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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Mar 17. 2016

상해로

어른이 된 후의 첫 외국 살이

처음으로 외국에서 살아보기로 결심했던 날이 있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한 학기를 마친 여름방학 때 참여했던 국제학생회의는 내 삶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그 회의에서 부인을 만났고, 아직은 부족했던 영어였지만 수많은 외국인 친구 사이에서 더 넓은 세상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스페인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누구나 가는 그런 곳이 아니라, 남들이 쉽게 선택하지 않는 곳으로 떠날 때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리라 생각했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새벽 5시 마드리드 공항의 차가운 공기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번에는 상해에서 살아보기로 했다. 부모님이 어렵게 버신 돈을 축내가면서 떠나는 설익은 그런 외국살이가 아니라, 다 커서 결혼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떠나는 그런 외국 살이다. 결혼식 전부터 1년 반 동안 우리의 신혼 생활을 지켜줬던 집도 처분했다. 매일 같이 무릎 위에 앉아서 쓰다듬어 달라던 고양이 두 마리도 좋은 새 주인에게 떠나보냈다. 다른 동네로 편하게 이사 가는 거라면 다 챙겨갔을 옷들도 100리터로 3 봉지가 넘게 버리기로 했다. 중국에 도착해서도 우리 부부가 함께 신혼생활 시즌2를 함께할 집도 알아봐야 하고, 중국은 비자도 까다로워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아끼던 애들을 보내면서까지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은 이것이 너무나 좋은 기회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하지 않은 이 경험을 통해서 분명히 성장할 것이다. 특히 외국계 기업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호주를 포함한 아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는 업무를 맡게 된 부인에게는 너무 좋은 기회다. 여성이 일하기 좋다는 기업에서 실력으로 인정받은 부인이 자랑스럽고 더 멋있게 성장하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우리 부부는 이 기회를 모르는 나라에 사는 두려움에 잡아먹혀 포기할 수가 없었다.


벌써 여러 번 떠났다. 초등학교만 5군데를 다녔을 정도 전학을 많이 다녔고, 대학교 때문에 서울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군대를 다녀왔고, 스페인으로 떠났다. 그리고 결혼했다. 이렇게 인생에 큰 변화가 있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해서 섭섭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건 그 변화의 앞에 서서 내가 감내해야 할 감정과 맞서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혹시나 미리 알리지 않아서 혹은 내가 상해에 도착해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섭섭해할 지인분들에게 미리 사과의 말을 전한다.



벌써 쓴지 몇 달 전이 되어버린 저 글 속에서 우리 부부가 얼마나 자유로운 삶을 사랑하는지 이야기했다. 사실 우리 부부가 외국으로 떠나는 것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일이다. 다만 언제, 어디로 갈지 잘 몰랐을 뿐. 상해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얼마나 그곳에서 머물게 될지, 그 이후에는 어디로 향할지 지금은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떠나게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도전하며 행복하게 살다가, 우리 부부가 생각날 때 한 번씩 1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상해로 날아와서 중국 음식을 먹고 차를 한 잔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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