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여행기 첫 이야기
아래는 <부부의 상해 견문록> 목차
(상해 첫 여행)
1. 중국인과의 조우
2. 상해 첫 날 이상무
(상해로 이사 후)
4. 상해로
5. 상해에서
7. 상해에서 이사하기
10. 상해에서 만난 사람들
11. 대륙의 실수
12. 상해에서 아이폰 7 구입기
13. 미래도시 상해
14. 중국은 한국이 왜 필요한가
같은 매거진 다른 시리즈 <로마의 휴일>
같은 매거진 다른 시리즈 <제주도 찬가>
살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추운 한 토요일 오후였다. 며칠 째 계속된 한파로 물은 얼고, 물을 조금씩 흘려보내라고 안내 방송이 계속 나왔다. 지인의 결혼식을 마치고 바로 인천공항에 가려고 준비하고 나온 우리는 몸을 잔뜩 움츠린 채로 강남역 라커에 맡겨두었던 커다란 캐리어를 챙겨 나왔다. 그리고 다시 강남역에서 나와 공항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침부터 너무 부산스럽게 움직이느라 피곤했는지 버스에서 정신을 놓고 잠든 우리는 인천공항 3번 출구 앞에 도착했다. 호텔에 전화를 걸었다. 다음 날 이른 시간의 비행기라 예약한 공항 근처에 예약을 해두었다. 호텔 직원은 1시간마다 오는 호텔 셔틀버스는 막 떠나서, 3번 출구에 있는 공항 셔틀버스를 타고 이마트 정거장에 내리면 쉽게 걸어서 올 수 있다고 했다. 입구 옆에 있던 뚜레쥬르 매장에서 주스를 하나씩 입에 물고는 공항 셔틀버스를 잡아탔다. 3시가 조금 넘어서 호텔에 도착한 우리는 체크인을 하고 샤워 후에 잠시 눈을 붙였다.
5시쯤 눈을 뜬 우리는 허기를 느꼈고,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인천공항 지하에는 푸드코트가 있는데, 그곳의 탕수육과 짬뽕은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최근 인천공항에 갈 일이 많아서 인천공항에서 이것저것 먹어보게 되었는데, 탕수육과 짬뽕은 정말 맛있어서 한 번씩 먹으러 가고 싶다고 난리를 치곤 했다. 이번에 갔더니 메뉴판에 탕수육이 준비 중이라고 되어있다.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진 것 같았다. 갑자기 입맛이 없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혹시 나하는 마음에 물어보는데, 탕수육이 된단다. 탕수육과 짬뽕을 흡수했다. 아주 배불리 먹어 배가 곰처럼 되었을 때, 공항 CGV에서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관의 상영관이 2개밖에 없어서, 원래는 다른 영화를 보고 싶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크게 없었다. 쿵푸팬더를 봤다. 두 번째로 보는 쿵푸팬더, 1편을 봤던 거 같은데 벌써 3편이란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영화관을 나오면서 5점 만점을 주지 않을 이유를 도저히 찾지 못했다. 왓챠 앱을 열고 5점을 줬다.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돌아오는데, 생각해보니 의도하지 않았는데 식사도 영화도 다 중국식이다. 방으로 돌아와서 내일 새벽 6시 기상을 기약하며 잠이 들었다.
스페인어 공부할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바로 과거의 표현이었다. 영어 문법 중에서 무엇이 가장 어려운지 물어본다면 크게 주저하지 않고 가정법이라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처음 가정법이 어려웠던 이유는 한국어에서는 가정법에 대응하는 개념은 존재하지만 영어처럼 동사가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페인어의 과거는 영어에도, 그리고 한국어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스페인어의 과거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크게 2가지로 구분하자면 '이것이 배경이 되는 이야기인지, 중요한 이야기 인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한국어로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나는 카페에 들어갔고, 그녀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스페인어는 (1) 카페에 들어가고, (2) 커피를 마시는 행위를 각각 2가지 경우의 수로 표현이 가능하다.
- entré a la cafetería y ella tomó un cafe
- entraba a la cafetería y ella tomó un cafe
- entré a la cafetería y ella tomaba un cafe
- entraba a la cafetería y ella tomaba un cafe
두 행위 중에 무엇을 글쓴이가 강조하느냐에 따라서 여러 가지 표현이 가능한 것이 처음에는 이해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이해가 되고 나니, 동사 하나로 더 뉘앙스를 전달하는 그 매력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다음 날 인천공항의 광경은 그동안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한국에 여행 온 중국인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다. 상해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겠지만, 그동안 인천공항을 지나면서 배경처럼 스쳐나갔던 중국인들이 이번에는 보다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명절을 맞아 양가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장만하고, 부인이 인터넷 면세점에서 신청해놓은 물건을 수령하러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수십 명의 중국인들이 길에 길에 늘어 앉아서 수십 개의 비닐봉지를 뜯어서 가방에 집어넣고 있는 장관이 펼쳐졌다. 중국에 돌아가서 친구에게 선물을 하려고 하는지, 아니면 인터넷으로 장사를 하려고 하는지 똑같은 화장품 20개를 한 번에 가방에 집어넣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정말 단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면세점 관계자들은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했다. 그것도 너무나 자유자재로 중국어를 구사하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부인과 함께 중국인의 구매력에 혀를 내두르고는 짐을 챙겨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