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op, Defer, Delegate, Do
무력감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없지 않겠지만, 내 주위에 훨씬 많은 한국 사람들은 일상을 너무 많은 것들로 채워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회사 일, 취미 생활, 가족과의 시간, 수업, 운동 등 삶이 많은 것으로 가득 차있다. 그 과정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는 자기 효능감을 얻는 것은 좋지만, 많은 경우에 몸을 바쁘게 만들어서 고민 없이 혹은 생각 없이 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드는 경우도 있다.
업무 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외국 회사로 처음 옮긴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에 하나가 바로 “그저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한국의 정서에는 놀랍게도 미국/유렵계 회사에서는 “열심히 일하지 말고, 똑똑하게 일하라”라고 말하는 매니저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주어진 것을 고민 없이 다 하기에 우리의 하루는 너무 짧다.
이전 글에서도 밝혔지만 삶을 정말 많은 것들로 가득 채워보고 나서야, 이것이 무엇인가를 성취하기에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랜 시간을 들여 노력을 하는 것이 꼭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최근 <Life Leverage> (Rob Moore 저, 레버리지)를 읽고 다시 한번 일을 하는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의 내용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면, 당신이 하고 있는 업무 중 가장 중요하고 큰 가치를 가져다주는 업무에 집중하고, 다른 업무들은 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라는 것이다.
예전에도 한 번 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같은 생각과 글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다르게 바라보게 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서, 시간을 들여서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아래 글을 쓸 때는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에는 책의 내용을 빌어 좀 더 체계적으로 업무를 분류하고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Drop, Defer, Delegate, Do (DDDD) 전략은 <Life Leverage>에서 나오는 전략의 하나로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담당자를 정하고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 전략은 당신의 업무 목록에서 각 업무 항목을 확인해서 어떤 행동을 취할지 정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세부 항목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Drop (하지 않기), 중요하거나 꼭 필요하지 않은 업무라면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할 필요가 없는 업무를 하곤 한다. 특히 한국 회사처럼 상급자가 지시한 업무에 대해 질문이 허락되지 않는 문화에서는 해야 하는지 고민하기보다는, 주어진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방식으로 업무 생산성을 높이려고 한다. 하지만 할 필요가 없는 업무를 하지 않는 것만큼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없다.
Defer (미루기), 하기는 해야 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이라면 일을 미루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방식을 통해서 추가적인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하고, 더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Delegate (위임하기), 다른 사람을 통해서 수행될 수 있는 업무라면 위임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나 제한된 시간과 리소스로 업무를 마무리해야 하거나, 당신보다 더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Do (직접 하기), 만약 위의 어떤 것에도 속하지 않고, 급하고 중요한 업무라면 그때 직접 하면 된다.
이 DDDD 방식을 통해서 업무의 우선순위와 담당자를 정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서 정말 중요한 업무를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하는데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 방식을 통해서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과중한 업무 부담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낮출 수 있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정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업무 상황과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자신이 해야 할 업무를 우선순위와 관련된 요소들을 고려하여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요도가 낮고 긴급도가 낮은 업무는 우선순위가 낮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고, 이러한 업무는 자신이 해야 할 업무 중에서 하지 않아도 되는 일로 생각할 수 있다. 자신이 해야 할 업무를 정할 때는 자신의 업무 상황과 우선순위, 그리고 자신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고려하면 좋다.
업무 우선순위를 파악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기법들은 아래와 같다.
업무를 A, B, C로 구분하고 A그룹은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업무, B그룹은 중간 우선순위의 업무, C그룹은 우선순위가 가장 낮은 업무로 분류한다. 이렇게 하면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업무부터 처리할 수 있고, 중간 우선순위의 업무부터 우선순위가 가장 낮은 업무까지 순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업무를 중요도와 긴급도가 가장 높은 업무부터 처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요도가 높은 업무는 장기적으로 중요한 업무이고, 긴급도가 높은 업무는 즉각적으로 처리해야 할 업무이다. 이렇게 하면 중요도와 긴급도가 가장 높은 업무부터 처리할 수 있다.
업무를 가중치를 지정하여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중요도가 5점, 긴급도가 3점인 업무는 가중치 8점을 지정하고, 중요도가 3점, 긴급도가 5점인 업무는 가중치 8점을 지정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가중치가 가장 높은 업무부터 우선 처리할 수 있다.
자신의 업무를 스케줄로 작성하고 일정과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케줄을 작성할 때는 중요도와 긴급도가 높은 업무부터 우선 처리할 수 있도록 작성하고, 시간과 자원을 고려하여 적절한 스케줄을 작성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내가 한국에서 생활할 때는 적절히 위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군대생활이 리더십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군대의 리더십은 굉장히 불합리하고 군대에서만 작동하는 형태의 왜곡된 리더십을 배우는 경우가 많다.
싱가포르의 경우 집에서 상주 도우미를 쓰는 경우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채용과 업무 위임을 익히게 된다. 또한 미국/유럽계 회사의 경우 신입 때부터도 여러 팀원과 프로젝트를 이끌고 적절히 업무를 분배하는 경험을 배우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 경험을 통해서 쉽게 위임의 중요성과 장점에 대해서 배우고,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고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을 동기부여 하는 방식을 배우게 된다. 반면 한국에서는 조직 문화 상 상급자의 말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하급자의 복종을 상급자가 본인의 리더십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쉽게 보게 된다.
업무를 적절히 위임했을 때는 다양한 장점이 있다. 우선 자신이 처리해야 할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함으로써 자신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전문적인 지식이 없거나 익숙하지 않은 업무일 경우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에게 위임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처리해야 할 업무가 너무 많은 경우,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처리하기 어려울 경우 업무를 위임할 수 있다. 당신이 팀의 매니저라면 자신이 수행할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면서 지식을 공유하면, 팀원들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자신의 전문적 지식을 갖출 수 있다.
하지만 위임을 적절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사람을 선택하고 적절한 설명과 지시를 해주고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업무를 지시만 해놓고 본인이 매니저 업무를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겨우 프로젝트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 위임에 실패하게 될까? 우선 가장 기본적으로는 적절한 사람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를 들 수 있다. 반드시 위임을 할 대상이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에 적절한 업무에 대한 이해와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자. 그리고 업무 위임은 적절한 설명과 지시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업무를 지시할 때 ‘이 정도는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다른 사람이 읽어주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명확한 지시를 통해서 업무 수행자의 시간 낭비를 줄여주는 것이 지속적으로 열정을 가지고 일하게 하는데 중요하다. 또한 업무 위임 시 시간을 정해놓고 지속적인 피드백을 주어야 하고, 그 피드백을 통해서 최종 결과물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잊기 쉽지만 적극적인 업무 상의 지원을 해야 한다. 업무 상 필요한 자료가 있다면 가능한 사전에 미리 공유하고, 특정 지원을 요청받는다면 즉각적으로 해당 자료 및 도움을 주어 업무 진행이 원활하도록 처리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시간만큼 공평한 재화는 없다. 모든 사람은 하루에 24시간을 가지고, 그 시간을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없다.
요즘 다양한 프로젝트를 한 번에 관리를 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주어진 시간 내에 덜 일하고 더 많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오늘은 그 고민의 결과물로 “하지 않을 일을 고르는 방법”,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 업무를 적절히 위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 봤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덜 일하고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