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셔스가 알려준 행복
긴 비행이었다. 상해에서 모리셔스까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은 환승을 했던 쿠알라룸푸르와 모리셔스 간 시차를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같은 시간대를 쓰고 있어서 이 거리를 이동할 때는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상해와 4시간 시차가 있는 모리셔스까지 7시간 정도를 다시 한번 비행기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쿠알라룸푸르까지 비행은 자정 때라 눈을 감았다 뜨니 도착을 해서 별 문제가 없었는데, 모리셔스까지 비행은 몇 번이나 몸을 비틀며 스트레칭을 해야만 했다.
모리셔스에 도착하기 전 비행기에서 옆 자리에 앉았던 인도인 세 자매가 펜을 빌려달라고 말을 걸어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모리셔스에 살고 있는데 발리로 여행을 다녀오는 길이라는 인도인 세 자매는 환한 웃음으로 우리의 모리셔스행을 맞아줬고, 모리셔스가 참 아름다운 섬이라며 분명 좋아할 거라고 말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섬에 살면서 굳이 발리까지 여행을 간 이유는 아직도 우리 부부에게 궁금증으로 남아있지만, 이 세 자매 덕분에 우리는 매우 밝은 인상으로 모리셔스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모리셔스 공항에 도착했고, 미리 불러놓은 택시 기사가 내 이름표를 들고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숙소까지 65유로를 달라고 해서 휴양지라 그런지 택시비가 제법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숙소까지 무려 1시간 넘게 달려서 도착했기 때문에 '아, 멀어서 그랬구나.' 생각이 들었다. 숙소까지 오는 길은 그야말로 자연 그 자체였고, 아주 높은 산 하나와 가는 길 내내 펼쳐진 초원과 낮은 집들을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한 숙소에는 매우 인상적으로 거의 모든 직원은 인도계 사람들이었고, 대부분의 손님은 유럽인으로 채워져 있었다. 아시아 사람이 거의 없어서 어딜 돌아다녀도 주목을 받았는데, 국적을 물어볼 때면 한국을 제외하고 일본인이냐 혹은 중국인이냐고만 물어봐서 정답률 0%를 기록했다. 그래도 한국을 여행해봤다는 사람이나 친척 중에 한국 사람과 결혼했다는 사람이 있어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우리 부부의 여행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이 되는데, 하나는 완전 휴양형 여행과 다른 하나는 현지 생활 밀접형 여행이다. 이번 모리셔스 여행은 완전 휴양형 여행이고, 다음 행선지인 케이프 타운은 현지 생활 밀접형 여행으로 구분해 볼 수 있겠다. 모리셔스의 날씨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휴양을 목적으로 이곳저곳 많이 다녀본 편인데, 기온은 30도 초중반에 해가 지고 나서도 민소매를 입고 돌아다녀도 전혀 춥지 않은 선선한 기온이 유지되었다. 뿐만 아니라, 바닷가인데도 전혀 습하지 않아서 더욱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매년 오자고 다짐을 하기도 했다.
식사도 매우 훌륭했다. 모리셔스 음식, 인도 음식, 중국 음식 등 다양한 전문 식당과 그 외에 메인 식당이라고 해서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뷔페형 식당이 있었다. 첫날 조금 늦게 도착해서 다른 식당을 예약할 수 없었던 우리는 메인 식당으로 향했는데, 음식도 맛있었고 디저트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여행의 가장 좋은 점은 일상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보고 대화를 나누며 얻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가 쉴 새 없이 들리는 이곳에서 우리 부부는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원하는 삶은 어떤 삶인지, 우리가 일상을 살며 잊어버린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매일 함께 해서 오히려 잊어버리기 쉬운 것들을 채워나갔다.
이 좋은 곳에 일하는 사람은 인도계, 누리는 사람은 유럽계인 상황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보기도 했다. 날씨가 환상적인 이곳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해변에 누워 몇 시간씩 태닝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깃발을 따라다니며 관광지마다 사진을 찍기 바쁜 아시아 사람들의 여행과 비교해보기도 했다. 4차 혁명이 올 때 우리 부부는 어떻게 그 시기를 준비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여성으로 태어나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식사를 마치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을 경험하며 느끼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이야기로 나누는 것, 이 호사에 감사하고 행복했다.
모리셔스에서의 여행은 곧 끝이 나겠지만, 우리 부부의 여행은 앞으로 더 아름답고 즐거운 풍경들로 채워지길 기대한다. 현실을 살기 위해 꿈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꿈을 꾸고 삶을 더 다양한 색깔로 채워 넣기 위해 고민하고 일상을 더 알차게 채워야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