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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Apr 16. 2017

부부의 따로 여행

결혼 후 나의 바뀐 점

이번 주말 우리 부부는 각자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부인님은 회사에서 직장 동료들이 챙겨준 '퇴사 작별 여행' 겸 갑자기 워크숍 일정이 잡혀서, 중국 내륙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리고 무려 3일 간 상해에 혼자 있을 나를 걱정하며 비행기 티켓 쾌척해주셔서, 나는 제주도에 오게 되었다. 주말에 떨어져 있는다며, 여행 오기 전 화목금 3일 간 점심 같이 먹었더니 부인 회사 동료들이 "대단하다"는 말과 함께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내가 어떤 여행자였는지 다시 한번 기억할 수 있었다. 부인은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을 즐기기 때문에 보통 한 달 전이면 비행 편, 숙소, 렌터카 등의 예약이 끝나고, 꼭 먹어야 하는 맛집은 여행 전까지 결정된다. 물론 둘 다 기본적으로 빡빡한 여행 계획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그 외에 내용들은 전혀 결정하지 않고 도착해서 정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나는 더 극단적으로 무려 제주도에 머무는 2박을 모두 당일에 예약하는 기염을 토했다. 숙소를 정하지 않았으니 식사도 당연히 자동차를 끌고 다니다가 근처에 맛있어 보이는 게 있으면 가거나, 예전에 부인님과 함께 제주도 여행할 때 못 가봤던 식당에 가기도 했다. 운전을 하고 가다가 벚꽃이 보이면 잠깐 차에서 내려서 사진을 찍어서 부인님에게 하나 보내고, 지나가다 바다가 보이면 바다 사진 하나 찍어서 보내고, 지도에 미술관이 있길래 잠깐 들러 2시간쯤 시간을 보내다 가는 그런 여유 있는 여행이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을 하면서 연애까지 포함해 5년 차에 접어든 부인님과의 생활이 나에게 깊은 흔적을 남겨두었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학창 시절에 여행을 다닐 땐 적당한 금액대의 게스트하우스에 묵었고, 대충 허기를 채우면 충분했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 여행은 새로운 곳에 족적을 남기는 행위였고, (그때도 크게 관광지에 미련은 없었지만) 그 행위 자체가 중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비록 혼자 하는 여행이지만 조용하고 깨끗한 숙소를 골랐고, 차를 차고 한참을 움직여야 하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녔다. 더 여유가 있어졌다고 할까? 혹은 여행을 좀 더 즐기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부인에게 자주 하는 말인데, 나는 부인과 함께 하면서 세상을 더 풍부하고, 다채롭게 살게 되었다는 생각한다. 그전까지의 삶이 무채색이었다면, 하나하나 삶에 색을 채워나가는 느낌.


혼자 하는 여행, 혼자 밥 먹기


이번 여행의 테마 중에 하나는 혼밥이었는데, 제주도는 관광객들에게 사람 숫자에 상관없이 무조건 흑돼지 삼겹살을 한 근부터 시키게 만드는 무지막지한 곳이 아니던가. 얼마 전에 제주도에 혼자 여행을 온 부인 회사의 태국인 여자 상사도 여자 혼자 밥 먹으러 갔는데, 한 근이나 시키라고 했다고 너무하다고 했었지. 나도 도착한 날 첫 점심을 삼겹살을 먹으러 갔다가 한 근을 시키라는 말에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내내 네이버에 검색했던 것이 '제주도 혼밥'이었다. 처음에는 '1인 식당' 같은 키워드로 찾다가, 제주도에 1인 관광객이 늘면서 혼밥이나 혼술을 제공하는 식당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혼자 고기를 구워 먹는 게 개인적으로 가장 고난도 혼밥이었는데, 무려 저녁을 먹으러 간 고깃집이 금요일 저녁이라 회식을 하고 있었다. 양복 입은 직장인들이 실내를 가득 채우고 있어서 조금 기다렸다가 들어갔는데, 가족 단위 손님들이 쳐다보는 게 간간히 느껴졌지만 고기는 맛있었다. 처음에 흑돼지 삼겹살 150g이 두 덩어리로 나오길래 적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따라 나온 강된장 등 이것저것 먹다 보니 아주 포만감을 느끼며 식당을 나왔다.   


브런치 작가 산솔님과 만남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특별했던 점은 제주도에서 사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디지털 노마드, 그리고 브런치 작가님인 산솔님과 만났다는 것이었다. 산솔님과는 브런치를 통해서 교류를 하기 시작했고, 산솔님께서 제주도 디지털 노마드 페이스북 그룹도 운영하셔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번에 가서 직접 만나 뵙게 되었다.



글로만 접하던 산솔님은 매우 '훈남'이셨고, 귀여운 둘째 별이도 함께 만날 수 있었다. 스타벅스에서 산솔님을 만났는데, 유모차에서 자고 있던 별이가 실내가 답답했는지 울기 시작해서 산솔님과 함께 유모차를 끌며 이야기를 나눴다. 근처 공터에서 유모차를 번갈아 가면서 끌며 "이거 외국에서 남자 두 명이 이렇게 유모차 끌고 다니면, 아이 입양한 게이 커플"로 오인받겠다며 깔깔거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 생활과 제주도 생활의 차이, 산솔님 부부가 지향하는 삶, 육아 후 달라진 점 등 각자 오후 일정이 있어서 오랜 시간 함께하진 못했지만 즐거운 대화였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소중한 주말 시간에 별이와 함께 나와주신 산솔님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그립게 하는가?


벌써 우리 부부도 결혼 4년 차 부부가 되었다. 상해에서도 퇴근 후 시간에는 거의 매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 와서도 우리 부부는 틈만 나면 서로 위치를 알렸고, 여행 이야기를 공유했다. 자기 전에 30분씩 화상 통화도 빼놓을 수 없겠다. 우리는 물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서로 궁금해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결혼 생활 중 거의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결혼 생활을 통해서 내 안에 무엇이 바뀌었는지', 또 '우리 부부의 관계가 얼마나 건강한 지'도 느낄 수 있었다. 결혼은 혼자서도 온전할 수 있는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사랑할 때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몇 시간 후 우리는 상해 공항에서 다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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