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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Feb 17. 2016

상해 여행기

둘, 상해 첫 날 이상무

아래는 <상해 견문록> 첫 글이자 목차





푸동 공항에 내렸다. 나에게는 중국의 김포공항 같은 느낌이었다. 미리 챙겨간 별지 비자로  입국하는 것부터 만만찮았다. 중국의 1인 당 비자 발급 비용이 단기 비자 더라도 5만 원에 달했는데, 중국 현지 비자 발급 업체를 이용하니까 2인 이상의 경우 한 사람당 3만 5천 원에 별지 비자라는 이름의 비자를  발급받았을 수 있었고, 그 비자를 챙겨 왔다. 우리 앞에는 엄청난 숫자의 단체 관광객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 사람들이 다 빠지고 난 다음에야 입국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공항을 나와서 지하철을 향했다. 공항 입국 수속을 밟고 10분을 걸어서야 겨우 지하철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하철로 가는 길에 건물 벽면에 붙어있는 광고의 묘한 촌스러움과  빨간색 사랑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우리는 지하철로 1시간 거리의 상해 중심부 숙소로 향해야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푸동 공항에서 상해 중심까지 고속철이 있어서 더 짧은 시간에 갈 수 있었는데, 그걸 몰랐던 부인과 나는 하염없이 지하철을 타고 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바꿔간 100위안짜리 지폐로는 지하철 표를 살 수가 없어서 창구에서 돈을 바꿔주냐고 물어봤더니 안된단다. 그래서 근처 편의점에서 마실 걸 조금 사고 잔돈을 챙겨서 티켓을 바꿨다. 한국에서는 보통 줄이라는 것을 서지 않나? 처음 마주한 중국 사람들은 조금만 주저한다 싶으면 잽싸게 지하철 티켓 발매기 앞으로 새치기를 했다. 지하철 입구가 열리기를 기다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음번에 말할 수 있도록 외워가야겠다.


插队的人让我很生气 (새치기하는 사람은 나를 화나게 한다)  


지하철을 타고 자리에 앉아 있는데,  맞은편에 빵모자를 쓴 3~4살 된 꼬마  남자아이와 아빠가 창 밖을 보면서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는 계속해서 아빠에게 중국어로 뭐라고 하면 아빠가 친절하게 대답을 해준다. 어디나 결국 사람 사는 곳이다. 다만 공사장 근처에서 날 것 같은 조금은 거슬리는 먼지 냄새와 닦지 않아 뿌옇게 흐려진 지하철 창문 덕에 처음에 지상으로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도 바깥 풍경을 보기가 매우 힘들었다. 지하철이 다시 지하로 들어가면서 놀라운 경험을 했는데, 달리는 열차의 창문에 광고가 따라서 달려오고 있었다. 정말 지하철에 귀신이라도 따라오는 것처럼 놀라서 밖을 살폈는데, 길게 이어진 스크린이 지하철의 이동 속도에 맞춰서 조금씩 위치를 바꿔서 노출되고 있었다. 놀라운 기술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15분쯤 왔을까, 갑자기 열차의 모든 사람이 내린다. 아직 40분은 더 가야 되는 거 같은데, 영문을 모른 채 우리는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내린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지하철로 몰려왔다. 문이 닫히고 열차가 출발하는데, 어라, 지하철이 공항으로 돌아간다. 이러면  안 되지. 공항에서 출발하는 지하철이라 그런지 지하철 역 간 간격도 너무 넓다. 한참을 뒤로 되돌아가서, 다시 반대편 열차를 타고, 한 정거장을 다시 와서 반대로 뛰어가서 열차를 옮겨 탔다. 중국어를 모르니 고생이다. 중국에서는 지하철이 갑자기 반대로 가기도 한다는 좋은 교훈을 얻었다.


숙소가 있는 지하철 역에 내려서 걸어가다 다시 좋은 교훈을 배웠다. 중국에서 구글 맵은 쓰지 말아야지. 네이버 블로그에 있는 숙소 위치를 찾아서 겨우 도착했다. 우리는 먼 거리를 이동하느라 지쳐있었고, 배가 매우 고팠기 때문에 바로 음식점을 찾아 나섰다. 마침 숙소 옆에 유명한 식당이 하나 있어서, 짐만 풀고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1층 로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참을 올라갔다. 오호, 정말 중국집에서 볼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이 식당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정말로 테이블 위에 원형 선반을 돌려가면서 음식을 먹는다. 신기해하며 자리에 앉았고, 메뉴판을 받았다. 처음에 중국어로만 가득 쓰여 있는 메뉴판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부인은 대만에서 중국어를 공부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용하는 한자가 더 익숙했고, 중국의 간소화된 간체자 읽기를 힘들어했다. 그리고 워낙 메뉴가 많아서 메뉴를 다 읽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시켰을 때 무엇이 나올지를 제대로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다행히 그림 메뉴판이 함께 나왔고, 메뉴판에 있는 음식 이름을 찾아서, 주문서에 같은 이름을 찾아서 개수를 쓰는 식으로 주문을 할 수 있었다. 


음식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맛있었다. 어릴 적 부모님 손잡고 중국에 놀러 갔을 때 몇몇 음식이 입맛에 안 맞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무슨 음식인지 잘 몰라서 막 골랐는데도 실패가 없었다. 우리 부부는 피로도 잊은 채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다시 하하호호 모드로 전환되었다. 여행  첫날이라 몸은 조금 피곤했지만, 훌륭한 식사에 피로도 잊고  첫날의 데이트를 와이탄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날씨는 추워서 눈도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와이탄에서 가장 가까운 난징동루(南京东路) 역에서 내려서 걸어갔다. 사진에서만 보던 동방명주도 볼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오기 위해서 길가에 기다리고 있는 택시 기사에게 다가갔다. 부인과 함께 숙소 이름을 보여주며, 이 곳으로 가달라고 하자 100위안(한화로 2만 원)을 요구했다. 우리는 미터를 켜고 가자고 했더니 안된단다. 왜 미터를 못 쓰냐고 물어봤는데, 눈이 와서 안된단다. 4차례쯤 비슷한 경험을 하고 조금 걸어나와서 그제야 제대로 된 택시를 탈 수 있었는데, 미터로 오니 기본요금인 16위안으로 올 수 있었다. '이런 중국!%@#@'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한국에 여행 온 친구들에게 똑같이 사기 치려고 드는 한국 택시 기사 이야기를 수도 없이 봐왔기 때문에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안 좋은 경험 하나는 나라 전체의 이미지를 안 좋게 한다. 이렇게 우리 부부는 또 한 번 중국식으로 강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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