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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Aug 26. 2016

대륙의 실수

상해에서 미밴드 2 구매기

아래는 <상해 견문록> 첫 글이자 목차





아래 글에서 말했지만 요즘 우리 부부는 본격 욕망하기를 도전하고 있다. 특히 욕망 꿈나무인 나를 위해 부인님께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고 계신다. 신기술이 관심이 많은 나에게 이번에는 새로 나온 미밴드 2를 선물해주기로 마음에 먹었다. 원래 앱등이(애플 제품 팬을 속되게 이르는 말)인 나에겐 애플 워치가 먼저 눈에 들어왔으나, 완전히 충전을 하고도 24시간을 넘기지 못하는 배터리는 몹쓸 문제였고, 요즘 운동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미밴드가 있으면 수면 상태나 일일 운동량 등 다양한 부분을 측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가까운 곳에도 샤오미 판매점이 많았으나, 기왕 욕망하는 거 제대로 욕망하기 위해 상해에 하나밖에 없다는 직영 판매점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위치는 西藏北路198号上海大悦城, 한국어로 하면 서장북로198번가 되시겠다. 건물 이름은 무려 대열성이다. 샤오미 매장은 건물 3층에 있었는데, 3층에 올라가자마자 우리 부부의 눈을 끌었던 건 엄청나게 많은 인파였다. 왜인지 알고 보니 라인 프렌즈 행사를 하고 있었다. 건물 여기저기에 라인 관련 행사장을 마련해서 사람들이 하루 종일 건물을 다 누비도록 만들어 놓았달까. 중국 내에서는 사용도 불가능한 라인이 어떻게 이렇게 중국인이 열광하도록 캐릭터 사업을 벌이는지는 정말 연구 대상이다.



샤오미 매장의 외관은 흡사 애플 매장의 외관을 보는 거 같은 느낌이었다. 유일하게 눈에 들어오는 차이점은 입구에 밝게 빛나는 주황색 샤오미 로고와 홍미(红米)라고 쓰여있는 광고판, 그리고 샤오미 매장에는 전반적으로 애플 매장에 비해서 직원 수가 매우 적다는 것 정도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샤오미 매장에서는 미밴드 2를 만날 수가 없었다. 미밴드를 사러 왔는데 없다니, 직원에게 물어보니 온라인에서 살 수 있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사실 매장에 오기 전 검색을 통해서 매장에 재고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크게 실망을 하진 않았지만, 미밴드를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한 관광객이라면 아쉬움이 더 클 거란 생각이 들었다.



쇼핑몰에서 밥을 먹고, 든든한 배를 만지며 건물을 내려오는데 특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뭔가 가죽 공방 같은 느낌인데 꽤나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에 열중하는 모습이었고, 들어가서 물어보니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자신이 원하는 가죽 제품을 만들어서 가질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여러 테이블에 나눠서 사람들은 제품을 만들고 있고, 사람들이 직접 만들었다던 제품을 둘러보며 물론 판매를 위해 제작된 공산품에 비해서 품질은 떨어지더라도 꽤나 수준 높은 제품들을 보며 하나쯤 자기 손으로 공들여 만든 제품을 들고 다니는 것도 운치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의 백화점과는 다르게 중국의 쇼핑몰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복합 문화 공간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쇼핑몰 내에 학원이 있는 경우도 많고, 아이를 맡겨 둘 수 있는 놀이 공간이 있는 경우도 있다.



매장에서 미밴드 구매를 실패했다고 해서, 나의 욕망은 끝나지 않는다. 그 다음날 중국 사람들이 정품 전자제품을 사기 위해 이용한다는 징동(JD.COM 혹은 京东)에 들어갔다. 중국 내 가장 큰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타오바오는 가짜 제품이 많다는 인식이 강해서, 중국 사람들은 전자 제품을 살 때는 징동을 사용한다. 그리고 징동은 오늘 저녁에 주문하면 내일 아침에 도착하는 빠른 배송으로 유명하다. 미밴드는 중국어로 手环이라고 하는데, 들어가니 샤오미 공식 판매점을 통해 예약 구매를 할 수 있었다. 가격은 199위안. 놀라운 점은 매일 오전 10시에 일괄적으로 구매 신청을 하는데, 무려 당일 오후 3시경에 물건을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물건은 상해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상해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의 수저우(苏州)의 창고에서 출발해서 5시간 만에 물건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중국 물류의 기적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오자마자 미밴드를 완전히 충전하고 사용을 시작했는데, 우선 간단한 기본 정보를 입력하고 나면 아래 가장 첫 화면처럼 매일 목표 걸음수를 정할 수 있다. 8000보를 걷는 걸 권장한다고 하니 그대로 세팅하고 나면, 자리에 한 시간 앉아있을 때마다 진동으로 알려준다거나, 전화가 오거나 위챗으로 문자가 오면 진동으로 알려주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가장 흥미로운 기능은 수면 측정 기능이었는데, 보통 나는 누우면 무슨 일이 있어도 5분 이내에 보통은 30초 이내에 잠드는 편이라서 깊은 잠을 자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기기 상에서는 전체 수면 시간 중에 1시간 반 정도밖에 깊은 잠을 자지 않는다고 해서 매우 놀랐다. 다만 이건 뇌파를 측정하는 게 아니라, 추정하건데 수면 중에 움직임을 통해서 깊은 잠을 자는지 산정하는 방식이라서 나처럼 잘 때 움직임이 많은 사람은 불리하지만 재미있는 정보임에는 틀림없다. 그 외에도 친구 간에 매일 걸음 수와 수면량을 서로 공유할 수도 있고, 심박수를 측정할 수도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노트북을 사용할 때는 이물감이 느껴져서 조금 불편했다.



왠지 샤오미를 차고 나니 운동을 하러 가야할 거 같아서 부인님과 그날 저녁 바로 헬스장을 향했고, 이 날 첫 8000보를 달성했다. 매일 걸음수를 확인하자니, 괜히 더 걸어다니게 되서 살이 빠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요즘이다. 올해 말에 애플 워치 2도 나온다는데, 충전 후 사용 시간이 24시간이 넘는다면 한 번 구매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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