명에서 200명 정도는 해당 글을 읽게 된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글의 매력도에 따라서 자체 공유가 되면서 바이럴이 이뤄지거나, 브런치나 카카오톡 채널에 노출되면서 글이 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미디엄의 경우 당신을 구독하고 있는 사람이 글을 읽지 않는 경우에 노출이 될 방법이 없다. 이건 참 골치 아픈 일이다.


다만 하나 재미있는 점은 글을 클릭만 했는지, 혹은 다 읽었는지를 알려주는 수치가 있다는 것이다.



위의 사진에 따르면 "I am a full-stack developer"라는 글은 134명이 클릭했는데, 82명밖에 끝까지 읽지 않았다. 전체 글을 다 읽는데 2분 정도가 걸리는 데도 말이다. 나는 처음에 이 글을 올리고 3일 정도 뒤에 단 한 명도 이 글을 읽지 않았다는 사실에 적지 않게 놀랐고, 페이스북에 영어로 "미디엄에 글을 쓰기로 했다."고 공유한 다음에야 내 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볼 수 있었다. 물론 대다수는 내 페이스북 친구였을 거다.



두 번째 글은 시험적으로 영어로 썼던 두 번째 글을 한글로 번역도 해서 브런치에도 올려보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미디엄' 링크를 담고 있는 이 글이 발행되고 난 이후에 내 브런치의 구독자 분들에게 푸시가 발송되지 않으면서 글이 사장되었다. 나는 브런치가 미디엄 링크를 담고 있는 글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이 아닌지 강하게 의혹을 제기한다!

*미디엄은 브런치 해시태그로도 등록할 수가 없다.


아무튼 각각의 장점을 나열해보면


브런치


- 모바일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로 모바일에서 글을 작성하고 저장하는 과정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 미디엄의 경우 웹뷰 형태로 모바일 앱을 제공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불편하다.

- 다양한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기에 최적화된 형태를 갖추고 있다. 한국에 특화된 카카오톡이나 카카오스토리 공유나 페이스북에 공유되었을 때 그 공유 글의 좋아요를 공유 개수로 포함시키는 방식이 특징적이다.

- 취향 차이일수도 있겠지만 아래 사진처럼 미디엄의 경우 화면을 횡으로 분할해서 사용하고 있어서 시야가 분산되는 반면에, 브런치의 경우 정말 글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은 박수 쳐주고 싶다.



미디엄


- 각 글마다 읽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수치가 있어서, 글 제목의 매력도 뿐만 아니라 글 내용 자체의 매력도도 파악할 수 있다. 글을 읽다 중단에 멈췄다는 건 그만큼 내용이 재미없었다는 것을 테니까.

- 상대적으로 많은 구독자가 있다는 것. 브런치의 경우 유명 작가들의 글을 살펴봐도 100개 미만의 댓글과 좋아요 개수가 있는 반면에 미디엄의 경우 상대적으로 많은 댓글과 수 천 개의 좋아요를 누른 글도 있다.

- 글 발행 시간을 예약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편리하다. 브런치는 글을 발행하기 위해서 꼭 앱이나 웹으로 들어와야만 한다.



결론


결론적으로는 브런치가 미디엄을 따라 만들었지만, 나름의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생각이 든다. 철저히 글 그 자체에 초점을 둔 사용성이라든지 '작가'를 위한 플랫폼이라는 마케팅과 그에 걸맞은 깔끔함이라든지 확실히 브런치는 그 자체로 충분히 돋보이기 시작했다. 글을 다 읽고 나면 아래에 추천 글을 보여주는 방식은 미디엄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덕분에 이후에 더 많은 사람이 유입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니 만족스럽다. 다만 외부에서 검색이 되지 않기 때문에 네이버 블로그처럼 광고성 글로 도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이외에 글을 쓴 본인이나 글을 읽은 누군가가 '행동'을 취했을 때만 외부로 노출되는 점은 분명히 매우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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