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한국어 개발 강의가 없는 이유
아래는 <개발 읽어주는 남자> 시리즈 첫 글이자 목차
왜 진작에 만들어 놓았던 강의를 유튜브에 올리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1주일 전에 강의 사이트를 만들면서 모아놓았던 강의 동영상을 모두 유튜브에 올리고, 국내 가장 큰 개발 커뮤니티인 '생활코딩'에 이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직전 글을 통해서 브런치에도 공유했다.
'시장'의 반응은 어땠을까? 물론 전문적인 강의가 아니라 초보 강사의 개발 강의라는 것과 스위프트를 통한 아이폰 개발 전체 과정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자. 1주일 간 팔로우 숫자는 딱 20명이 늘었다. 그리고 조회수는 전체 동영상 통틀어 약 100회를 기록했다. 이 말이 무슨 뜻이냐면 '무료'로 강의를 풀었는데, 기존에 팔로우 한 8명에 추가로 팔로우를 한 사람이 20명이라는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이 강의를 '유료'로 풀었다면 아무도 사지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다. 공짜여도 별로 관심 가지지 않는 제품을 유료로 팔 수는 없다.
그래서 유튜브를 통해서 조사를 좀 해보았다. 과연 국내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에 개발 관련 강의 조회수는 얼마나 될 것인가? 내가 공개한 강의와 같은 '스위프트 & 아이폰' 개발 키워드로 검색하자 가장 인기 있는 동영상의 조회수는 약 1,000회가 조금 넘었다. 약 5개월 전에 올라온 동영상의 이야기다. 그제야 강의 플랫폼 서비스를 잘 포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자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서, 마케터의 눈으로 시장을 살펴보자. 가장 인기 있는 무료 동영상이 1,000회가 재생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해당 콘텐츠를 유료화 했을 때 실제로 구매자가 10명도 안될 것이라는 강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물론 저 동영상을 조회한 1,000명은 실제 구매할 가능성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고, 스위프트부터 아이폰 앱을 5개가량 만드는 동영상을 5만 원에 판매한다고 했을 때 10명이 구매한다면 예상 가능한 매출은 50만 원이다. 제작 비용이 높지만,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서버비를 제외한 모두가 수익으로 잡히는 온라인 강의의 특성상 예상 구매자가 많아야 하는데 그 모집단이 너무 적다.
그래서 다른 언어를 좀 찾아봤는데, 파이썬 & 장고 강의 중 최고 인기 강의의 첫 동영상 조회수가 약 2천 건, 그리고 자바 & 스프링 강의 중 최고 인기 강의의 1년 전에 올린 첫 동영상 조회수가 약 5만 건이었다. 왜 나는 이런 기본적인 조사도 하지 않고 '잘 만들면 사람들이 와서 사주겠지!'라고 생각을 했던 걸까?
얼마 전 권도균 씨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이라는 책을 읽었다. 조만간 후기를 작성해서 올리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많은 창업가들이 저지르는 실수는 '내가 서비스/상품을 만들기만 하면 팔릴 거야'라고 한다. '그래 이만하면 괜찮지.'라는 생각은 일단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하는데 드는 비용에 눈을 감게 만든다. 그런데 막상 시장에 내어놓았을 때 시장은 외면한다. 그러면 내 서비스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수많은 창업/경영 격언을 들먹이며 아직 참아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자본금만 까먹다 결국 서비스를 접게 된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도 더 알아보고, 시장의 눈으로 가능성을 확인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피터 드러커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고 한다.
If you can not measure, you can not manage
측정하지 않은 사업은 나 혼자 만의 망상이다. 언제든지 측정할 방법은 있다. 최소한 추정은 할 수 있다. 특히 나처럼 기술을 가진 개발자는 '그냥 한 번 만들어보지 뭐'라고 도전을 쉽게 생각하기 쉽다. 그게 개발자의 최대 장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작은 서비스 하나 만들어서 올리는데 최소한 보름의 시간은 걸린다. 이것저것 제대로 만들려면 못해도 2달은 걸린다. 그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 그것이 비즈니스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의 유튜브를 이용한 시장성 평가에는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있다. 보다 접근성이 좋은 블로그 조회수를 통한 잠재 고객수 추정, 오프라인과 온라인 개발 강의 비교를 통한 소프트웨어 개발 학습자들의 학습 패턴 분석 등 다양한 분석을 통해서 필자와 다른 결론을 충분히 얻을지도 모른다. 다만 나는 '온라인 강의 서비스'라는 사용사 행동 패턴과 가장 유사한 유튜브를 통해 제한적인 조사만 하였음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