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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Aug 27. 2018

아플 수 있는 자유

싱가폴에서 아팠던 한 주

지난주에는 싱가폴에 온 이후 가장 몸이 좋지 않았다. 화요일부터 목이 칼칼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싱가폴 휴일이었던 수요일은 하루 종일 자다 깨다가를 반복했는데도 상태는 나빠져갔다. 금요일에는 새 회사에 출근하고 난 이후 첫 휴가 일정이 잡혀있었는데, 까딱하다간 휴가까지 망칠 것 같은 몸 상태였다.


화 - 감기 시작

수 - 싱가폴 무슬림 휴일

목 - 병가

금 - 휴가


그래서 목요일 아침에 회사 메신저에 '감기에 걸려서 다른 사람들에게 옮길까봐 걱정이 되니 원격근무를 하겠다'고 알렸다. 수요일이 마침 싱가폴 휴일이고 금요일에 휴가를 쓴 상태라, 목요일까지 출근하지 않으면 본의 아니게 징검다리 휴일이 될 상황인지라 최대한 원격근무는 피하고 싶었는데 다른 방법이 없었다. 회사 동료들이 얼른 나으라는 메시지를 뒤로 하고 병원을 갔다가 오전 내내 눈을 붙이고 일어났다.


눈을 떴더니 매니저로부터 개인 메시지가 와있었다. ‘부디 아플 때는 일하지 말고 최대한 회복에 신경 쓰라’고 했다. 이런 배려 덕분에 마음 편하게 병가를 썼고, 하루 종일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이틀 동안 눈을 뜨고 있는 시간보다 잠을 잔 시간이 훨씬 많았다. 아픈 것을 증명해야 했을까? 아니다, 그냥 ‘나 아프다.’ 한 줄이면 그 무엇도 증명할 필요가 없다. 


이곳에 와서 생각한다. 왜 한국에서는 아픈 내가 미안해야 했는가? 사람은 누구나 살다 보면 아픈 날이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왜 그 아픈 날마저도 눈치를 봐야 하고 너무 아픈 날이면 연차를 써야 할까? 외국인으로 타향살이를 하면서 처음으로 아파도 된다고 느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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