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100개, 구독자 1000명에 감사하며
브런치를 블로그라고 부를 수 있을까? 물론 블로그처럼 개인의 글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브런치를 블로그라고 부르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브런치는 굉장히 폐쇄적인 플랫폼이다. 자세하지 않은 브런치의 방문자 통계를 살펴보면 그 흔한 네이버 유입은 단 한 건도 없다. 그건 구글도 마찬가지다. 검색을 통해서 유입되는 극소수의 사람들은 다음 검색의 '블로그'에서 유입되어서 들어온 사람들이다. 결국 블로그 플랫폼을 직접 통하지 않고서 검색을 해서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심지어 그 흔한 예약 발행 기능도 없다. 내가 직접 '발행' 버튼을 누르는 순간 글은 제공되고 구독자분들에게 푸시 알림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굉장히 손쉽게 브런치의 글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글 우측 상단에 우측으로 기울어져있는 듯한 V 버튼을 누르면 그 어느 플랫폼보다 손쉽게 글을 공유할 수 있다. 그리고 모바일 화면에 최적화된 브런치의 레이아웃은 사용자가 브런치 플랫폼에 올라온 글을 이질감 없이 읽을 수 있게 해준다. 브런치가 제공하는 상당한 수준의 제약은 브런치에 올라온 어떠한 글도 큰 차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독자가 익숙해질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해준다.
여러 번 블로그 쓰기를 시도해본 적 있지만, 브런치에서 처음으로 100개의 글을 쓰는 데 성공했다. '올해 매일 글 한 편씩 쓰기 프로젝트'의 성과물이다. 계속해서 글을 쓰는 동안 내 글을 받아보겠다고 구독을 해주신 분들도 글을 쓰는 현재 919명, 그러니까 약 1개의 글마다 9~10분 정도 내 글을 계속 받아보겠다고 신청해주고 계신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조회수는 스타트업에서 좋아할 것 같은 J커브를 그리며 순항 중이다. 이번 달에는 '외국어 덕후의 학습법' 시리즈 중 외국어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한 글이 카카오톡 채널에 소개되면서 방문자가 많이 늘었다.
가끔 작성한 글이 카카오톡 채널이나 다음 메인에 공유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브런치'가 "우리도 이 정도 방문자를 끌어올 수 있는 힘이 있어!"라고 어깨를 으쓱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블로그의 문제점인 광고성 글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서 검색을 통한 방문자 유입을 최소화시키고, 그러면서 소셜미디어로 공유를 통한 바이럴을 노리거나 양질의 콘텐츠를 카카오가 가지고 있는 플랫폼에 노출시켜주는 행위는 브런치에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양질의 글을 열심히 쓰는 행위에 집중하렴."이라는 어깨 두드림으로 들린다.
브런치는 확실히 일을 잘한다. 빅이슈와의 콜라보나, 블로그에 글 쓰는 사람의 책 발간을 돕는 마케팅은 글 쓰는 사람으로 하여금 보다 좋은 글을 쓰도록 끊임없이 동기 부여한다. 한 편, 한 편을 펜으로 꾹꾹 눌러쓰는 듯한 느낌으로 글을 쓰고, 발행하고, 그리고 이 글이 쌓이다 보면 나도 작가가 될 거 같은 그런 기대감이 브런치에는 있다. 브런치는 일을 확실히 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