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덕후의 근황 업데이트
사람들마다 저마다의 집착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내가 오랜 기간 집착해 온 것 중의 하나는 생산성이다. 나에게 생산성의 정의는 얼마나 많은 결과물을 내어놓는가인데, 이 생산성을 바라보는 방식과 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집착은 다양한 단계를 거쳐왔다.
1) 수험생
우선 수험생 때는, 어차피 다른 걸 마음 편하게 못할 바에 이 순간 해야 하는 것이 공부 밖에 없다는 숙명을 받아들이고, 많은 시간을 공부를 하면서 보냈다. 주위에 쉴 것 쉬어가며 놀 것 놀아가며 공부 잘하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나는 그렇게 집중을 끄고 켤 수 있는 타입이 아니어서 꾸준히 공부하는 스타일이었다. 하루는 쉬지 않고 공부하면 하루 중에 얼마나 공부를 할 수 있는지 스스로 챌린지를 해봤는데, 화장실 가는 시간 / 휴대폰 보는 시간 등 다 제외하고 최대 13시간까지 사람이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경험했다.
2) 반-생산성기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지금까지 쏟아왔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군대 입대하기 전까지 흥청망청 시간을 보냈다.
3) 일상 측정기
제대 후에는 내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측정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밥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 등 모든 걸 측정해보기도 했다.
4) 양보단 질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세일즈 관련된 일을 하면서는 생산성이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에 달린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어떻게 하면 최대한 시간을 덜 쓰고 많은 결과를 만들까 고민하는 시간도 길게 있었다. 우선순위와 들이는 시간 대비 만드는 가치가 항상 화두였다.
5) "닥치고 하자"
그렇게 돌고 돌아 지금은 다시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쏟으며 일을 해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두 아들의 아빠로서, 제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사업가로서, 컨설턴트로서 정말 바쁜 삶을 살고 있다. 아무리 업무의 우선순위 정하고 불필요한 업무를 쳐내도, 여전히 압도당할 거 같은 업무량이 기다리고 있는 시기다. 요즘 나의 삶을 아는 분들이 종종 질문한다. "마르코 님은 어떻게 그 많은 일을 다하세요?" 나의 대답은 두 가지인데, 우선 가족과 일 그 두 가지 외에는 아무것도 다른 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하다 보니 점점 일하는 속도가 빨라지더라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성에 집착하며 살아오다 보니 정말 다양한 툴을 써봤다. 비교적 최근까지 쓰던 툴은 25분 일하고 5분 휴식을 취하는 포모도로 기법에 Todo 앱을 접목한 Focus To-Do라는 앱이었다.
다만 이런 Todo 앱을 사용할 때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우선 Todo 앱의 업무가 줄지 않고 계속계속 쌓여만 간다. 해야 하는 일을 Inbox에 넣어, 주기적으로 정리하면서 업무를 정리하는데, 언제나 일을 쳐내는 속도보다는 해야 하는 일이 늘어나는 속도가 빨랐다.
그리고 회의가 많은 세일즈 업무의 특성상, 갑자기 미팅이 생기거나 혹은 업무가 많은 날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찾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고객이나 팀원들과 미팅을 잡기 위해,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주고받기보다는, 캘린더에서 빈 시간을 찾아서 상대방이 원하는 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Calendly 같은 서비스도 유용하게 사용했다.
다양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업무 방식들을 테스트하면서 결국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크게 세 가지다.
1) 3개월에서 1년 사이의 가치 기반의 장기 목표 수립
2) 이에 따른 업무 우선순위 설정
3) 업무를 하기 위한 시간 확보
우선 아무리 업무가 바쁘더라도 내가 앞으로 한 해, 그리고 이번 분기에 이루고 싶은 목표는 항상 명확하게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게 없으면 바쁠 때는 끝도 없이 밀려오는 일을 쳐내느라 정신이 없고,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할 기준이 없어진다. 목표는 측정 가능한 형태가 좋다.
이렇게 목표를 설정하고 나면, 주간 혹은 매일 업무를 정리할 때 이 목표에 맞춰서 중요한 일을 정리한다. 가능하면 이 업무를 달성했을 때 목표에 얼마나 도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 업무를 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얼마인지 같이 생각하면 좋다.
그리고 이 일을 할 실제 시간을 확보하고, 그 시간 동안 한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처음에 Reclaim이라는 서비스를 만난 건, 회사 캘린더와 개인 캘린더를 동기화하는 방법을 검색하다였다. 나는 거의 캘린더 앱이 없으면 하루 생활이 안될 정도로 캘린더에 거의 모든 일정을 관리하는 사람이고, 개인 생활까지도 캘린더로 정리해서 관리한다. 그런데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팀원들이 내 회사 캘린더만 보고 비는 시간에 미팅을 집어넣는 경우가 있고, 이때 내 개인 업무를 봐야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Reclaim이라는 서비스는 여러 캘린더 간 일정을 동기화해서 불편한 시간에 업무상 캘린더 초대장 막는 기능에 혹해서 써보기 시작한 서비스였다. 여기에 다른 사람과 미팅 일정을 잡기 위한 초대장을 공유하기 위한 기능이 있는 걸 확인하고는 이건 반드시 써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편하다고 느낀 부분은 다른데 있었다. Reclaim은 직접 등록한 업무나, Jira나 Linear 등에 등록된 업무를 가져와서 내 캘린더에 그 업무를 해야 할 시간을 자동으로 등록해 주는 것이 아닌가?!!! 이건 정말 신세계였다. 심지어 업무 간 우선순위를 정해놓으면 우선순위와 마감 일정에 맞춰서 알아서 업무를 배분해 주고, 각 업무가 언제쯤 처리될 수 있을지 알려준다. 많은 미팅에 치여서 정작 중요한 일은 자정을 넘겨서까지 하는 일들이 많았는데,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짧은 마감 기한으로 있다면 Reclaim이 알아서 그 이후로 미팅을 잡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심지어 팀원들과 자동 1:1 미팅을 설정해 놓으면, 서로 편한 시간에 맞춰서 일정을 찾아서 미팅을 세팅해 주고, 그 미팅보다 더 중요한 일정이 생기면 자동으로 미팅을 더 편한 시간에 찾아준다. 나는 이제 Reclaim이 없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 같다.
이 서비스를 쓰면서 다시 한번 압도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태도는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결국 압도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겠다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마음가짐이 비슷하다면 툴은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