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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Jul 26. 2016

경영, 책으로 배우다

[후기:도서]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

브런치에 두 번째로 쓴 글에서 '내가 왜 개발자가 되었는지'에 대해서 적은 적이 있다. 아래의 링크에서처럼 나의 개발자로의 변신은 좋은 사업가가 되기 위한 것이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줄곧 나의 꿈은 사업가였다. 그래서 1학년 2학기에 학교 내의 창업 동아리를 시작했고, 그다음 해에는 동아리 부회장을 했고,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서울 지역 연합 창업 동아리의 문을 두드렸고 임원으로 활동했다. 한국에서는 창업이 나이와 관계없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성공하는 길이라고 믿었고, 꼭 성공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교내에서든 연합 동아리든 창업 동아리의 활동이라는 것은 별 것이 없었다. 동아리의 절반은 취업할 때 이력서에 한 줄 넣기 위해 동아리 활동을 하는 사람이었고, 나머지의 절반은 모임마다 이어지는 회식 자리에만 관심이 있는 듯 보였다. 동아리 활동 당시 다들 창업을 위해 모였다고 하지만, 정작 당시 창업을 한 사람은 손에 꼽혔다. 그땐 그랬다. 나는 당시의 어리숙함으로 그것이 사업가의 길에 한 발짝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제대 후 학교에 복학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잠깐 교내 창업 동아리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단 한 번 동아리 문 앞을 찾아갔던 적이 있다.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예전에는 없었던 전에 없었던 전자 잠금장치에 발을 돌렸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스페인이며, 브라질이며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아다니면서 살았지만 창업의 꿈은 잠시 잊은 채 살았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취업의 광풍 속에 휩쓸려 정신 못 차렸다. 그런데 결국 창업의 세계로 돌아오게 되었다. 취업난을 어렵게 넘어 들어간 회사의 매일 같이 이어지는 회식과 부하직원을 향한 폭언과 폭행은 내 머리 속에 커다란 물음표 하나를 남겼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는 '사람답게', 직급이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업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개발자가 되어 스타트업에 처음 발을 내디딘 이후로 여러 대표를 만났다. 몇몇 분은 내 직속 상사였고, 몇몇 분은 조언을 주시는 분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스타트업의 대표는 대체로 '일단 저지르고' 보는 성향의 사람들이 많았고, '어떻게 저렇게 운영해서 사업이 굴러가지'라고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정말 사업이 진행되는 신기한 관찰을 할 수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 굉장한 자기 확신과 인내가 없으면 금방 포기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생각하기만 하면 결국 주저앉기 쉽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저게 사업하는 방법인가 보다 생각했다. 오래 생각하지 않고, 지금 당장 행동하고,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는 것이 사업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스타트업에서 개발에서 기획까지 전천후로 활동하며, 끊임없이 숫자를 보고 고민하던 대표 한 분을 통해 많이 배우고 느꼈다. 마케팅에 관심을 보이던 나에게 매달 수백에서 수천 만원의 예산을 쥐어주며 나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끊임없이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덕분에, 단순히 개발자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본질에 대해서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책으로 때리다


상해로 와서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이 책을 만났다. 새로운 서비스를 함께 준비하고 있는 팀원의 추천으로 상해에서 전자책으로 다운로드하여서 읽게 되었는데,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는데 읽는 책 모서리로 얻어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한 편으로는 한숨을 쉬게 하는 책이었다. 내가 중요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아래에 따로 정리하겠지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으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측정하라


권도균 씨는 책에서 스타트업 대표를 아무도 만날 수 없고 인터넷만 되는 방을 만들어서 가둬두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 안에서 서비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수치를 통해 가설을 세우고 끊임없이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서 고객이 정말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글 하나에서도 밝혔지만, 사람들은 내가 만들면 사람들이 찾아와서 써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결코 아니다. 내가 너무 참신하다며 떠올린 서비스는 내가 제대로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이지 벌써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기능까지 포함해서 시장에 나와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잘 만들면 팔리겠지라고 생각하며 개발 강의를 제작하다가, 유튜브를 조금 검색해보고 나서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측정할 방법은 다 있다. 한 대표님은 서비스를 개발하기 전에 시장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하나 만들어서 관련 이미지와 글을 계속 공유했다고 한다. 사람들의 반응이 괜찮자, 그제야 이전에 운영하던 서비스를 접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단다. 측정이 굳이 거창한 것일 필요는 없다.


하지 않을 것을 정하라


책 안에는 자신이 아이디어가 너무 많다며 권도균 씨를 찾아온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발명 특허도 몇 건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는데, '이것저것 벌일 줄만 알지 하나를 정해서 끈기 있게 밀어붙이지 못한다.'고 충고해줬다고 한다. 이 지점에서 또 한 번 머리를 책으로 세게 맞았는데, 결국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하고 싶은 것 중에서 정말 하고 싶은 것 혹은 정말 시장성이 있는 것을 검증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데 걸리는 노력을 해본 적이 없는 것은 자명하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고,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한 번 해볼까'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까' 정하는 것이라는 것은 정말 큰 가르침이었다. 서비스를 시작하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무슨 기능을 더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 중에서 필요 없는 기능은 무엇인가?', '무엇이 서비스의 본질을 흐리는가?' 이것이 더 중요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이 고통스러워하는가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창업가는 대체로 낙관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불확실성이 가득한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힘들다. 무엇인가 시작하고 나면 고민은 줄어들지만, 원래 하기 전에 가장 고민이 많은 법이다. 그런데 낙관적이기만 한 것도 문제가 된다. 왜냐면 왠지 내가 서비스를 만들기만 하면, 세상이 달려와서 써줄 거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비스가 나올 때쯤 되면 '이만하면 됐지'라는 자만이 생기게 된다.


그런데 권도균 씨는 서비스를 5가지로 분류한다고 한다. '재미와 흥미가 있는 서비스', 있으면 좋은 서비스', '필요한 서비스', '없으면 안 되는 서비스', '없으면 고통스러워하는 서비스' 이렇게 5가지인데, 사람들은 현재 상황이 너무 고통스럽지 않은 다음에야 생각보다 새로운 서비스에 마음을 열지 않는다. 특히 창업가는 재미와 흥미를 주는 서비스에 빠지기 쉬운데, 이 부분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그 외에도


'팀 내에서 평화로운 의사 결정은 허상이다.'든지, '처음에 서비스를 시작할 때 팀의 몸집을 키우는 것보단 혼자서 작게 시작하는 게 나을 수 있다'든지, '서비스의 개발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는 훌륭한 조언들은 내 마음을 계속 흔들어 놓았다.


최근에 외국어를 좋아하는 부인과 외국어 학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나 외국어를 좋아하는 우리 부부지만 외국어를 공부하는 방법은 굉장히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요즘 드는 생각은 모두에게 최고인 답은 없고 모두 각자에게 최선인 방식이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한참 책 내용을 설명하고, 책 좋다고 소개하더니 갑자기 무슨 소리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사람의 조언을 듣고 자신을 위한 최선을 길을 닦아나가는 것이 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는 권도균 씨의 신중한 태도가 잘 묻어나 있다. 읽고, 좋은 조언은 최대한 받아들이되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자기 나름대로 신나게 변주해보는 것도 좋겠다. 원래 시키는 대로만 하면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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