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미리 걷기
아래는 <로마의 휴일> 첫 글이자 목차
괜히 내가 지난번에 서점에서 단테의 신곡에 꽂힌 것이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 3일간 머무는 피렌체를 조사해봤는데, 단테가 태어난 것이 피렌체란다. 아래 마이 리얼 트립 가이드의 표현을 빌리자면, "서양 문학 최고의 문인이지만 불운한 피렌체 정치가였던 단테. 하지만 그가 9살 때 첫눈에 사랑하게 된 베아트리체를 죽을 때까지 그리워하고 자신의 작품 신곡에서 불멸의 삶을 살게 하는 천재 로맨티시스트." 그가 태어난 곳이 있다니 설레다.
로마가 스페인의 톨레도나 그라나다를 연상시킨다면, 피렌체는 아직 가보지 않은 나에게 포르투갈의 포르투 같은 느낌이 든다. 낮은 건물들과 도시를 가로지르는 흐르는 강을 사진으로 보고 있으면 2014년 6월에 떠났던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이 떠오른다. 스페인에서 포르투갈로 넘어갔는데, 포르투갈에 시티은행 ATM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갖고 있던 20유로로 현지인 스타일로 휘양 찬란하게 장을 봐서 배불리 여행 다녔다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긴 했다. 물론 나의 스페인 거주 경험이 큰 도움이 됐고, 냉장고에 있는 것을 마음대로 꺼내먹으라던 마음씨 좋은 Airbnb 호스트 덕분이기도 했다.
지난번 이탈리아 여행 준비 글처럼 이번에도 마이 리얼 트립의 가이드 투어를 찾아보았다. 제대로 도시에 알고 싶다면 이런 열정 넘치는 가이드분의 안내를 하루쯤 받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우리 부부가 대대로 여행해오던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우리는 어느 여행지를 가더라도 '여행'보다는 '휴양'에 가까운 여행을 하는데, 조식을 챙겨 먹고 다시 숙소에 들어와서 자다가 점심때가 다 되어서 나가는 것이 관례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긴 일정에 적은 도시에 있기 때문에, 도시에 처음 도착했을 때 가이드를 통해서 도시에 대한 설명을 한 번 듣고 나면 남은 기간 동안 더 여유 있게 우리 스타일대로 도시를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나에게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었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 나와 나와는 다른 사람들을 보고, 다른 건축을 느끼고, 다른 음식을 먹는 것은 단순히 사진 한 장으로 기억되는 무언가가 아니라 내 영혼 깊은 곳에 무엇인가를 아로새기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스페인에 살면서도 가보지 못해서 "부인과 함께 가려고 아껴둔 이탈리아"라고 말했던 그곳에서 그녀와 내가 무엇을 느낄지 참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