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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Dec 06. 2018

1년 동안 매일 3시간

무엇인가 이루고 싶다면

무엇인가 이루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비교적 단순하다.


1년 간 매일 한 가지 행동을 반복하면 된다.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지난 경험들


1) 여러 글에서 밝혔지만 군대를 다녀오기 전까지 나에게 가장 큰 마음의 짐은 영어였다. 그래도 수능 영어 공부는 열심히 했던 거 같은데, 대학 생활 2년을 하고 나니 영어 실력은 바닥을 찍었고 토익 점수 700점을 넘기지 못해서 카투사에 지원을 못했다. 제대할 때가 되고 나니 사회에 나가서도 다시 영어가 발목을 잡을 것 같았다. 이제 군대에서 머리는 더 굳었을 테고, 나가서 어떻게 토익 점수를 만들어서 취업을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래서 딱 1년만 영어만 파기로 했다. 복학 첫 학기에 정말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2시간 이상 영어 공부를 했다. 걸어 다닐 때도 혼자서 영어로 중얼거렸다. 심지어 학교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에도 시험을 보고 영어 학원에 가서 2~3시간씩 영어로 떠들었다. 그렇게 반년 만에 남들 2~3년 걸린다는 학원 교육 과정을 초단기로 6개월 만에 마쳤고, 영어로만 진행되는 국제 학생 회의에 참여할 수 있었다.  


2) 영어 실력을 단기간에 확 끌어올려보니 다른 언어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스페인어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남들 다들 영미권으로 교환학생 다녀오는 동안 나는 스페인에 가기로 했다. 그렇게 스페인행 비행기를 탔다. 스페인 생활은 처음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영어는 그래도 초중고등학교에서 쌓아온 시간이 있는데, 스페인어는 고작 한국에서 3~4개월 학원 수업 들었던 것이었으니 쉬울 리가 없었다. 그래도 기왕 왔는데 제대로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스페인 정부가 주관하는 스페인어 시험은 DELE인데 초급부터 고급까지 A1, A2, B1, B2, C1, C2 단계로 나뉜다. 보통 한국에서 4년 간 스페인어 전공자의 졸업요건이 B2라고 하는데, 기왕 할 거면 전공자보다는 잘해야 눈에 띄지 않겠냐며 C1을 따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9개월 동안 DELE 시험을 3번 봤는데, 앞에 2번은 다 떨어지고 마지막에 C1을 붙었다. 스페인에 있는 동안은 학원 포함해서 매일 5시간 이상은 스페인어를 공부했던 거 같다.


3) 첫 회사를 때려치우고 개발을 배우기 시작했다. 개발은 쉽지 않았다. 교재는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어찌어찌 개발자가 되었는데 회사에서는 배울 게 많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내 살 길 찾겠다고 출퇴근 각각 1시간씩 이용해서 인터넷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저녁에는 출퇴근 시간에 들었던 인강으로 혼자서 서비스를 만들었다. 가끔 새로운 기술에 꽂히면 1~2달씩은 저녁에 공부하고 잔 이후에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또 개발을 하다 출근했다. 남들이 '그런 것도 배우냐?'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많아서 엄청 많은 양을 공부해야 했다. 개발자가 된 첫 해 Udemy에서 50개 이상의 강의를 구매했다.


4) 개발자가 되고 얼마 후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기왕 쓰는 거 열심히 해보자고 1년 간 매일 1편씩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200일이 좀 넘어서 이 도전은 그만뒀는데, 현재 이 브런치에 글이 300개가 안된다. 거의  모든 내용이 그 첫 200일에 쓰인 글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쌓인 글로 첫 책도 출간했고, 첫 번역도 시작했고, 두 번째 책도 계약했다. 단지 200일 넘게 글을 썼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덕분에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나에게는 지난 5년의 고민을 담은 책이 한 권 생겼다.



자주 듣는 질문


이렇게 이야기하면 자주 듣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아, 외국어에 소질이 있으신가 봐요."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한 가지 재밌는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2017년 상해에 12개월을, 그리고 2012년 스페인 마드리드에 9개월을 있었다. 상해에서는 매일 아침에 2시간씩 현지 대학생과 중국어를 공부했고, 마드리드에서는 매일 5시간 이상 스페인어 공부를 했다. 스페인 때는 학생이었고, 한창 스페인어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열정에 불타오를 때였다. 상해에서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아침에 2시간 이외에는 거의 중국어 공부를 할 시간이 없었고, 숙제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나의 중국어는 스페인어와 비교해서 어떤 실력일까? 스스로 판단했을 때 내 중국어는 스페인어 실력에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왜 영어, 스페인어를 이어서 공부하면서 외국어 공부하는데 노하우가 생겼을 텐데, 중국어는 그렇게 못했을까? 심지어 같은 한자 문화권이라 라틴어 기반의 언어를 공부하는 것보다 더 쉬웠을 텐데.


중요한 건 밀도다. 한국에서 초중고등학교 다니며 영어공부 한 시간이 그래도 하루 평균 30분은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10년을 해도 영어는 한 마디도 제대로 못한다. 그런데 짧은 시간 제대로 시간을 쏟아부으면 6개월이면 10년 쏟은 시간보다 더 큰 효과를 얻기도 한다.  


만약 하루 1시간씩 300일을 공부하는 것과 5시간씩 60일을 공부하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5시간 x 60일'을 선택하겠다. 둘 다 똑같이 300시간인데, 무엇인가 이뤄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 두 300시간은 질적으로 전혀 다른 시간이다.


5시간 x 60일 >>>>>>> 1시간 x 300일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이제 그만 받았으면 좋겠다.


이 질문은 이렇게 바꿔야 한다.


내가 하루에 얼마나 시간을 쏟을 수 있을까?


개발을 공부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 주에 2시간도 만들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그렇게 시간이 없다면 지금 상황에서 다른 걸 시작하지 않는 게 맞다. 미안하지만 하루에 2~3시간도 시간을 못 쏟는다면 지금 당신에게 이 새로운 배움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냥 한 번 경험을 해볼 게 아니라 잘해보고 싶은데 시간을 낼 수 없는 것이라면, 시간 낭비가 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면 또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한테 이게 잘 맞을지도 아직 모르고요.


맞는 말이다. 새로운 배움이 나에게 잘 맞을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1년은 뒤돌아보면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다. 운이 나빠서 5년 동안 매번 본인에게 맞지 않아서, 매년 한 개씩 새로운 걸 공부해야 했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그럼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뭐가 나에게 잘 맞을지 고민만 하며 보낸 5년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크게 관련성 없는 다양한 일에 도전하면서 느끼는 점은 '취향'은 사실 처음부터 정해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1년 간 충분히 시간을 쏟다 보면 없던 취향도, 관심도, 적성도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저 많은 사람들은 이 1년이라는 시간을 하나에 집중하지 못할 뿐이다.


내년 한 해에는 무엇에 시간을 쏟아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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