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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Feb 02. 2023

육아를 통해서 배우는 리더십

우리 안의 어린아이에게

3살, 1살 아들 둘을 키우고 있다. 육아를 하다 보면 참 난감한 상황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예를 들면, 첫째인 단이와의 대화는 이런 식이다. “단아, 우리 저녁 먹었으니까 얼른 샤워할까? 씻고 나면 엄청 개운해!” 그러면 단이는 이렇게 대답한다? “싫어요, 조금만 더 놀다 샤워할게요.” 그런데 방점은 조금 뒤에 샤워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단 지금 노는 것에 찍혀있다. 기다려도 샤워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화를 내거나 혼을 내면 되지 않냐고? 아이들은 혼을 낸다고 움직이지 않는다. 설령 그 순간 잠깐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그 대가는 남은 하루를 더 기분이 나빠진 아이를 대하는데 써야 하는 본인의 에너지가 되겠다. 대신 말을 이렇게 바꿔볼 수 있다. “단아, 우리 지금 씻으면, 씻고 나서 엄청 오래 놀 수 있어. 그런데 지금 안 씻으면 있다가 씻고 바로 자야 해.” 아니면 승부욕을 자극해도 좋다. “단아, 우리 단이 얼마나 빨리 옷 벗고 씻으러 갈 수 있어? 아빠보다 빨리 할 수 있어?” 그러면 정말 화장실로 총알 같이 달려가서 옷을 벗고 샤워를 하러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 방법은 아주 조금 다른 것으로 보이지만, 큰 차이를 만든다. 씻어서 개운하다는 것은 어른의 관점이고, 더 놀 수 있다는 것은 아이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동기부여를 하는 것, 나는 이것이 회사 생활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믿는다.


매니저가 된다는 건 많은 사람들의 커리어에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매니저가 된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직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매니저가 되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 회사에서도 당연히 신경 많이 쓰죠.”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런데 매니저 한 명이 한 팀과 팀원들에게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생각하면, 왜 그리도 ‘아무나’ 매니저로 승진시키거나 뽑는지 의아한 경우가 많다. 물론 소수의 회사는 매니저가 되기 전부터 오랜 시간을 들여 교육을 하고, 매니저가 된 이후에도 매우 잦은 평가 과정을 통해서 안 좋은 매니저가 팀을 망쳐놓지 않도록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회사가 주위에 사실 얼마나 되나. 대체로 본인이 맡은 일을 잘했다는 이유로 매니저가 된다. 매니저의 일은 본인의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이 일을 잘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인데도, 자신의 일만 잘했다는 이유로 팀장이 된다. 참 골치 아픈 일이다.



이렇게 승진을 한 초보 매니저들은 안타깝게도 팀원들을 팀의 성과를 내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기가 쉽다. ‘내가 잘해서 팀장이 되었으니, 내 말을 잘 듣고 성과를 내야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렇게 새로운 매니저는 팀원들의 저항에 부딪히고, 팀원들이 본인의 의견과 조언을 따라주지 않는 것을 불평하며, 심지어 멀쩡한 팀원을 저성과자로 낙인 찍고 끊임없는 비난으로 사기를 떨어트려 결국 내보내는 일도 흔하다. 개인의 노력을 통해서 성과를 내는 것과 팀으로서 각자의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여 팀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인데, 본인이 성공한 방식을 모두에게 강요하며 거기에 따라오지 않는 팀원은 저성과자로 낙인찍는 것이다.


그럼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회사는 성과를 내야 하는 곳이고, 개인이 성과를 발휘해서 승진을 하고 팀장이 되었으면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고, 팀원들이 그것을 존중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요?” 이 문장 자체에는 틀린 부분이 없다. 다만 그렇게 승진한 새 매니저가 본인은 매니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팀의 성과를 떨어트리고 있다면 과연 그것을 개인 보상으로서 이해를 해줘야 할까?


계속 새롭게 매니저가 되는 경우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했지만, 오랫동안 매니저로 일을 해왔다고 해서 좋은 매니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수십 년을 같은 행동을 반복해 왔다고 해서 그것의 고수가 되는 것은 아닌 것과 같다. 숨쉬기를 50년 한다고 해서 숨쉬기 고수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어떤 매니저가 제대로 된 매니저 평가와 교육이 없는 환경에서만 계속 일을 해왔다면, 경력이 긴 매니저라도 굉장히 높은 확률로 제대로 된 팀 관리를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개인의 차원에서도, 그리고 회사의 차원에서도, 제발 매니저가 되는 것을 커리어 발전 혹은 보상의 기회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니저는 진심으로 팀원의 개인적인 삶과 목표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회사의 목표와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수 있도록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물론 어느 정도는 교육을 통해서 학습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원래부터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이 매니저가 되기에 훨씬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서 왜 팀원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되고 싶은 걸까?


자연스럽게 팀원을 동기부여하기 위해서는 위의 3살 아들의 샤워시키기 사례처럼 팀원에게 무엇이 중요한 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이걸 파악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고, 잘 질문해야 한다. 매니저라는 이유로 팀원과 대화를 할 때 조언을 해야 할 거 같은 충동을 느끼기가 쉬운데, 사람은 모두 다르고 나의 경험이 상대에게 꼭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나와 당신의 장점은 너무 다르지 않나. 대신 본인이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고, 스스로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들어주고, 격려하고, 질문해 주는 것으로 생각보다 상대방을 훨씬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팀 차원의 목표들과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쉽게 말해, 회사나 매니저의 관점이 아니라, 팀원의 관점에서 수행해야 하는 업무들을 다시 구조화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팀원은 자연스럽게 회사 일을 본인의 개인적인 삶과 연결시킬 수 있게 되고, 이것이 결국 엄청난 성과로 이어진다.



내 아이를 키워보면서 느끼는 점은 어른도 사실 어른이라는 껍데기 속에 어린아이를 품고 산다는 점이다. 우리 모두는 미숙하지만 사회에 나가서 어른이라는 가면을 쓰고 산다. 그런데 여전히 내 안의 어린아이는 그다지 남의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럴 때 상대방에 애정과 관심으로 그 가면을 살짝 들추고, 그 아이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그 이해심과 능력이 너무 소중한 것이 아닌가 싶다. 기억하자.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쓰고 있는,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는 어린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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