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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May 07. 2016

내가 글을 쓰는 이유

고민하고 있는 지금이 중요하다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작년 말이었고, 머릿속이 복잡하던 그 시절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글을 쓰다 보면 무언가 내 마음이 다스려질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 특히 항상 내 옆에서 나를 지켜보는 부인님께서 "오빠 글을 한 번 써봐."라고 말해주신 것도 글을 쓰기 시작하는데 큰 동기가 됐다. 나는 항상 감사해야 한다. 처음에는 사랑과 외국어, 그리고 개발을 배우게 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특히 외국어와 개발에 관련된 글이 많은 관심을 받았고, 개발 관련된 글을 개발 커뮤니티에 몇 번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더 많은 분들이 찾아오게 되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느끼는 점은 브런치에 내가 쓴 글 중에 '정보성' 글에 특히 많은 사람들이 반응하고, 다른 곳에 바이럴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쓴 글 목록을 조회수 순서대로 살펴보면 1~3위는 각각 외국어 학습 관련 애플리케이션, 외국 회사와 면접 준비하는 방법, 개발자에게 이메일 보내는 법 등 매우 방법론에 치중해 있는 글이다. 내 글을 계속 읽고 있는 분이라면 알겠지만 내 글에는 보통 강한 주관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런 정보성 글도 내 색깔이 묻어나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소비'하는 글이 정보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은 명확해 보인다. 



예전에 파이썬으로 작가별 구독자를 분석하는 코드를 만들어서 공유한 적이 있다. 이번 글과 관련하여 얻을 수 있었던 인사이트는 유명인의 글이 굉장히 잘 팔린다는 것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작가들의 글의 개수와 구독자의 수는 몇 가지 경향성을 보인다. 나처럼 글을 꾸준히 올리는 사람은 글 1개 당 구독자 수는 적은 반면에 유독 글은 적게는 1개에서 3개까지 밖에 올리지 않았지만 많게는 수천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작가도 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인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되고 싶다고요?


정보성 글에 대한 갈망과 유명인에 대한 동경은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까? 나는 '사람은 모두 더 발전하고 싶고(정보성 글), 더 나은 삶을 원한다(유명인에 대한 동경).'는 가설을 세웠다.


요즘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에 열광한다. 마치 마케팅의 신이 되어버린 것 같다. 어떤 회사의 대표 혹은 매니저는 자신이 스티브 잡스라도 된 듯 착각하여 조직 내에서의 의사소통 실패를 '잡스화(Jobsnize)'의 결과 혹은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불쌍한 사람들, 당신은 결코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없다. 당신은 결코 마윈이 될 수 없다. 당신은 결코 엘론 머스크가 될 수 없다. 미안하지만 진실이다. 그들은 지금 당신이 서있는 그 자리와는 전혀 다른 자리에서 성장했다. 그리고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그들이 그 당시 성공할 수 있었던 산업도 미안하지만 이제는 포화 상태다. 당신이 지금 두 손 불끈 쥐고 "아이폰을 만들 거야."라고 한들 그것이 무슨 소용 있는가? 영웅의 이야기는 때로는 젊은이의 가슴에 불을 지펴 잠 못 이루게 설레게도 하지만, 그것은 당신의 이야기가 절대로 될 수 없다.


우리는 결국 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  


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가? 안타깝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는 아무런 의미 없는 이야기들이다. 마치 한 사람이 성공하면, 그 사람이 원래부터 성공할 운명이었던 것처럼 여기저기에서 떠들어 대지만 결코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성공이라는 것은 수많은 선택과 운의 결과물이다. 성공하고 싶다면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비'하는 것은 결국 로또에 당첨되어 보겠다고 지난 로또 1등 당첨 번호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내가 스티브 잡스가 될 거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나는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뒤에 걸어오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남겨놓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 능력에 대한 믿음을 넘은 확신은 있지만, 결코 그것이 나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나의 10년 뒤의 모습이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내가 걷고 있는 이 길 위에 2016년을 통째로 툭 떼어내어 한 조각씩 바닥에 내려놓고 있다. 매일 이어지는 치열한 고민과 그 고민의 나 스스로의 답과 그리고 그 답에 대한 나의 행동을 하나하나 기록하면 누군가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통해서 자기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설악산에 오르는 글을 쓴다면, 설악산의 절경과 꼭대기에서의 즐거움이 아니라 산을 오르는 동안에 일어난 일이나 어려움을 쓰는 것이 나중에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는 더 도움이 될 거다.


그리고 나에게는 훗날 나의 성공이 오롯이 나의 능력 만을 통해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겸손함의 자취로 남겨놓고 싶다. 매일 나는 스스로를 믿되,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나의 미래가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것을 기록해놓는 행위는 내가 이후에 "내가 된다고 했잖아."라는 헛소리를 막아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성공한 누군가의 자서전이나 전기 보다는 당신이 하는 오늘의 고민이 궁금하다. 결코 당신이 오늘의 고민으로 당신을 너무 모질게 대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당신의 고민은 유명한 사람의 성공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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