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0명이 구독하는 작가의 탄생
작년 말부터 브런치를 쓰기 시작해서 벌써 8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상해에 넘어오면서 서비스를 준비하며 글쓰기 횟수가 많이 줄었지만,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알음알음 글도 공유해주시고 읽어주셔서 조회수의 급락이 가파르고 잦은 편이다. 조악한 글솜씨에 최근에는 게을러지기까지 한 내 글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며칠 전에는 구독자가 2,000명이 넘었다. 브런치에서 푸시가 날아와서 조용히 자축했는데, 그와 함께 브런치가 그간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간 브런치에 대한 글은 몇 번 쓴 적이 있다.
아래와 같이 1,000명이나 구독을 해주셨을 때도 한 번 브런치라는 플랫폼의 성격에 대해서 썼다.
그리고 브런치가 참고했다고 알려진 미디엄이라는 서비스와 비교글을 올리기도 했다.
오늘 중점적으로 다뤄보고 싶은 글은 파이썬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해서 내 구독자 분들의 데이터를 취합했던 글이다.
그리고 이 글에서 작성한 프로그램으로 산출된 2016/03/01 데이터와 2016/08/08 데이터를 아래에 첨부한다. 밑에 이어지는 내용의 데이터가 궁금한 사람은 아래 파일을 통해 직접 비교해보면 된다.
자세한 데이터를 들여다보기 전에 브런치에서 변했다고 느끼는 인터페이스의 변화는 구독 방식이다. 올해 3월에 데이터를 취합할 당시에만 해도, 브런치는 작가 1명을 구독하면 그 작가가 가진 매거진 전체를 구독하는 형태를 취했다. 별도의 매거진을 구독할 수도 있고, 작가 구독을 통해 매거진 전체가 자동 구독되더라도 특정한 매거진을 취소하면 푸시를 받아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방식은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작가 한 명이 새로운 주제에 대해서 글을 쓰고 싶어서 새로운 매거진을 열었을 때 기존의 구독자가 전혀 그 내용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티거 Jang(https://brunch.co.kr/@suhanjang)이라는 필명으로 삼성 퇴사에 관련된 글을 쓴 작가는 '퇴사의 추억'이라는 매거진을 통해서 유명해졌고 그 이후 '외로움의 편력'이라는 에세이 형태의 매거진을 추가하였는데, 퇴사의 추억은 현재 구독자가 7,005명, 이후에 추가된 외로움의 편력이라는 매거진은 2,545명의 구독자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새로 추가된 매거진은 기존의 구독자에게 알림을 보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방식은 장기적으로 기존의 작가가 글을 새로운 글을 쓸 때 기존의 인지도를 활용할 수 없어서 안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시점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선되어 있었다. 현재는 매거진에 구독한 것만 매거진 별 구독자가 증가하고, 작가를 구독할 경우에는 작가의 각 매거진에는 자동으로 구독을 추가하지 안돼 푸시는 보내는 시스템으로 변경된 것이다. 즉, 기존에 매거진이 아니라 작가를 구독하고 있다면 새 매거진이 추가되더라도 자동으로 그 내용을 받아보는 형태라고 하겠다. 다만 기존에 작가를 구독했을 때, 자동으로 추가된 매거진 구독은 따로 수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데이터를 취합하면서 괄목할 만한 변화라고 느낀 점은 1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작가가 탄생했다는 점이었다. 지난 3월에는 최다 구독자를 가진 작가의 경우 5천 명 정도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가끔 브런치 메인 페이지를 통해서 이런저런 글을 찾아다닐 때면 5천 명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작가분들이 종종 보여서 '요즘 많이들 브런치를 하는구나.'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데이터를 보니 무려 최다 구독자 보유 작가의 경우 16,000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1만 명 이상 구독자 보유 작가 (2016/08/08 기준)
1위, 16251명: 바닐라 로맨스 https://brunch.co.kr/@varo
2위, 11243명: 책방아저씨 https://brunch.co.kr/@blade31
3위, 10897명: 페리테일 https://brunch.co.kr/@perytail
4위, 10297명: Alice in wonderland https://brunch.co.kr/@haneulalice
5위, 10283명: one https://brunch.co.kr/@onec
9,000명 이상 구독자 보유 작가
티거 Jang https://brunch.co.kr/@suhanjang
왕고래 https://brunch.co.kr/@symriro
한재우 https://brunch.co.kr/@stillalive31
달다 https://brunch.co.kr/@dalda
캡틴K https://brunch.co.kr/@captaink
두근거림 https://brunch.co.kr/@kozzangnim
금요일 흐림 https://brunch.co.kr/@mistyfriday
좋은비 https://brunch.co.kr/@goodrain
8,000명 이상 구독자 보유 작가
글쟁이짱쓸 https://brunch.co.kr/@jsk9831
마음을그리는화가 https://brunch.co.kr/@reali7879
Sean Pyo https://brunch.co.kr/@seanpyo
오두막바리스타 https://brunch.co.kr/@baewooyeul
조우성 변호사 https://brunch.co.kr/@brunchflgu
윤직원 https://brunch.co.kr/@yoonjikwon
심리학자 마음달 https://brunch.co.kr/@maumdal
클링키 https://brunch.co.kr/@clinky85
ALICE https://brunch.co.kr/@lovealice
브런치 내에서 가장 많은 매거진의 키워드를 취합해보면 많은 순서대로 "에세이, 일상, 여행, 영화, 책, 생각, 사랑, 육아"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제외하면 인기 작가의 글은 이 키워드를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말해, 브런치에서 많이 쓰이는 글과 많이 읽히는 글은 다르다는 이야기다.
키워드는 생각보다 굉장히 다양한 편이었다. 8,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가진 작가의 키워드는 크게 연애, 책, 만화, 해외취업, 퇴사, 심리, 공부, 여행 등으로 정리해볼 수 있었는데, '심리'라는 키워드가 특별히 많고 그 외에는 대체로 고른 분포를 가졌다. 다만 소위 '스타' 작가의 계정을 살펴보니 몇 가지 경향성을 보였다. 가장 일반적인 특징은 계정에 들어가는 순간 무슨 주제에 대해서 다루는 브런치인지 정체성이 명확하다는 점이었다. 그 외에는 본인의 전문성이나 특이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풀어낸 경우이거나, 혹은 그림이나 만화 등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었다. 다만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글은 작성된 글 내에 이미지가 많다기보다는 글 전체가 이미지로 구성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구독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 좋게만 보지 않는 시선도 있었다. 예전에 브런치에 구독을 하면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제공했던 이벤트를 기억하는가? '마음을그리는화가'라는 필명의 작가분은 아래에서 글에서처럼 브런치가 단순히 작가의 팔로우를 늘리기 위해 이벤트를 하는 행위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나의 경우에 새 글을 올리면 약 구독자의 10% 정도가 푸시를 통해 글을 열어보는 편인데, 단순히 구독자를 늘리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기존의 구독자분들과 더 많은 교류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브런치 구독자 중 1,000명 이상 구독자 보유 작가
티거 Jang https://brunch.co.kr/@suhanjang
차칸양 https://brunch.co.kr/@bang1999
YoungJun Jamie Jo https://brunch.co.kr/@joyjun7
청민 https://brunch.co.kr/@romanticgrey
솔군 이제는 큼이 아빠 https://brunch.co.kr/@psspsshi
허용회 https://brunch.co.kr/@yonghheo
이동영 작가 https://brunch.co.kr/@dong02
워늬 https://brunch.co.kr/@hee072794
Life Learning https://brunch.co.kr/@jade
정해인 https://brunch.co.kr/@haebaragi79
최효석 https://brunch.co.kr/@choihs0228
꾹꿍 https://brunch.co.kr/@hoho5492
Soomin Kim https://brunch.co.kr/@flatdesign
위는 내 브런치를 구독해주신 분들 중에서 구독자가 1,000명 이상인 분들의 목록인데 상대적으로 내 글과 관계가 많은 스타트업 관련 종사자 분들인 경우가 많았다.
브런치는 앞으로 어떤 플랫폼이 될 것인가? 5개월 만에 최고 인기 작가의 구독자 수가 5,000명에서 16,000명으로 증가했다는 것은 고무적인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던 이벤트를 통한 무리한 팔로우 숫자 늘리기에 대한 점이나 역시 앞서 이야기했던 새로운 글 당 오픈율이 10% 정도밖에 안된다는 사실은, 15,000명의 구독자를 가진 작가라도 한 글에 앱으로 유입시킬 수 있는 구독자는 1,500명 정도 된다고 추산해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1,500명이라는 숫자는 책 한 권 발행 시 1쇄 수량이 2,000권이라는 사실을 감안해봤을 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게시글이 늘어날수록 게시글 당 구독자가 줄어드는 현상도 브런치의 특이점이었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는데, 다작을 하는 작가의 경우 브런치 전체의 주제가 흐려져서 전반적인 매력도가 하락하는 경우와 매 글이 발행될 때마다 푸시를 보내주는 브런치의 특성이 오히려 작가에 대한 구독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 나처럼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쓰는 경우, 브런치에 들어왔을 때 '이 사람은 뭐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거야?'라는 의문점이 들 수 있다. 문제가 되는 점은 브런치 이용자가 푸시를 '피곤하다'라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인데, 구독하는 작가가 많은 사용자의 경우 미디엄처럼 이메일로 매일 혹은 매주 새로 발행된 글을 모아서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종합하자면, '증가하는 구독자'라는 장밋빛과 5개월 간의 성장 속도로 봤을 때 1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스타 작가의 탄생'이 1~2년 내에는 어려워 보인다는 어둠이 공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스타 작가'가 한 두 명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많은 수가 성공적으로 탄생해야 한다는 점도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가지는 고민이겠다. 브런치에 행운을 빈다. 물론 수많은 고민과 테스트를 하는 날들이 있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