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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Nov 08. 2016

미래도시 상해

IT 강국은 이제 중국입니다

아래는 <상해 견문록> 첫 글이자 목차





지난 주말 고등학교 친구가 상해를 다녀갔다. 갑작스럽게 친척들과 함께 상해에 온다고 연락이 와서 얼굴을 못 보진 않을까 걱정했으나 상해 현지인과 여행을 하겠다며 나와 주말에 시간을 함께 보냈다. 중문학 전공으로 이미 3~4년 전 산동지방의 제남에서 교환학생을 한 이 친구는 처음에는 그냥 ‘높은 건물이 조금 더 많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틀을 우리 부부와 함께 보내고 난 뒤에는 중국이 너무 무섭다고 말하며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상해를 여행하는 한국 사람들이 동방명주나 예원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이런 중국 서비스를 더 많이 느끼고 돌아가는 게 좋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중국에 오기 전까지는 한국 IT 서비스가 최고라고 생각했다며.

첫째 날


친구가 상해에 오면서 로밍을 하지 않아서, 신천지 근처에서 만나기로 말만 하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친구가 신천지에서 중국 단기 유심을 구매했다고 연락이 와서, 상해의 모든 한국 관광객이 모인다는 신천지 스타벅스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디디추싱滴滴出行이라는 중국 택시 호출 앱을 통해서 목적지를 찍고 택시를 불렀다. 한국의 카카오 택시와는 달리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택시를 바로 잡을 수 있다. 출퇴근 시간에도 도로 상황에 따라서 기본요금을 몇 위안 추가하면 쉽게 잡을 수 있다. 신천지 스타벅스 앞에서 부인과 함께 택시에 내려서 친구를 만났고, 점심시간이 늦어서 바로 근처의 상해 음식점으로 향했다. 계산은 알리페이 앱을 열어서 결제용 QR코드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 점심을 먹고 복단대 근처 대학로에서 저녁을 먹기로 한 우리는 우버Uber를 불러서 발마사지 샵으로 향했다. 이미 발마사지 샵으로 향하는 길에 대중점평大이라는 모든 가게의 리뷰를 확인할 수 있는 앱을 열어서 할인권 구매와 함께 예약을 마쳤다. 도착해서 휴대폰을 화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확인 완료. 친구의 눈은 우버를 불렀더니 웬 시꺼먼 승용차가 오는 걸 보고 커지기 시작하더니, 이동하면서 할인권과 예매를 마치는 것을 보고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발마사지를 마치고는 대학로로 걸어가서 대만 음식을 먹었다. 대만 음식점은 발마사지를 예약했던 대중점평大이라는 앱을 쓰면 할인된다고 해서 다시 그 앱으로 결제. 그리고 다시 우버를 식당 바로 앞으로 불러서 집에 도착했는데, 친구가 식당에 짐을 놓고 내렸단다. 그래서 다시 한번 식당 앞으로 목적지를 찍고 우버를 불러서 가방만 가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데 택시 기본요금 14위안이 나왔다. 6km 정도 거리에 한화로는 약 2500원 정도 되는 금액이다. 돌아오는 길에 아료마饿라는 앱으로 과일을 세 가지 종류 시켰다. 골드 키위, 수박, 오렌지가 각각 플라스틱 용기에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게 잘려서 집으로 배달됐다. 각각 300g을 시키니 약 8천 원 정도.
 

둘째 날


아침에는 다시 아료마라는 앱으로 아침 식사를 시켰다. 단병蛋이라는 중국 전통 음식과 치즈 계란 토스트를 집으로 시키는데 3천 원. 아침을 먹고 나와서 내가 일하는 사무실을 잠깐 구경하고, 다시 대학로에 VR 카페로 향했다. VR 카페는 고글 같이 생긴 VR을 쓰고 게임을 할 수 있는 가게다. 전쟁, 좀비, 스키, 롤러코스터 등 다양한 게임을 VR을 통해서 입체적으로 느낀 1시간 후 근처의 운남云南 음식을 먹으러 갔다.

음식을 먹고 나오는데, 요즘 중국 사람들이 많이 타고 다니는 공유 자전거가 길거리에 가득하다. 친구에게 상해 자전거를 경험하게 해줄까 싶어 자전거 뒤에 붙은 QR코드를 찍어봤더니, 외국인은 여권으로 본인 인증을 해야 한단다. 멀리 다니지도 않을 거 같지도 않고 인증도 귀찮아서 굳이 빌리지는 않았지만, 요즘 집 근처의 3할가량은 이 공유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걸어가다가 눈에 보이면 QR코드를 스캔해서 타고 다니다가 원하는 곳에 세워두면 끝이다. 근처 카페에서 진짜 키위를 갈아 넣은 과일 주스를 마시고 있다가, 잠깐 집으로 향했는데 어제 자정 가까워 시킨 생수가 집 앞에 와있다. 상해는 대체로 전날 저녁에 시키면 그다음 날 오전, 오늘 오전에 시키면 오늘 오후에 택배가 도착한다. 함께 저녁을 먹고 마찬가지로 알리페이 QR코드로 결제를 하고 우버를 태워서 친구 호텔로 무사히 귀가시켰다. 친구가 호텔 앞에 내리니 우버에서 잘 도착했다고 푸시가 왔다.

진짜 상해 보기


요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상해에 여행을 온다. 그런데 보통 가이드 여행을 오거나, 2~3일 단기로 여행을 오는 경우가 많은데 대체로 유명한 관광지 몇 곳을 둘러보고 가면서 상해를 경험했다고 느끼기 쉽다.

하지만 서비스 개발자로서 느끼는 상해에 대한 소감은 상해는 정말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동남아로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중국의 서비스들이 한국에 상륙할 날도 곳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위에서는 다 소개하지 못했지만, 매주 청소해주는 아주머니를 부르는 것도 앱에서 클릭 몇 번이면 예약이 가능하고 결제도 자동으로 이뤄진다. 영화관 예매는 단 한 개의 앱에서 어느 영화관이든 예약할 수 있다. 모든 연극 예매나 전시회도 마찬가지. 심지어 마사지도 저렴한 가격에 집으로 부를 수 있는 곳이 상해다. 아직도 많은 한국 사람들이 중국을 아직 우리보다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중국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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