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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Jan 30. 2017

우리 부부가 여행하는 방법

여행과 일상 사이

내 해외 여행의 역사는 제대 후 스페인에 1년가량 머물면서 시작되었다. 물론 그 전에도 국내에 무전여행도 다니고, 친구들과 기차 여행도 다니기도 했었고,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가 입대하기 전 홍콩에 둘이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기 때문에 여행 자체가 처음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달라진 것은 스페인에서의 삶 자체가 나에게는 여행의 연속이었고, 거의 격주마다 스페인의 다른 도시들과 서유럽의 다양한 도시를 저가항공으로 쉽게 다닐 수 있었다. 당시 1달 전에만 예약하면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파리까지 왕복 5만 원으로 다녀올 수 있는 티켓이 있었고, 나에게 유럽 여행은 빡세게 돈 모아서 한 방에 다 돌고 오는 여행이 아니었다. 그저 1달 전에 티켓이 가장 쌀 무렵에 예약하고, 비행일이 다가오기 며칠 전에만 숙소를 알아보고 예약하면 됐다. 남자로 태어난 덕으로 유럽 내에서는 크게 위치나 숙소의 질을 고려하지 않고 편하게 예약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하루 전에 숙소를 정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니 여행지에 크게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도착해서 공항에서나 혹은 첫 숙소에서 지도를 구했고, 현지인에게 가볼만한 곳을 동그라미 쳐달라고 해서 지도를 보며 여기저기 다녔다. 식사도 발길이 닿는 곳에 들어가서 먹었고, 피곤하면 숙소로 돌아와서 낮잠을 잤고, 게스트 하우스에 묵을 때면 그곳에 만난 친구들과 같이 식사를 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부인님은 여행 영재반 출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역업에 종사하신 장인어른 덕분에 어릴 때부터 다양한 곳을 여행하면서 다녔고, 특히 몇 차례 동남아 여라 나라에서 거주한 경험도 있다고 한다. 부인 고등학교 졸업 선물로 어학연수를 다녀오라며 처음으로 큰 딸을 혼자 떠나보내며 캐나다 오지로 한 달을 보내셨을 정도니, 보낸 장인어른이나 그걸 떠난 부인님이나 대단하다고 하겠다. 당시 나를 되돌아보면 지방에서 서울에 오는 것만으로도 벅찬 그런 사내였다.


다행히 우리 부부가 사귀기 시작했을 땐 부인님의 여행력에 달할 만큼의 경험치를 짧지만 풍부한 유럽 여행과 남미 여행으로 쌓은 후였다. 우리 부부는 대학생 시절 국제 학생 회의에서 만났는데, 그때 만난 외국인 친구들이 사는 말레이시아나 브루나이 같은 곳을 여행 갈 때는 현지 친구의 안내를 받았다. 그리고 내가 살았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여행을 갔을 땐 내가 안내를 했고, 반대로 부인님이 사셨던 대만과 일본을 갈 때는 부인님께서 가이드를 해주셨다. 이탈리아처럼 우리 둘 다 말이 통하지 않았던 곳에서는 조금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스페인어로 대충 의사소통해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우리 부부가 여행하는 방법


우리 부부는 여전히 여행지의 정보를 사전에 알아보지 않는다. 둘 다 미리 많이 알아보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불확실성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 훨씬 크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게 너무 피곤한 일이다. 대신 대체로 에어비엔비를 통해서 깔끔한 집을 예약한다. 호텔에서 하룻밤 정도 묵을 비용이면 에어비엔비를 통해 최소 방 1~2개짜리 집을 빌릴 수 있다. 대게 이런 집들은 완전 도시 중심가보다는 현지인이 거주하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나와서 걸으면 그곳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물론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머물 때도 있는데, 우리 부부에게 특별한 날이거나 아주 휴양지로 아무 생각 없이 누워서 햇빛을 즐기고 숙소 밖으로 나가지 않을 땐 이런 곳에 묵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이동은 대체로 우버를 이용한다. 한국에서 우버를 금지하고 얼마나 많이 택시 기사분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관광객의 입장에서 우버를 사용하지 못하는 건 정말 큰 불편함이다. 대게 어느 여행지를 가더라도 외국인으로 택시를 타는 건 불안한 일이다. 일본이나 대만 정도를 제외하고는 항상 택시를 타면서 사기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마련인데, 우버는 그럴 걱정이 없다. 그리고 대체로 우버 기사 분들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 그리고 출발지와 목적지만 입력하면 알아서 출발지로 도착해서 목적지로 데려가고, 결제도 등록해놓은 카드를 통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현금을 가지고 다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가끔 우버 괴담 때문에 우버 타는 걸 겁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무슨 차를 탔는지 알 수 없는 현지 택시보다 우버는 모든 게 다 기록으로 남으니 훨씬 더 안전하다. 내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추적할 수 있는 링크를 지인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우버 가입 시 아래 코드를 넣으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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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관광지는 대체로 생략하고 가능한 많이 걷는다. 주요 관광지를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각각 동선까지 확인해 가는 여행의 가장 큰 단점은 그 사이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삶과 골목길의 아름다움을 놓쳐버린 다는 것에 있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차의 발명이 여행을 선에서 점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문구를 기억한다. 요즘은 워낙 도시마다 교통이 좋아서 마음먹고 다니면 2~3일이면 어지간한 도시의 주요 장소들은 다 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정신없이 다니면 정말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 여행지에 와서 편하게 앉아 2~3시간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여유조차 없다면 그건 일상에 주워지는 업무에서 떠나 나에게 주는 휴가 속에 다시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관광지는 1/3로 줄이고, 식당에서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종업원이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네는지 살펴보자. 그리고 함께 여행하는 사람과 우리의 삶과 현지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어떻게 살지 이야기해보자. 우리는 꼭 주요 관광지 몇 군데를 남겨놓는데, 이유는 '다음에 와서 보자.'라는 것이다. 이 여행지는 언제든 다시 오면 된다. 그렇게 주어진 시간에 모든 걸 다 보겠다며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휘두를 필요는 전혀 없다. 다음에 또 오자며 여행지 한 두 군데를 남겨놓는 것도 낭만적이지 않은가?



여행의 아름다움


여행의 아름다움은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에 있다. 한 도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 달을 머무는 것도 좋다. 그 중에 일주일은 숙소 근처만 걸어다녀도 좋다. 그럴 바에 뭐하러 여행을 가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다. 왜냐면 사람은 대부분 내가 익숙한 장소에서 다른 생각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같은 샌드위치를 먹어도 다른 장소에 있다는 그 사실 하나가 생각의 주제나 깊이를 완전히 바꾸어놓는다. 그리고 이건 돈 몇 백 만원으로 환산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여행을 하겠다며 스스로에게 일을 주고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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