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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Apr 05. 2016

일을 나눌 수 있는 사람

일주일에 4시간 일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

아래는 <출퇴근 없는 삶>의 목차이자 시리즈 첫 글




상해로 이사를 준비하면서 집에 쌓여있던 책을 알라딘에 판매했다. 엄청 많은 책을 판 것 같은데도 약 30만 원 정도 손에 들어오는 걸 보면서, 다시 한 번 '전자책을 사서 읽어야지' 다짐한다. 종이 책을 매번 이사 다닐 때마다 들고 다니는 일은 너무 힘들고, 모든 책을 전자책으로 가지고 다닌다면 어디서든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책을 팔고, 버리면서, 도저히 버릴 수 없는 몇몇 책이 있었다. 그중에 하나는 <4시간>이라는 책이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는 절판이 되었는데, 2010년 군대에서 읽으면서 책 곳곳에 써놓은 글들이 다시 나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들렸다. 며칠 전에 신촌 알라딘에 4시간이란 책을 팔았으니, 얼른 달려가면 한 권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쓴 티모시 페리스는 강력하게 "그 어떤 사람도 노는 것보다 일하는 것이 즐거운 사람은 없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면 이 책에 흐르는 강한 주장이 근면 성실한 한국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너무 단호해서 절판이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9시에서 6까지 풀타임으로 일하다가 일주일에 4시간만 일하게 되었지만 그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여유 시간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불필요한 일을 자동화하는지, 그리고 아웃소싱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본인의 천성이 평생 일을 하며 살기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혹은 스스로 생각할 때 좀 특이하다면, 혹은 도전정신이 투철하다면 꼭 읽어보기 바란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한 번쯤 인생을 다른 시선으로 보기 위해서라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이 책을 읽고도 예전처럼 살 수 있을까?



모든 일을 껴안는 사람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얼마 전 후기를 썼던 Sheryl Sandberg의 <Lean In>에서도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는 신화'를 던져버리라고 이야기한다. 모든 것이 자신의 통제 아래에 있어야 안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모든 것을 다 직접 처리해야만 하는 꼼꼼함은 내 생산성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의 생산성과 열정을 꺾어놓는다. 이 말을 '피드백을 하지 말아라'로 듣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부분에서 그렇겠지만, 개발자에게도 일을 잘 나누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웹사이트와 안드로이드,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한 번에 개발해야 하는 외주 프로젝트가 들어왔다고 생각해보자.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한다고 했을 때, 혼자서 개발을 하면 아무리 빨리해도 3개월은 눈썹을 휘날리며 작업을 해야 될 거다. 대신 내가 서버 쪽에 전문성이 있다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은 주위에 실력이 있는 동료 개발자에게 맡기면 어떨까? 개발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있으니, 프로젝트를 발주한 클라이언트와 논의해서 개발적으로 가능한 부분까지 정리하고 개발자에게 전달하면 훨씬 빠른 시간에 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다.


빠른 시간에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클라이언트가 다른 클라이언트를 소개하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리고 함께 했던 개발자도 다른 외주 건이 생기면 함께 일 해봤으니 나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다.


중요한 건 모든 것을 혼자서 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그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 외의 일은 그 일을 나보다 더 잘해서 훨씬 더 적은 시간을 들이고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 물론 처음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의 즐거움을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빼앗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내 손으로 만들어보는 일은 개발의 즐거움 그 자체이다. 하지만 내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할 때는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돈벌이에 관해서 만큼은 '가장 적에 일하고, 가장 많이 버는 것'이 이상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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