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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Feb 27. 2016

상해는 밥 먹으러 가는 곳이다

상해 여행기 두 번째 이야기

아래는 <상해 견문록> 첫 글이자 목차





사람마다 여행하는 스타일이 다양한 것 같은데, 만약에 여러분이 여행을 가서 그곳에서 볼 수 있는 여행지를 다 봐야만 직성이 풀린다면 우리 부부랑은 여행을 함께하기 조금 어려울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음에 또 오면 되지' 마인드를 무장하고 크게 관광지를 다니지 않는다.


우리 부부는 여행에서 특히나 맛있는 음식과 여유를 사랑한다. 나는 스페인에서 혼자 9개월 간 지내면서 저가 항공을 이용해서 수업이 없는 주말이면 유럽의 여러 나라를 다니곤 했다. 나는 유럽 여행을 다니면서 보통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한 달 전에 숙소와 항공권만 예매를 해둔 다음에 당일에 공항에 떨어져서 관광지를 물어보면서 다녔다. 나에게 여행이란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잔뜩 뽑아가서 하나씩 처리해야 되는 숙제 같은 일이 아니라, 며칠을 온전히 내 발걸음이 나를 이끄는 대로 다니는 일이었다. 걸어 다니다 마음에 드는 거리가 있으면 그곳으로 향했고, 걷다가 배가 고프면 그 지역 음식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섰다. 걷다가 힘들면 유럽 사람을 따라서 잔디밭에 누워있기도 했다. 보통 혼자 여행 가면 게스트 하우스에 묵었다.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해서 다음 날 오전 10~11시까지 늘어지게 자다가, 아침에 주방에서 식사를 하다가 같이 앉은 여행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이 있으면 4~5명씩 무리를 지어 여행을 다니곤 했다. 모두가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잘하면 잘하는대로 수다스럽고, 못하면 못하는 대로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맛이 좋았다. 


부인도 여행 방식이 비슷했는데, 애초에 잔뜩 알아보고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역업에 종사하신  장인어른의 영향으로 타고난 여행인으로 성장했는데, 그녀의 비행기 티켓 능력을 보고 있으면 내 검색 능력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하늘을 날아가서는 오전에는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우리에게 상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중국 제 1의 상업 도시겠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상해가 잘 맞는 곳인지 알아보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어느 곳에 살아야 한다면, 그곳의 음식이 입맛에 맞는지가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했다. 



처음에는 조금 난감했다. 상해의 식당에 가면 이런 메뉴판을 나눠주고, 종이랑 연필을 주고 먹고 싶은 것을 체크하게 한다. 우선 음식의 이름을 제대로 읽기 어려우니 메뉴판에 그림을 보고 먹고 싶으면, 그 그림 아래에 있는 이름을 찾아서 종이에서 다시 그 이름을 찾아서 체크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물론 메뉴판에 그림이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크게 안도할 수 있었다. 부인은 대만에서 1년 가까이 지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문제없이 중국어를 구사하는데, 대만에서는 한국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번체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중국의 간체자에 혼란스러워했고, 한국에서 중국어 몇 자 써보고 간 나에게는 혼돈 그 자체였다.



그런데 상해의 음식 맛은 감동 그 자체였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매우 중국인스럽게 음식을 주문하고 있었다. 맛이라도 보겠다며 두 명이서 5~6 접시를 주문해서는 그 접시들을 거의 다 비우며 매우 흡족스럽게 식당을 걸어나왔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아무리 인터넷으로 미리 찾아보고 갔다고는 하지만 음식의 수준이 모두 평균을 넘는다는 점이었다. 위의 사진은 상해 IFC몰 外婆家(waipojia)라는 곳이고 외할머니 집이라는 뜻이다. 특히 저 세우 요리는 상해에서 먹은 음식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넣도록 하자. 워낙 한국에서 중국이 식재료를 가지고 장난을 친다는 신문 기사가 많이 나와서 중국 음식의 질이 낮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상해에서 과일 주스를 몇 번 시켜봤는데, 정말 과일을 그대로 갈아서 나오는 주스가 나오고 정말 맛이 좋다. 문제는 매우 배가 고픈 저녁이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20분쯤 밖에 앉아서 기다려야 했다는 점이었는데 식사 후 만족감은 매우 높았다. 


우리 부부는 상해에서 3일 간 약 다섯 곳 정도의 식당을 다니며 상해의 음식은 옳다는 판단을 내렸다. 상해에 주재원으로 나간 사람들의 말을 빌리자면 '상해는 천국'이라고 한다고 한다. 짧게 접한 상해는 아직은 조금 거친 사람들과 훌륭한 음식이 있는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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