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르코 Mar 07. 2017

외국어 공부는 할 필요가 없어질까?

인공지능이 다 통번역 해주는 세상이 오면

이번 주부터 다시 중국어 과외를 받기 시작했다. 예전에 함께 공부했던 학생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함께 하기가 힘들어져서 같은 중문과를 전공하는 친구를 소개해줬다.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중국어 공부를 미루다가, 중국을 떠나야 하는 시기가 오니 중국어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커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사람은 '쉬고 있을 때 뭘 하는지 지켜보면 그 사람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다'는데, 나는 정말 외국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나보다. 중국어가 앞으로 유용할 거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게 언제일지 어떻게 활용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무턱대고 공부를 하기로 했다. 하긴 생각해보면 스페인에서도 그렇게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공부를 했지만, 스페인을 떠나오고 난 다음에는 브라질에서 다른 남미 나라 친구들을 만났을 때와 다시 스페인 여행을 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스페인어를 쓸 기회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 시간이 전혀 후회가 되지 않는다. 이런 감정이 뭔가 '좋아한다'는 감정이 아닌가 싶다.



인공지능의 시대, 외국어는 배울 필요가 없어질까?


이런 외국어 덕후이자 개발자인 나에게 최근 IT 산업에서 외국어를 풀어내는 방식은 매우 흥미롭다. 한 쪽에서는 "앞으로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말이 솔솔 나온다. 아직까지는 전문 번역가의 번역 솜씨를 못 따라 간다고는 하는데, 이건 정말 시간 문제다. 컴퓨터가 글을 쓰는 시대에 통번역은 큰 어려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스마트폰보다 더 간편한 디바이스를 통해서 해외여행을 갈 때 가이드가 필요 없어지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정보를 연결하겠다며 덤비고 있는 구글 같은 회사들은 결국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사용자의 모국어로 제공해주는 시대가 결국 올 것이다. 정형화되어 있는 비지니스라면 계약서 같은 부분도 충분히 인공지능이 앞설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많은 사람에게는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어지더라도, 나에게 "앞으로 그런 기술이 나온다면 외국어를 배우지 않게 될 것 같냐?"고 묻는다면 나는 "결코 아니다."라고 대답하겠다. 왜냐면 외국어란 단순히 정보를 전달 하는 매개체의 의미를 뛰어넘기 때문이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행위는 외국어로 나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그 언어를 통해 한 문화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 역사 등 다양한 배경지식을 습득하고, 그 언어로 현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얻는 깨달음은 결코 번역된 문장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쓴 디지털 노마드 관련 글에서 소개한 <글로벌 코드>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글노마드(글로벌 노마드)는 세 개 이상의 외국어를 구사하고, 세 개 이상의 문화를 이해하고, 세 개 이상의 도시를 고향처럼 느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한 지역을 벗어나 다양한 지역을 옮겨다니면서 생활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찾는다. 다만 지역을 기반으로 면대면으로 관계를 쌓는 것보다는, 조금 더 느슨하게, 온라인을 기반으로 소통하며, 특정 기간 같은 지역에 머무는 그런 커뮤니티가 생길 수 밖에 없고, 저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런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커뮤니티에서 외국어란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커뮤니티의 구성원으로서 정체성(identity)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는 앞서 말했던 두 가지를 종합해서 '사람과 깊게 소통하기 위해' 외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휴대폰을 켜놓고 자동 번역 앱을 사용해서 내 말을 한 번 번역하고, 그리고 상대방의 말을 한 번 번역할 수 있다. 그럼 그 순간 필요한 건 해결할 수 있겠지. 그런데 매번 이 방식을 통해서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을까? 상해에 있으면서 여러 사람을 만난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중국어로 직접 대화를 나누는 사람과 통역가를 쓰는 사람이 맺는 인간 관계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한다. 결국 일이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이뤄지는 건데 앱 하나 켜놓고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나는 그에 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내가 만약 외국어 관련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나는 인공지능을 통한 외국어 교육 사업을 하겠다. 나는 개인에 관심사에 맞는 잘 짜여진 교육 과정과 그 과정을 통해 배운 내용을 쓰고, 말하는 연습이 곁들여진다면, 외국어 학습에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아예 모르는 외국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해서 6개월을 매일 3시간 이상 투자하면, 누구나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충분히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외국어 실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3시간 x 30일 x 6개월 =) 540시간을 더 효과적으로 구성해서 같은 수준에 도달하는 시간을 절반 혹은 그 이하로 줄일 수 있다면? 다시 말해서, 두 달이면 현지에서 대학원을 다닐 수 있는 수준의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나는 이것이 너도나도 뛰어드는 외국어 번역 사업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사업 분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외국어 관련 앱을 소개하면서 '듀오링고'라는 앱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기술을 통해서 외국어 학습을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재미있는 앱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외국어를 배우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 배우는 외국어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한 정도의 수준이랄까? 다만 최근에 각 챕터가 끝나면 '채팅'을 통해서 실제 대화하는 것처럼 외국어를 배울 수 있게 구성을 하고 있는데, 이게 굉장히 재미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따지자면 최근에 사용해 본 앱 중에서는 이런 방향에 가장 근접한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챗봇 등 다양한 신기술이 접목될 거 같아서 기대하고 있다. 



요약하면 많은 사람들에게는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는 시대가 분명히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누구나 외국어 걱정 없이 세상을 누빌 수 있는 시대가 올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여러 나라와 여러 문화를 자유롭고 오가는 사람들에게 외국어는 하나의 색깔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돈보다 시간과 경험이 중요한 이 사람들에게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는 것'보다는 '외국어를 빠르게 배울 수 있는 것'이 더 매력적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선택하든 틀린 것 없다. 각자의 선택일 뿐. 당신에게 외국어는 배울 필요가 없어질 거 같은가?

매거진의 이전글 외국어 매일 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