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덕후의 학습법> 영어편
아래 링크는 <외국어 덕후의 학습법> 첫 글이자 목차
외국어 공부는 제대를 한 달 쯤 앞두고 있던 어느 날 휴가를 나갔다 들어온 동기 하나의 손에 들려있던 전단지에서 시작 되었다. 최근에는 월스트리트 잉글리시(당시, 월스트리트 인스티튜트)로 이름을 바꾼 학원의 전단지였다. 동기 말로는 학원 안에서는 영어만 써야되는 환경이라 휴가 중에 학원에 들러 설명을 듣고 등록하고 왔단다.
들어보니 상술이 만만치 않았다. 엄청나게 고가의 학원이었는데, 상담 받은 날 바로 등록을 하면 당시 5%의 할인율을 제시했다. 그리고 수강생의 추천을 받으면 등록하는 사람은 추가 할인을 받고, 추천한 사람은 상품권을 받았다. 결정적으로는 지금 정확한 금액은 잘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3달을 등록 비용이 180만원이라고 하면, 6달을 등록하면 230만원, 12달을 등록하면 280만원인 식으로 장기 등록을 유도했다.
나는 진심으로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박했다. 이대로면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영어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쳇바퀴 같는 회사 생활을 시작할게 너무나 뻔했다. 학원의 상술은 너무나 노골적이었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쩍 벌린 호랑이의 입 안으로 걸어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마지막 휴가에 나는 1년을 등록했다.
복학 후 내 지상 최대의 과제는 영어 정복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실패할 수 없었다. 대학교의 모든 수업을 오전으로 몰았다. 시간표를 오전으로 몰고 나니, 평균적으로 12-1시 사이에 학교에서 나올 수 있었다. 다른 친구들이 한참 등교하는 시간에 모든 수업을 마치고 나는 학원으로 향했다.
학원의 수업은 크게 4가지로 구성 되어 있었다. 우선은 컴퓨터가 가득한 방으로 들어가서 헤드폰을 쓰고 이야기가 있는 동영상을 듣는다. 그 동영상 자체는 5-10분 내외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동영상이 끝나면 각 표현 별로 따라하고 녹음한 내 목소리를 다시 듣고 계속 반복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그렇게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끝나고, 교재에서 해당하는 부분을 풀면 된다. 이 과정을 3번 정도 반복하면 원어민 선생님과 최대 4명이 함께 공부한 내용을 1시간 정도 복습하는 시간을 갖는다. 주로 하는 내용은 앞서 배웠던 표현을 시각적 자료를 통해 다시 연습해보는 일이다. 그리고 이 수업이 끝나면 최대 10명 정도의 인원이 참여하는 수업에 들어갈 수 있고, 여기에는 보다 넓게 비슷한 영어 실력을 가진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 과정을 4번 하면 레벨을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과는 별개로 원하는 시간에 교양 수업처럼 신청해서 듣는 수업도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었다.
레벨은 Survival, Waystage, Upperwaystage, Threshold, Milestone, Mastery 으로 총 6개의 단계가 있다. 그리고 각각은 Survical과 Milestone은 세 가지 하위 레벨, Mastery는 두 가지 하위 레벨, 나머지는 네 가지 하위 레벨이 있다. 그래서 총 20가지의 레벨이 있나보다.
나는 시험을 봤더니 Upperwaystage 1이 나왔다. 20단계 중에 앞에서 8번째였다. 앞으로 가야될 길이 12단계나 남아 있었다. 아무리 제대하고 직후라지만 그래도 평생을 영어 공부를 해왔는데 많이 부끄러웠다. 나는 1년 간 끝까지 가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대학교 오전반 수업이 마치면 학원으로 달려갔다. 보통 하루에 2-3시간 이상의 시간을 보냈고, 약속이 있어서 그러지 못하는 날은 30분 만이라도 앉아서 주위 사람들과 영어로 대화했다. 그리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도 최소한 하루에 1시간은 영어를 쓰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문제는 원어민 선생님과 수업 예약을 잡아야 하는데, 동영상 강의를 다 마치고 교재를 다 풀고 찾아가면 10일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보통은 원어민 선생님과 수업이 끝나면 그 수업을 나오면서 바로 다음 수업을 잡는데, 그러면 이론상 일주일에 한 수업 밖에 듣지 못했다. 그렇다면 레벨 하나 끝내는데 최소 5-6주가 걸린다는 이야기고, 1년 안에 모든 걸 끝내겠다는 계획은 어려워 보였다.
방법은 다 있더라. 매일 같이 학원을 나가다보니 나를 모르는 직원이 없었다. 그리고 다들 워낙 친절했기 때문에 이것저것 물어보면 잘 알려줬고 어렵지 않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친분을 이용했다. 나는 항상 강의 예약을 두 개를 걸어두었다. 그래서 평균 일주일에 2개 가량의 강의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강의 약속을 취소 한 적이 없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려면 동영상 강의 하나를 보고 교재를 푸는 데까지 2 시간이라도 잡아도 최소한 일주일에 8시간 이상을 영어 공부에 쏟아야 했다.
그렇게 나는 6개월이 되지 않아 Milestone까지 끝냈고, 마지막 단계인 Mastery를 하던 중에 학원의 국제 전학 제도를 이용해 스페인에서 친구를 사귀기로 마음 먹고 나머지 반년은 연기해두었다.
학원은 굉장히 비싸다. 그것도 목돈으로 내야한다. 하지만 사람은 내 돈이 들어가지 않으면 열심히 하지 않는 동물이 아니던가. 아까워서라도 하게 된다.
다만 사람들과 영어로 이야기 할 자신이 없다면? 다들 영어 공부하러 온 사람들이라 생각보다 상냥하게 영어로 말을 걸어주지만, 기본적으로 모르는 사람과 말 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비싼 돈 내고 재미없는 영화 배우러 다니는 것 밖에 안된다. 참고 하시길.
나는 큰 도움을 받았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 해보려고 한다. 새 해는 영어 자신감을 쌓아 보는 게 어떨까? 금액 부담스러운 사람은 잠시 기다리시라. 고군분투 스페인어 정복기와 함께하는 일본어 도전기가 기다리고 있다.
외국어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공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