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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Nov 25. 2016

중국 사업가는 한국이 왜 필요한가

한국 경제는 중국이 없으면 휘청 할 텐데

아래는 <상해 견문록> 첫 글이자 목차





중국에서 6개월 거주를 바탕으로 한 짧은 경험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라는 것을 먼저 밝힌다. 아직 중국어도 제대로 못하지만, 중국에서 조그마한 사무실을 얻어 매일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중국인들과 마주하며 지내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도 주워듣고 한국에서 온 사업가라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다가와서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보곤 한다. 가끔 있는 영어 하는 중국인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아서 여러 조언을 많이 해주는데, 요즘 실업률이 높다는 중국에서 중국인 대학생만 한 명 직원으로 고용하면 정부에서 5천만 원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알려주는 등 매우 친절한 경우가 많다. 오늘 쓰려는 건 얼마 전 나와 회의를 신청했던 한 중국 업체와의 이야기다. 다행히 한국에서 5년을 살았다는 중국인 한 분이 통역으로 나와서 나는 한국어로 편하게 떠들 수 있었다.


업체는 중국 내 꽤 규모가 있는 여러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회사였다. 부동산 등 다양한 사업 분야 중에 하나는 중국 전통문화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고, 전통 음악 등의 공연이나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전통문화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교육 사업과 연계해서 주로 라이브 동영상을 촬영하는 왕홍, 그러니까 중국판 유튜브 스타를 양성하고 싶다는 게 이 업체의 목표였다. 그런데 왕홍 양성을 해본 경험이 없고, 왕홍 마케팅 관련된 지식이 없어서 나를 찾아왔다는 것. 그러니까 다시 말해 왕홍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해달라는 이야기다. 음, 왜 나한테 와서 이러시는 건가요? 그러니까 이건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서, 중국인들이 나에게 다가와서 무엇을 하냐고 물었을 때 "디지털 마케팅" 일을 하고 있노라 말하면서 "왕홍" 마케팅을 한다고 설명을 하곤 했다. 한국은 디지털 마케팅 중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말하면 대체로 블로그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인데, 한국처럼 블로그 플랫폼이 발달하지 않은 중국에서는 인플루언서(왕홍)라고 하면 바로 라이브 동영상을 떠올린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의 머리 속에 나는 유튜브 스타를 거느린 회사 대표쯤으로 인식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미팅 중에 다시 내 사업 내용에 대해서 설명하고, 한국 업체 중에서 왕홍 교육을 할 수 있는 업체를 찾아보고 연락해주겠노라 인사하며 회의는 끝이 났다.


한국에서 5년을 살았다는 통역가와 이후 따로 만나서 이야기해보니, 마침 나랑 동갑내기 친구고 건대에서 한국어로 박사까지 했단다. 진심으로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 한국인인 줄 알았다. 워낙 중국 내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들이 드나들다 보니 중간에서 통역을 하면서 중국 비즈니스와 한국 비즈니스를 비교해볼 수 있었고 여러 기회들이 눈에 보인다고 한다. 그중에 한국이 우위에 서있는 것은 바로 시스템이란다. 한국은 중국을 거대한 시장으로 생각한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었는데, 축적된 부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상품과 부동산을 빨아들이고 있다. 그중에 큰 수혜를 입었던 게 한국 화장품이었다. 그런데 업계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이제는 한국 화장품은 지고, 일본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정확히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제는 화장품 관련 행사에 가보면 한국 화장품 부스보다 일본 화장품 부스 앞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고 한다. 누구보다 트렌드에 민감한 바이어들이 움직인다는 건 이미 트렌드로서의 한국 화장품이 지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사드, 한미 군사정보 협정 등으로 중국 정부의 통제가 시작된 한국 트렌드가 가면 한국은 무엇을 팔아야 하는가? 그는 이제 한국의 우수한 시스템을 중국으로 수출해야 한다고 한다. 중국은 산업 전반에서 한국이 체계화해놓은 시스템을 들여오고 싶어 한다. 최근 중국 길림성에서 한국 미디어와 합작해서 방송을 찍었다고 한다. 한국의 방송팀을 중국에 불러서 의사소통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국 드라마를 찍는 이유는 단순히 그 퀄리티가 우수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한 번 이식받은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 번만 팔면 끝나는 것이 아닌가? 그는 그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왜냐면 중국은 워낙 땅덩이가 크고, 한 업체에서 전달받은 노하우는 쉽사리 다른 업체로 이전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전 중국을 놓고 봤을 때 큰 시장이 펼쳐져있다고 한다. 중국에는 사람이 넘쳐난다. 그래서 소위 "기술자"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한다. 이미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관리자"를 찾는단다. 여기서 관리자란 시스템을 이식 혹은 정착시키고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미팅했다던 업체에서 보내준 중국 정부 문건에 따르면 중국 정부도 이런 "관리자"급을 양성하기 위한 정책을 제정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한국의 방송이 사실 일본 방송을 벤치마킹해서 발전해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중국이 한국 방송을 벤치마킹해서 컨텐츠 대국이 되려고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미 대만 문화에서 최근에는 중국 드라마까지 소개되고 매니아 층을 만들고 있다. 나 역시도 브런치를 통해서 중국 드라마 몇 편을 소개하기도 했다. 수 년 안에 미국 드라마를 보듯 중국 드라마를 찾아보는 날이 오지 않을까? 혹은 중국 드라마가 C-Drama라는 이름으로 전세계에 수출되는 날이 곧 오지 않을까 싶다. "시스템을 팔고 나면, 그 다음엔"이라는 질문에 대답은 일단 천천히 찾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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