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댓글 4 공유 2 브런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외국어 덕밍아웃
by 마르코 Mar 14. 2017

원어민 선생님과 1:1 수업 요령

외국어 덕후와 원어민 선생님의 만남

월화수목금 8시에서 10시


최근 다시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다른 글에서 밝혔다. 그래도 중국에서 1년을 살아가는데, 무슨 핑계가 됐든 중국어를 어느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개인적으로 정말 안타까운 일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문제가 있을 때 전화기 붙잡고 중국인과 싸우거나, 느리게나마 혼자서 중국 신문을 읽을 수 있어야 중국을 떠나더라도 혼자서 중국어를 꾸준히 공부할 최소한의 기반이 될 거 같다. 그래서 황금 같은 아침 시간을 쪼개서 매일 2시간씩 중국인 대학생과 함께 중국어를 공부하기로 했다. 교재는 아래 글에서도 소개했던 汉语口语速成을 공부하고 있다. 저 글을 쓸 때도 提高篇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마무리를 못했던 터라 뒷부분을 마저 공부하고 中级篇(중급)로 넘어왔다. 개인적으로 저 교재는 5점 만점에 3.5점을 주고 싶다. 본문, 단어, 구문으로 외국어 공부에 필요한 요소를 잘 갖추고 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하고 싶은데, 예제가 너무 지루하다. 그래서 대형 감점.


 


처음 1시간은 교재와 함께


2시간은 보통 앞, 뒤 각각 1시간으로 나눠서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 한 시간은 교재를 펴서 공부한다.


단어는 보통 수업 가장 마지막에 다음 수업 본문의 단어를 미리 공부한다. 단어를 같이 쭉 읽고, 단어 뜻을 보면서 뜻을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을 땐 다시 물어본다. 다행히 한국어와 중국어가 같은 어휘를 쓰는 경우가 많아서 한자만 보고도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의미를 모르겠을 때는 우선 물어보고, 내가 이해를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 어휘를 활용해서 문장을 만들어본다. 그러면 대게는 어휘를 잘못 쓴 경우가 많고, 선생님한테 그 어휘를 이용해서 문장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그 문장 속에서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본문을 공부할 땐 한 줄씩 읽고 있다. 선생님이 먼저 한 줄 읽으면 따라서 읽는 방식으로. 사실 발음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이런 방식은 시간 낭비일 수도 있다. 다만 중국어는 성조가 있어서, 한국어에서는 한 음인 소리를 4가지로 구분하다 보니 외국인의 귀에는 잘 들리지가 않기 때문에 성조에 자연스럽게 노출될 겸 그냥 같이 읽는다. 본문을 같이 읽으면 다른 하나의 좋은 점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이 떠오른다는 점이다. 선생님이 먼저 읽고, 내가 따라 읽으면 두 번 읽는 셈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 문장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고 궁금증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참, 궁금한 게 있으면 선생님 말하는 중이라도 말 끊고 물어본다.


구문은 꽤 보통 사람들이 공부하지 않지만,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구문을 공부하면서는 공부한 구문을 그 즉시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여 최소 3개 이상의 문장을 소리 내어 만들어본다. 문장을 만들고 나면 분명히 선생님 표정이 오묘할 거다. 그건 뭔가 이상하다는 의미다. 그땐 선생님한테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된다. 그 문장을 듣고 나면 그 구문을 사용하는 방법이 좀 더 이해가 될 테고, 그러면 그 이해를 바탕으로 또 다른 문장을 말해보는 형태로 제대로 말할 때까지 연습한다.


그다음 한 시간은 잡담 시간


잡담은 물론 그 날 배운 어휘를 활용한다면 가장 좋겠다. 하지만 예를 들어 그 날 본문이 금융 상품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크게 할 말이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그냥 편한 주제로 대화하면 된다. 참고로 최근 중국어 시간 잡담 내용은 한국 대통령 탄핵과 사드, 한국 정치 제도와 역사였다. 만약 본인이 특별히 관심 있는 주제가 있다면 그 분야에 관심 있는 선생님을 구하면 더욱 좋다. 왜냐면 사람은 자기가 잘 아는 주제에 대해서 더 할 말이 많기 때문이다. 잡담은 내가 다양한 주제로 말을 하는 효과도 있지만, 선생님이 자연스러운 중국어로 대화를 하면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휘와 구문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 분야의 어휘는 아무나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렇게 관심 분야의 잡담을 이어나가면, 해당 주제의 단어를 풍부하게 습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람은 자기가 관심 있는 걸 오래 기억한다. 그래서 관심 분야의 이야기를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모르는 단어가 생기고, 그걸 다시 중국어로 설명하고, 그 단어를 익히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어휘가 늘어난다. 어휘는 하나를 알면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그 어휘가 다른 어휘를 가져오기 때문에 관심 분야에서 시작하는 게 가장 좋다. 나는 때로는 선생님한테 말해서 특정 분야의 단어를 통째로 적어달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사진과 동영상에 대한 어휘를 다 적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렇게 익힌 단어는 쉽게 잊지 않는다. 그리고 대화 중에서도 더 쓰려고 노력할 테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선생님과 나는 배우는 언어 말고 다른 언어로는 소통이 되지 않는 게 좋다.


이렇게 대화를 하면 장점은 선생님이 자연스레 학생의 어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른 질문을 할 때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모르는 게 나오면 그 언어로 물어본다. '이게 무슨 뜻인가요?' 그러면 선생님은 다시 그 언어로 그 의미를 설명한다. 그리고 나는 다시 그 어휘를 이용해서 문장을 만들어보고, 선생님에게 더 나은 표현이 있는지 다시 묻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같은 의미도 더 자연스럽게 말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가끔 대화를 하다 보면 말이 끊어질 때가 있는데, 이때를 준비해서 여분의 주제를 마련해놓는 것도 좋다.


글 쓰고 첨삭받기


글을 쓰는 것은 어떤 목적으로 외국어를 공부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사실 필수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글을 썼을 때 얻는 장점이 크기 때문에 나는 개인적으로 글을 꼭 쓰라고 권한다. 가장 큰 장점은 대화를 나눌 때 보다 글을 썼을 때, 어색한 표현이나 잘못된 표현을 고쳐주기가 쉽다. 특히 아시아권 사람들의 특성상, 내가 아무리 '틀리거나 어색하면 바로 알려달라'라고 말을 해도 말을 끊고 고쳐주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대게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면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간다. 그런데 글을 써서 첨삭을 받으면, 어지간히 자연스러운 표현도 다 고쳐준다. 그만큼 생각하고 더 표현을 매끄럽게 만들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복습보다는 예습, 예습보다는 꾸준함


우선 예습을 왜 해야 할까? 그렇게 학창 시절 예습, 복습을 많이 하라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막상 왜 해야 하는지는 별로 생각을 안 해본 거 같다. 외국어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예습의 필요성은 바로 질문의 질이다. 미리 공부를 해야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얻고, 그 부분에 공부를 할 때 질문을 할 수 있다. 만약 예습을 하지 않았으면 그 부분을 이해하는데 급급해서 그 부분에 연관된 질문을 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나는 예습을 하면서 보통 본문의 단어를 미리 찾아보고, 표현이나 단어 중 사전을 찾아보고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따로 체크를 해둔다. 그리고 수업 중에 물어본다.


복습은 사실 중요하다. 복습에 얼마나 시간을 쏟느냐에 따라서 언어 습득 속도는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 왜냐면 복습을 한다는 건, 한 번 배운 내용을 다시 질문하는데 시간을 쏟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복습에 너무 매달리진 말라고 말한다. 제대로 된 복습을 하려면 사실 수업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2시간짜리 수업을 들으면, 복습을 하는데 3~4시간은 써야 '제대로' 복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하루에 6시간을 외국어 공부에만 쏟아야 한다는 말인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복습을 하는 것보다 복습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자유로워지는 게 꾸준히 공부하는데 도움이 된다. 


나는 사실 예습도, 복습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더 중요한 건 매일 하는 것이다. 처음 공부할 땐 그렇게 어려웠던 책도, 계속 공부를 한다는 가정 하에 2~3달이 지나고 보면 그렇게 쉬울 수가 없다. 이런 단어를 몰라서 그렇게 고통스러워했다니. 굳이 수업 때 들었던 단어를 작정하고 외우지 않았는데도, 시간이 지나면 외워진 경우가 많다. 언어는 결국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자주 쓰는 말이라면 결국 익히게 되어있다. 그러니 오늘 배운 걸 '완벽하게' 익힐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히려 역효과라고 할 수 있다. 나도 스페인에 있을 때 미친 척하고 처음 도착하고 3개월 만에 DELE B2를 신청했다. 당시 내 스페인어 수준에 비하면 정말 너무너무 어려운 시험이었고, 언어의 유사성으로 쉽게 따라가는 유럽 친구들과 달리 과제를 해가는 게 너무 고역이었다. 그래서 과제를 다 못한 다음 날은 학원을 째고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거리기도 했다. 지나고 보면, 그때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건 그 날 풀지 못했던 한 문제가 아니라 9개월 간 꾸준히 스페인어를 배우려고 보냈던 시간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 달에 100만 원을 외국어 배우는데 쓴다면?


만약 내가 지금처럼 한국에서 중국어를 공부한다면 과외비로 100만 원을 줘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현지 거주 찬스'로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공부를 하고 있다. 한 달에 100만 원은 외국어를 공부하기에 비싼 돈일까? 10년 넘게 정규 교육을 받아도 영어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영어가 필요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고, 여행 갈 때 울렁증이 심해서 패키지여행 아니면 못 간다면? 외국어를 통해서 자유롭게 외국에 나갈 수 있는 자유를 얻는다면? 그래도 한 달에 100만 원씩 6개월의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게 비쌀까?


한 번쯤 외국어와의 길고 긴 원한 관계를 끊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외국어와 원한을 끊는데 필요한 시간은 최소 3개월, 권장 6개월이다. 매일 2시간씩 원어민이랑 6개월을 만났는데도 외국어가 그대로라고? 아마 이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1. 매일 2시간씩 6개월 간 공부하기

2. 원어민과 대화하기


최근에 든 생각은 '사람은 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아무리 말려도 하고, 안 하려고 마음먹은 사람한테는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인가가 비싸다는 것' 혹은 '무엇인가가 비싸다고 느껴진다는 것'은 사실 '그것이 나에게 중요하지 않음'의 증거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정말 중요한 건 '이게 정말 나의 인생에 너무나 중요하다.'는 필요성을 자각하는 일이고, 그래서 '이걸 위해서 나의 시간과 돈이 얼마가 들어가더라도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면 충분하다.'는 마음가짐인 것 같다. 그 전에는 어떤 훌륭한 교육법도 꾸준함을 만들어 내지는 못할 테니까.


keyword
magazine 외국어 덕밍아웃
자유로운 삶을 만들어 나가는 사업가, 개발자, 그리고 애처가
bit.ly/facebook-marco
bit.ly/marco-tv
댓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