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과 발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아래는 <상해 견문록> 첫 글이자 목차
상해에 도착해서 처음 묵던 숙소를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 그 말은 상해에 도착한지도 벌써 보름이 다 되었다는 이야기다. 부인님께서는 정식 출근도 하시기 전에 요즘 그 핫하다는 송중기와의 광고 촬영으로 한국으로 잠시 떠나셨고, 그 사이 나는 상해에서 집을 계약하는 특명을 받았다.
위의 글을 보면 그 날의 충격과 공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중국인 두 명에게 둘러싸여 그것도 집주인과는 화상통화로 계약서를 서명하는 즐거운 경험을 하고 나니 반대로 어지간한 일에는 무뎌지기 시작했다.
이사는 부인이 다시 상해로 귀국하고 난 뒤 즉시 이뤄졌다. 이미 열쇠까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호텔 로비에서 택시를 잡아서 무려 캐리어 4개를 이끌고 새 집으로 향했다. 이 날 우리가 처리해야 할 일이 매우 많았다.
우선 중국에서는 집을 구하면 경찰서에 가서 이사했다고 신청을 해야 한단다. 단기로 거주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해야 하는데, 보통은 안 하는 경우가 많다곤 한다. 그래도 우리의 경우 1년 이상 장기 거주기 때문에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고 해서 3시쯤 경찰서로 향했다. 무려 1시간 넘게 기다리고 업무 처리에도 30분쯤 걸린 거주자 등록을 마치자 온몸이 노곤해졌다. 경찰서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다가 엄청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는데, 한 아주머니가 들어오시더니 접수가 마감됐다고 하자 자기 업무는 엄청 간단한 건데 왜 안 해주는지 모르겠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셨다. 한 30분 정도 장내를 헤집고 다니자 놀랍게도 다시 접수를 시작했다는 이야기. 내 차례가 되고 나서도, "여권 복사 해와라", "집 계약서 복사 해와라" 하는 통에 두 번이나 "复印可以吗?"라고 외치며 복사집으로 뛰어다녔다. 한 번에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경찰서를 갔다가는 양고기 훠궈(중국식 샤부샤부)로 저녁을 먹고 집 근처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외국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걸 보니 중국 내 브랜드인 거 같은데, 거의 도시 외각에 있는 이마트 정도의 규모다. 심지어 살아있는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고, 즉석에서 빵을 굽고, 파인애플을 자르고 있다. 세탁기 세제부터 시작해서, 대청소 용품 및 간단한 식재료를 샀는데 한국에서는 20만 원이 거뜬히 넘었을 것 같은데 10만 원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서울 물가가 정말 살인적이긴 한가보다.
집에 들어오고 나니 와이파이가 없다. 그래서 지난주 금요일부터 계속 브런치 글을 쓰지 못했다. 지금도 집 근처 카페에 앉아서 인터넷을 쓰고 있는데, 와이파이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있다. 내일쯤 인터넷을 신청하러 가야겠다.
한국에서는 노트북도 휴대폰도 카페에서 화장실 갈 땐 아무 걱정 없이 다녀오지만, 이곳에서는 사람도 10명 정도밖에 없는데 내 옆자리에 있는 사람이 화장실 가면서 물건 좀 잠깐 봐줄 수 있냐고 물어본다. 덕분에 나도 그 사람에게 화장실 다녀오겠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부상조를 실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