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르코 Jul 22. 2016

외국어의 추억

외국어 배우는 게 행복하기만 했냐고요? 아니올시다.

아래는 <외국어 덕후의 중국어 정복기> 목차이자 첫 글




지금은 내가 불편함 없이 구사하는 외국어를 생각해보면 다 각자 쉽지 않았던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영어를 배울 때는 대학교 시험 기간에 시험이 끝나고 잠시 영어 학원을 들러서 2~3시간 영어로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영어로 말하며 돌아오기도 했다. 덕분에 다음 날 시험 보기 전까지 시험공부를 해야 했지만. 스페인어는 워낙 스페인어를 못하는 상태로 스페인에 도착해서 밖에 나가서는 도저히 대화가 되지 않아 처음 2달 간은 학원 마치고 바로 집에 돌아와서 스페인 원어민이 운영하는 강의 사이트를 하나 찾아서, 5분짜리 동영상 하나를 완전히 똑같이 따라 할 수 있을 때까지 2시간이고, 3시간이고 반복했던 기억이 난다. 포르투갈어는 스페인어와 유사해서 처음에 배우기는 편했지만,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위험'한 브라질에서의 생활에 항상 긴장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확실한 것은 내가 외국어를 꽤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처음부터 내가 외국어를 좋아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처음 외국어를 배우는 게 재밌다고 느꼈던 것은 제대하고 영어를 다시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내 생각을 영어로 표현할 수 있을 무렵이었다. 그리고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부인을 만났던 국제 청소년 회의에서 며칠을 함께 외국인 친구들을 영어로만 생활하면서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할 수 있었을 때, 그리고 내 생각을 전할 수 있었을 때, 그리고 마침내 그 사람들을 친구라고 부를 수 있었을 때였다. 나에게 외국어는 이 세상에 함께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았던 투명한 막으로 갈라져 있던 세계에 발을 내딛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었달까?


그 이후로는 외국어를 학습하는 과정이 즐거워졌다. 나는 특히 단기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은데, 아무리 단어장을 펴서 외워도 단어가 잘 외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취했던 특단의 조치는 단순히 단어를 외우는 게 아니라, 나를 그 어휘를 쓸 수 있는 환경에 던지는 것이었다. 외국인 친구를 만났을 때 최대한 그 어휘를 사용하고, 혹은 나 혼자 있을 때라도 그 어휘를 이용해서 여러 문장을 만들어 보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단어를 암기하는 것은 기억력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단어가 얼마나 내 일상생활을 도와줄 수 있는가를 주지하는 것의 문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단어가 잘 외워지지 않는 것은 그 단어가 내 일상과 연관이 없기 때문인데, 당장 그 나라 식당에 앉아서 숟가락을 다시 가져다 달라고 하고 싶은데 말할 수 없는 절망감을 한 번 느끼고 나면 한 번만 들어도 외워지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상해에서 배우는 중국어는 다른 외국어를 배웠을 때처럼 힘들지만, 자칫 심하게 단조로울 수 있었던 상해 생활에 활력소다. 서비스 개발하느라 정신없는 요즘이지만, 앞으로 중국에 서비스를 하려면 기본적인 중국어 소양을 갖춰야 된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하고 있다. 외국어를 빠르게 습득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 적응하는 데는 정말 효과적이다. 외국어를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한 나라에 6개월 이상 보내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다. 그 이유는 혼자 하는 타지 생활은 정말 힘들고 외롭기 때문인데, 외국어를 못한다는 것은 현지 친구를 사귀지 못한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몇 달을 혼자서 보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외국에 나가 있는 많은 한국인 친구들이 처음 몇 달의 외로움을 참지 못하고 한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주중에 매일 만나는 玮旭와의 수업을 마치고, 그동안 외국어를 배웠던 경험을 떠올려봤다. 즐거웠던 기억, 힘들었던 기억이 분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섞여있었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부터 3개월 후에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는 것, 그리고 6개월 후에는 더 다를 것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에 초조해하지 말고, 조급해하지 말고 오늘 배운 것을 충실히 복습하고, 그리고 다음 시간에 배울 것을 미리 예습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중국어를 공부하면서는 처음으로 책 본문을 한 번 외워보려고 한다. 발음은 玮旭에게 위챗으로 녹음해서 보내달라고 해야겠다.


那天我去参加晚会。

我穿上了我的灰色精细条纹衬衫,

打上了我的蓝底白点的领带,

我穿好了我的深蓝格子的上装,

我觉得我的袜子是最时髦的羊毛袜,

我的腹胀搭配的最有品位。

出门之前我还刮了脸,吹了风,

我在镜子前左照右照,

风度翩翩,像个大明星。

可是一出门就有人盯着我

指指点点,说说笑笑,

肯定有哪儿不对劲儿,

可到底是哪儿不对劲儿?

到底是哪儿呢?




참고로 책은 汉语口语速成이라는 책으로 공부하고 있다. 入门篇(상, 하), 基础篇, 提高篇, 中级篇, 高级篇으로 총 6권의 책으로 나눠져 있는데, 각각 HSK 시험에 필요한 단어 숫자를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말할 수 있으면 들린다고 믿기 때문에, 말하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실생활에서 쓰는 다양한 어휘들과 문법을 실제 예제를 통해 보여줘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중간에 영어 번역이 이상한 경우가 종종 있어서 원어민과 함께 쓰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