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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May 01. 2016

쇠사슬을 끊어라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아래는 <출퇴근 없는 삶>의 목차이자 시리즈 첫 글




최근 나의 고민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요즘 특히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은 '상해'라는 전혀 낯선 곳에 살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남들처럼 사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리 오래 중국에 살더라도 결코 중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기준으로 살기도 어렵다. 반대로 나는 더 이상 한국에 살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처럼 살기도 어렵다. 내가 내 삶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것은 부담이기도 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무한한 자유이기도 하다. 우리 부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유'라는 가치는 당장 내일도 상상하기 어려운 불안감을 자양분으로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 자유롭고 싶다는 의지는 다른 말로 끊임없는 불안정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을 하지 않는다


'근면성실'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삶은 나에게는 지극히 가진 자의 논리로 보인다. 적게는 100만 원 조금 넘는, 많게는 1000만 원을 넘는 월급을 받으며 살아간다. 고액 연봉자는 여러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스스로도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소비를 하며 산다. 그런데 결국 본질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의 작업장에서 일을 하고, 내 시간을 투입한 대가로 돈을 받는 삶이다. 프리랜싱은 여기에 공간의 자유를 조금 더할 뿐, 완전한 답이라고 부르기는 힘들다. 조선 시대 외거 노비일까? 내가 쓴 글 어딘가에 한 번 공유했던, 좋아하는 구절을 다시 한 번 공유한다.


노예가 노예로서의 삶에 너무 익숙해지면
놀랍게도 자신의 다리에 묶여있는 쇠사슬을 서로 자랑하기 시작한다.
어느 쪽의 쇠사슬이 빛나는가, 더 무거운가 등.
그리고 쇠사슬에 묶여있지 않은 자유인을 비웃기까지 한다.
하지만 노예들을 묶고 있는 것은 사실 한 줄의 쇠사슬에 불과하다.
그리고 노예는 어디까지나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의 노예는, 자유인이 힘에 의해서 정복하여 어쩔 수 없이 노예가 되어버렸다.
그들은 일부 특혜를 받거나 한 자를 제외하면
노예가 되더라도 결코 그 정신의 자유까지도 양도하지는 않았다.
그 혈통을 자랑하고 선조들이 구축한 문명의 위대함을 잊지 않은 채, 빈틈만 생기면 도망쳤다.
혹은 반란을 일으키거나, 노동으로 단련된 강인한 육체로 살찐 주인을 희생의 제물로 삼았다.
그러나 현대의 노예는, 스스로 노예의 옷을 입고 목에 굴욕의 끈을 휘감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랍게도, 현대의 노예는 스스로가 노예라는 자각이 없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노예인 것을 스스로의 유일한 자랑거리로 삼기까지 한다.

(by 리로이 존스 1968년, NY할렘에서)


반복적인 일은 하지 않는다


내가 내린 결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개의 엑셀 파일을 수도 없는 복사 붙여 넣기로 옮기는 작업, 발표용 피피티를 화려하게 만드는 일, 포토샵으로 배경 없애기, 그리고 어쩌면 굉장히 오랜 시간 투입이 필요한 내 직업인 프로그래밍까지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종류의 일을 '자동화' 해버려야 한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프로그래밍'과 '아웃소싱'을 통해서 해결해보려고 생각하고 있다.



어쩌면 2010년에 읽었던 <4시간>이라는 책이 뿌린 씨앗이 6년 만에 겨우 싹을 틔웠달까? '생계를 위한 일을 하지 않는 삶'을 태어나면서 가진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 삶을 가지지 못했다고 쏟아내는 그런 불평, 불만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천착해야 할 것은 '무엇을 해야 쇠사슬을 끊을 수 있을까?'하는 점이다. 지금 처리 중인 외주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다시 이 고민으로 돌아오려고 한다. 아직은 아이디어로만 존재하는 설익은 자유를 수년 내에 빨갛게 농익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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