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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Apr 03. 2016

중국을 얼마나 아시나요?

[후기:책]왜 나는 중국을 공부하는가


중국에 가게 되었다. 정확히는 상해에서 수년간 살게 되었다. 상해에서 생활이 정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점에 갔던 우리 부부의 손에 이 책은 들려왔다. 이 책의 저자인 김만기 씨는 너무나도 우연히 중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시골의 우수한 학생이던 그는 '명문대'를 가기 위해 삼수까지 했건만, 실패하고 군대도 다녀와서 한중 수교가 맺어진 첫 해에 중국으로 떠난다. 목적지도 없이 가던 중국행 배 속에서 북경대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한국 사람을 만나 목적지를 북경으로 바꿨다는 그는 무일푼으로 중국어 한 마디도 못하고 중국으로 가서 북경대에 입학했고, 학교를 다니면서 사업을 했고, 지금은 최고의 중국 전문가가 되어 숙명여대에서 교수를 하고 있다.


솔직히 나는 책을 읽으면서 많이 놀랐다. 중국은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알던 냄새나던 그런 나라가 아닌데, 사람들은 여전히 중국을 못 사는 나라로 인식한다. 최근에는 조금 시들었지만 한동안 요즘 한국 언론에서 중국의 경제성장에 대해 떠들었던 터라 대놓고 무시하는 분위기는 많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말 한 자락에는 여전히 경멸의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한국은 그래도 정부 행정 업무가 많이 간소화되고 합리적이라고 느껴진다. 물론 우리나라라고 처음부터 그랬을까. 물론 아직도 뒷주머니에 돈 몇십만 원이라도 꽂아주길 원하는 공무원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그래도 말이 안 통할 정도로 막무가내는 아니다. 이렇게 변해오기까지 많은 시간과 사람들의 고생이 있었을 거다. 중국은 꽌시의 나라라고 한다. 정부 관료 중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되는 일도 되는 것이 중국이라는 뜻일 거다. 그런데 중국의 힘과 잠재력은 오히려 외국 기업이 중국에 들어와서 그 질서 속에 적응하게 만든다.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 들어오면,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부서를 가장 먼저 만든다고 한다. 그래야 일이 겨우 처리가 된단다. 한국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으로 강요받았던 변화가 중국에는 '문화'라는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은 중국의 힘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중국 사람을 만나면서 느껴보고 싶은 것이 중국 특유의 '수평주의 문화'다. 책에 나오는 사례인데, 중국으로 출장을 온 한국 업체의 대표가 식사를 하러 갈 때 중국인 운전기사가 옆자리에 함께 식사를 하는데 굉장히 불쾌감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은 공산주의 문화의 영향으로 '사장'과 '직원'이 하는 업무가 구분되어 있을 뿐, 직위의 고하(高下)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것을 분공(分工)이라고 하는데, 사장도 직원들과 허물없이 지내고 함께 있을 때는 누가 사장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중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중국 회사의 상급자에게 연락해서 아랫사람을 찍어 누르라고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은 각 구성원이 각자의 위치를 갖고 자기 권한이 분명하게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많단다.


책을 통해서 겨우 조금 들여다본 중국이지만 기대가 많이 된다. 우리 부부 모두 가능하면 편견 없이 대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중국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느끼고 올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매일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그 마저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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