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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Feb 24. 2016

상자 밖에서 나와라

나오면 참 좋은데, 나오지 않으면 설명 할 방법이 없네

아래는 <내 안에 거인이 있다> 시리즈 첫 글이자 목차





북코칭을 하면서 보통 매주 한 권씩 3~6달 정도 진행하다보니 못해도 15권 정도는 읽게 된다. 이런 책들을 통해서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깨달은 것이 많아서 브런치를 통해서 한 권씩 공유하고는 했다. 만약 나에게 이 중에서 딱 한 권의 책만 고르라고 한다면,  한국에는 <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있는 사람>로 번역된 <Leadership and Self-Deception>을 선택하겠다. 이 책은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그간에 나의 행동을 변호하려다가 실패하고 납득하게 만들어버리는 힘이 있는 책이었다.


책에서 다루는 '상자'라는 개념은 우리 일상 생활을 관통한다. 사람은 모두다 누군가를 돕고자하는 '선의'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일단은 너무 귀찮다. 혹은 행동을 했더라도 최초에 의도와 다른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그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나는 좋은 사람이다.'라는 자기 평가에 반하는 행동이다. 그러면 사람은 내가 잘못했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그 책임을 돌리려는 행동을 하게 된다. 이것을 책에서는 '상자 안에 있다.'라고 표현한다. 혹시 심리학을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인지부조화'라는 개념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요즘 들어가 있는 상자


요즘 우리 부부 사이에 가장 핫한 주제는 고양이 양육이다. 나는 결혼하면서부터 코숏을 한 마리 키우기 시작해서, 러시안블루도 한 마리 데리고 와서 두 마리를 모시고 사는 집사다. 코숏님께서 최근에 살이 부쩍 늘어서 혈뇨를 보기 시작해서 병원에 데리고 갔다가 계속해서 혈뇨 방지용 사료를 먹이고 있다. 우리는 '엄격 체중 관리 정책' 아래 하루에 정량을 정해놓고 주고 있다. 원래 밥을 많이 먹던 녀석이 식사량이 주니까 아주 밤마다 난리다. 다리에 와서 비비고, 바닥에도 뒹구르르 구르는데 마음은 아프지만 건강을 위해서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저녁 내내 울어대면 나도 덩달아 예민해져서 말랑한 앞발을 잡아서 벌도 세우고, 볼도 꼬집꼬집하고 만다. 그러다 도저히 안되겠으면 그러면 안된다고 얼굴을 붙잡고 혼을 내는데, 그러면 옆에서 보고 있던 부인이 다가와서 "그 애가 뭘 아냐고 혼을 내"냐며 이야기한다.


그러면 애들 밥도 주고, 화장실도 치우고, 애들을 데리고 병원도 데리고 다녀 온 기억이 스치고 가면서 '상자 안에 들어'간다. 그러다가 다시 얼른 정신 차리고, '부인 이야기가 맞다. 고양이가 뭘 알겠어. 그냥 배가 고프겠지.'라고 인정하고 나면, 모든 것이 편해진다. 책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내가 상자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나는 다시 '상자 안에서 나'올 수 있다.


정리하자면 나는 '고양이의 건강을 위해'서 '고양이를 혼내'는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하고 있었고, 그것을 부인이 알려줬을 때 '상자 안에 들어갔'지만 다시 내 행동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자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상자 밖에서 나오는 경험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각자의 상자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상자 안에 있는 사람은 옆에 있는 사람도 상자 안으로 들어가게 만든다. 내가 만약 위에서 "애들(고양이)는 내가 다 돌보는데, 왜 잔소리야?"라고 외쳤다면 어떻게 될까? "애들은 혼자 봤어?" 같은 날카로운 대답이 돌아올 수 밖에 없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아직도 매일처럼 상자 안으로의 유혹이 있지만, 처음 이 책을 읽고 끊임없이 상자 밖으로 나오려는 노력을 하면서 굉장히 놀라운 경험을 하였다. '상자 안'에서 자기 방어를 하면서 고슴도치처럼 사는 게 너무나 익숙해서 '상자 밖에서 나오는 게 말처럼 쉽나?'라는 생각이 든다면 한 번 도전해보길 바란다. 어떤 일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로 돌리는 순간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 된다. 다른 사람의 행동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을 나에게로 돌리면 그것은 '감당 가능한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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