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르코 Jan 20. 2016

남쪽에서 귀인을 만나다

구하라 그러면 얻을지어다

아래는 <인문학도, 개발자되다> 목차이자 첫 글




첫 회사에서 나의 역할은 PHP로 짜여진 코드에 기능을 더하고, 전체 웹사이트의 디자인을 교체하고, 마지막으로 1년 정도 유지보수가 되지 않은 안드로이드 앱을 수정하는 일이었다. 교육 기관에서 6개월 간 열심히 자바를 공부하고 갔는데 일을 시작해보니 다른 언어로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라 조금 맥이 빠졌지만, 막상 해보니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심지어 개발자 한 명이 다 관리하고 있는 서비스였기 때문에, 신입이고 뭐고 도착하자마자 크고 작은 일이 떨어졌다.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서비스의 내부를 들여다 보는 건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직접 작업한 부분이 실제로 사용자에게 배포되고, 피드백을 얻는 것도 재미있었다. 어느 정도 웹사이트 개선 작업이 이루어지고 난 후, 사수가 안드로이드 개발을 귀찮다고 하고 싶지 않아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내가 안드로이드를 맡게 되었다. 지금에서 되돌아보면 참 SI 업체 냄새가 나는 코드였는데, 당시에는 수 년의 경력을 가진 프로그래머가 짜놓은 코드를 들여다보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를 만들다보니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에도 관심이 생겼다. 당시에 아이폰을 쓰고 있기도 했고, 애플의 맥북이나 아이맥이 있어야만 개발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목이 말라 있었다. 아이폰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할 수 있는 가장 하위 모델인 맥북 에어는 약 130만원 정도 했다. 하지만 6개월 간 교육 기관의 과정을 마치고, 수습이라는 명목으로 푼돈을 받으며 두 달 남짓 일해서 만지기에는 큰 돈이었다. 나는 고민했다.


남쪽에서 귀인을 만나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친구들 단체 카톡방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요지는 "너희의 친구 하나가 최근 크게 진로를 바꿔 새로운 모험을 하고 있는데, 장비가 하나 모자라다. 너희가 도와주면 최소한 반 년을 벌 수 있을 거 같다."였다. 다들 취업하고 어려운 처지를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선뜻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 당시 나의 아이폰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대한 열망은 너무 강했기 때문에 부끄러움 따위는 무릅쓰고 영업을 시도했다.


그런데 정말 기적처럼 고향에 있는 고등학교 때 친구 하나가 쾌척 하겠다고 선뜻 나섰다. 그리고 가격을 물어보고는 바로 주문해서 서울로 보내주었다. 그리고 내가 고맙다고 연거푸 이야기하자 딱 한 마디를 했다.


너 이거 가지고 큰 일 할 거 아니니?


나는 아직도 그 날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정말 사고 한 번 쳐보려고 결심했다. 고맙다, 친구야. 내가 성공해서 꼭 보답하마.    


혼자서 아이폰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공부하다


그런데 막상 맥북이 생겼는데도, 아이폰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구인 사이트를 찾아보면 아이폰 개발자를 찾는 회사는 넘쳐나는데, 신입을 뽑지를 않았다. 너도 나도 아이폰 경력자를 찾다보니 신입은 오갈 곳이 없었다. 방법이 없다고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한국어 출판된 책도 찾아보고, 인터넷도 검색해보았지만 정말 제대로 배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선택한 방법은 영어로 된 인터넷 강의를 통해서 공부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동영상을 심지어 영어로 보는 것이 꽤나 고역이었다. 한동안 영어를 공부했던 터라 어느 정도 들리긴 했지만, 한국어로만 공부했던 개발 용어를 갑자기 영어로 듣자니 이해가 안되는 게 많았고 그 때마다 정지 시켜놓고 단어를 찾아야했다.


그렇게 공부해가며 만들고 싶은 작은 프로젝트를 정하고 그것들을 차례로 만들어 보았다. 예상치 못한 많은 에러를 만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일하던 안드로이드와 새로 배우는 아이폰 어플을 비교하며 이해하고 있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그러다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회사에서 새로운 서비스 출시를 위해 개발자를 찾고 있었고, 마침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을 같이 개발 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으로 작용했는지 경력도 얼마 되지 않는 나와 선뜻 일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기획에서부터 서버, 아이폰, 안드로이드까지 직접 개발하게 되었다. 내가 만약 아이폰을 개발하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그 상태로 머물러 있었다면 나는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까?


내가 도전하지 못할 이유를 찾기는 너무나 쉽다. 그런데 지금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준비를 해두면 금방 기회가 찾아온다. 기회가 찾아 왔을 때, 그것을 잡을 수 있냐는 내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에 달려있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라는 버스가 왔을 때 탈 수 없다




인문학도가 개발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저는 자유를 사랑합니다. 재택 근무를 알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떻게 개발을 공부해야 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