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안에 유창하게 말하고 싶다면
정말 오랜만에 쓰는 외국어 관련 글이다. 그간 다른 글을 계속 쓰면서 외국어 관련 글을 쓰지 못했던 이유는 일을 한다는 이유로 거의 중국어 공부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크게 새로 익히는 내용이 없으니 마땅히 쓸 게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다, 오랜만에 외국어 공부에 관한 기본적인 이야기를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우선 이 글은 짧은 기간(6개월) 안에 외국어를 유창하게, 혹은 대학원 진학 가능한 수준으로 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글이다. 내 처를 비롯해 외국어 그 자체가 너무 좋아서 배우는 사람들이 있다. 내 주위에는 대체로 여성분들이 이런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한 나라의 노래를 좋아하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책이 좋아서 그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시간은 조금 더 오래 걸리더라도 그 기간이 지나면 아래에서 내가 설명한 방법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구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굳이 아래의 방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이 글은 외국어 그 자체가 즐겁다기보다는, 외국어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열리는 그 가능성과 기회가 너무 즐거운 나 같은 사람을 위한 글이다. 나에게 외국어는 최소한의 시간을 들이고 유창하게 되면 좋은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외국어 학습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매일 하는 것이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잘 안다. 그런데 외국어 학습은 로켓과 같아서, 아무리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도 대기권을 넘기는 에너지를 순식간에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땅으로 추락하고 만다. 가끔 다양한 언어의 외국어 전공자를 만나면, 분명히 학교 다닐 때는 열심히 공부를 한 거 같은데 지금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단다. 그리고 십수 년 영어를 공부했는데, 결국 외국인 앞에만 서면 입이 떨어지지 않는 우리가 그 좋은 사례기도 하다. 나는 최소한 일주일에 4회 이상, 하루에 3시간 이상 외국어 학습에 시간을 들여야 6개월 안에 한 외국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래는 내가 구사하는 언어 중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를 각 분야별로 수치화해서 그려둔 그래프다. 가장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영역을 가장 높은 점수인 10점을 줬고, 가장 약점인 중국어 읽기에는 4점을 줬다. 완전히 하지 못하는 것을 0점으로 뒀다. (완벽하다는 의미의 10점이 아니라, 내 능력 중 가장 우수하다는 의미다.)
중국에 온 지 반년도 넘게 지난 시점에서 돌아봤을 때, 중국어는 최근 크게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스페인에서 스페인어를 배울 당시와 비교해보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인데, 지금 내 스페인어 능력은 스페인에서 7~8개월 머물었을 당시 능력이라고 생각해보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개국어를 구사한다고 하면 "언어의 재능이 있나 봐요?"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은데, 예전 글에서도 밝혔지만 군대 다녀오기 전까지 스스로를 외국어에 소질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외국어 고수에게 비법을 전수받고, 6개월이 지나니 정말 외국인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거에는 문제가 없을 정도로 영어를 하고 있었다. 결국 외국어는 소질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공부하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외국어 학습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투입과 산출의 중요성이다. 어떤 의미에서의 투입과 산출이냐면, 투입이란 많은 읽기와 듣기를 의미한다. 이 외국어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 없이 외국어를 잘할 수 없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이 부분은 외국어를 못하는 사람도 큰 불평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까먹는 부분은 외국어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를 가공해서 내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산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산출은 말하기와 글쓰기를 의미한다. 이쯤 되면 왜 정규 교과 과정을 통해서 십 년 넘게 영어를 공부했는데, 아직 입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를 알 거 같지 않나? 왜냐면 학교에서는 읽고, 듣는 것만 평가했지 우리에게 한 번도 외국어로 쓰고 말하라고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보통 나는 하루에 3시간의 외국어 학습 시간이 주어진다면, 2시간은 다양한 외국어 자료를 접하고 나머지 1시간은 그 배운 것을 통해서 내 생각을 표현하는 데 사용한다. 다양한 자료를 접한다는 것은 학원을 다니거나, 원어민 선생님과 과외를 하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 쉽게 말해, 학원에서 외국어 수업을 들었으면 집에 돌아와서 책가방에서 책을 꺼내서 오늘 배운 문법과 어휘를 가지고 작문을 해보고, 말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중국에 와서 처음 중국어 과외를 했을 때도 2시간 동안 과외를 하면 나머지 한 시간은 선생님이 돌아가고 나면 배운 표현과 단어로 그날 기분이나 일기를 써서 위챗으로 보내서 첨삭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수업 중에도 새로운 표현을 배우면 선생님이 시키지 않아도, 그 표현으로 문장을 말해볼 테니 어색하지 않은지 들어봐 달라고 했고.
나는 비용 대비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가장 좋은 외국어 학습 방법은 당연히 그 나라에 가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학연수를 가면 그 나라 말을 빨리 배우는 이유는 일단 그 외국어로 접하는 정보량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국내에서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도, 사실 그 외국어를 접하는 건 학원이나 과외 선생님을 만날 때나 책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밖에 없다. 그런데 그 나라에 가면 좋든 싫든 모든 시간 그 외국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나는 한 언어에 충분히 노출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으로, 숟가락과 젓가락이 그 외국어로 뭐냐고 물어본다. 영어를 제외하고 한국에서 제2외국어를 공부한 사람은 대체로 저 단어에 대답하지 못한다. 왜냐면 쓸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국에 나가면 저런 아주 간단한 단어부터 외워진다. 왜냐면 식당에서 숟가락을 떨어트렸는데, 다시 달라고 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 외로 어학연수를 가서 말하거나 쓸 기회를 얻기는 쉽지 않다. 한국에서 서툰 한국어로 다가오는 외국인과 친구가 되어본 적 있는 사람? 외국인이 한 나라에 정착해서, 일정 수준 이상 오르기 전까진 현지 친구를 사귀기 쉽지 않다. 이성으로서 매력을 느끼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그래서 대체로 이 시기에는 같은 학원 다니는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영어 외의 외국어를 공부하러 나갔는데 본인이 영어를 꽤 구사할 줄 알고 이 친구들과 영어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면 외국어 학습의 관점에서는 꽤 돌아가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친구들에게 당신의 영어를 뽐낼 필요는 전혀 없으니, 답답하더라도 배우고 있는 말로 대화를 시도하면 실력이 늘어가면서 점점 그 외국어로 대답해주는 친구를 볼 수 있다. 내가 스페인어를 처음 배울 때는 반에 온통 캐나다, 미국, 아일랜드 등 영미권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스페인어로 "나 영어를 알아듣긴 하는데, 말을 잘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2달쯤 지나고 그중 몇 명의 친구가 떠날 즈음 다 같이 모여 술을 마시다가 영어로 재밌었고 연락하자고 말을 했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너 영어 할 줄 알았냐?"며 달려들어서 생명을 위협을 조금 느끼기도 했지만.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면 첫날부터 쓰고 말하기를 시작해야 된다. 외국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그 그릇에 담긴 음식을 집어 먹을 수는 있는데, 그 그릇을 채울 줄 모른다면 사실 반쪽짜리 그릇이라고 보는 게 맞다. 위에서 공유한 그래프를 보면 일정 내가 일정 수준에 도달한 언어인 영어와 스페인어에 말하기가 가장 우수하다고 스스로 평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이건 내가 끊임없이 말하기 연습을 한 결과기도 하지만, 언어를 내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로 생각하고 잘 못 알아들어도 다시 말해달라고 부탁하고 내 생각을 끊임없이 그 언어로 표현하려고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건 분명히 개인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스페인에 있을 때 국제학교 다니는 초등학생 몇 명을 영어 과외를 해준 적이 있다. 주재원 자녀들이었는데, 벌써 스페인에 나와서 국제학교 다니며 영어 배운 지 2~3년 된 친구들이라 영어를 한국에서 밖에 영어를 공부한 적 없는 나보다 잘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면서 첫 수업을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당시 그 친구들을 가르쳤던 교재는 초등학생 수준에서는 뛰어난 수준이었지만, 다행히 대학생 영어로 어렵지 가르칠 수 있는 정도여서 안심도 했었고. 그런데 내가 가르쳤던 한 친구는 무려 국제학교에 가서 1년 간 거의 영어로 말을 하지 않지 않고 지내다가, 1년이 지나자 갑자기 영어고수로 돌변했다고 한다. 학부모님 말씀을 듣자 하니, 원래 지는 거 싫어하는 성격이라 친구들 앞에서 어눌한 영어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집에서 과외 선생님도 불러가며 엄청 영어공부를 하더니 1년이 지나자 또래 친구들보다 더 영어를 잘했다고 한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틀리면 뭐 어때?'라고 생각이 드는 쉬운 말하기가, 누군가에게는 죽기보다 두려운 일이라는 것도 잘 안다. 그럼에도 글을 쓰지 않고, 입을 떼지 않으면 도저히 외국어가 늘 방법이 없다. 실수를 하지 않으면 배울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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