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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Feb 21. 2016

추운 겨울이면 제주도가 우릴 부른다

프롤로그

<제주도 찬가> 목차

1. 추운 겨울이면 제주도가 우릴 부른다

2. 맛있는 제주

3. 더 맛있는 제주


같은 매거진 다른 시리즈 <로마의 휴일> 


비슷한 매거진 다른 시리즈 <부부의 상해 견문록>




제주도라는 이름에서는 내 여자의 향기가 난다. 추운 서울의 겨울을 피해서 남쪽의 섬으로 내려가 밥 달라고 재촉하는 어린 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맡는 봄꽃 향기 같은 냄새다. 누가 먼저 그렇게 하자고 정했던 것도 아닌데 부인의 생일에는 제주도로 향했다. 사귀고 처음으로 떠난 여행지도 제주도고, 결혼식 이후 부인의 첫 생일에 떠난 곳도 제주도다. 그리고 이번 생일에도 세 번째로 제주도로 떠난다.


제주도는 굉장히 가까워졌다. 고향이 지방이라 KTX를 타고 부인과 함께 다녀오고는 하는데, 서울에서 제주행 비행기는 가격이 별차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서울 부산 간 KTX를 생각하자면 더 쌀 때도 있다. 우리 부부는 보통 공항에서 차를 빌려서 동쪽이나 서쪽으로 해안선을 따라서 도는데, 숙소는 매일 다른 곳을 정한다.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잠시 머문 여행자로 섬을 바라본다.


정갈하지만 입이 떡벌어질 정도로 훌륭한 아침을 챙겨주는 게스트 하우스도 있었다. 여러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라 저녁 시간에 조용히 다녀야 했던 불편함도, 늦게 결혼해서 제주도에 자리를 잡고 사는 주인 부부의 무뚝뚝한 친절을 만나면 이해가 되었다.



커다란 갈색 푸들 두 마리가 뛰어 다니는 언덕 위의 펜션도 있었다. 제주도에서 귤 농장을 하는 남편과 외국어를 좋아하는 딸에게 외국어를 좋아하는 우리 부부가 귀감이 될 수 있겠다며 자식을 사랑하는 맑은 눈으로 한껏 친절을 배풀어준 부인도 내 기억 속의 좋은 사람들에 포함 되었다. 특히 이 곳에서 넓은 풀밭 위에서 고기를 구워서 정갈하게 꾸며진 개인 부엌에 그 고기를 들고 들어가서 먹을 때면, 그리고 남편 분이 건내 주신 와인 한 병을 곁들일 때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었다.


교통편이 너무 좋았던 한 호텔에서는 차로 드라이브를 다니며 한껏 제주도민 기분을 만끽하기도 했고, 밖에서 아침을 먹기 힘든 제주도에서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 먹고 싶은 조식을 마음껏 골라먹는 즐거움이 있었다.


첫 제주도 여행에서 처음으로 자동차 드라이브를 나섰다. 오랜만에,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을 태우고 하는 운전에 조금 긴장이 되었는데, 맥도날드에서 드라이빙 쓰루 한 방에 우리 커플은 마치 어른이 된 것 같다며 낄낄 대며 웃다가 서로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사람이 되어 계속해서 제주도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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