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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엠미 Sep 04. 2021

<최악을 극복하는 방법>을 읽고

모든 인간은 의지력 천재

더 나은 인생을 살겠다는 다짐들이 작심삼일로 끝이 나고 다시 안 좋은 습관과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지력에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의지력은 '자기 통제 능력'을 뜻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인간은 모두 다 의지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저자는 뇌의 부분을 '사고 뇌'와 '생존 뇌'로 분류한다. <사고 뇌>는 쉽게 얘기하면 논리적 생각을 하는 판단하는 뇌다. <생존 뇌>는 있는 그대로 느끼는 비논리적 뇌다.


지금 상황을 판단하는 뇌와 느끼는 뇌가 불일치하면 스트레스가 활성화된다. 판단하는 뇌라고 해서 이성적이고 팩트에 딱딱 들어맞는 생각을 하는 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고정관념, 기대하는 미래, 경험적 과거 대입, 선입견, 편견, 등등 사실과 다른 주관적인 생각을 논리적으로 포함시키기 때문에 생존 뇌가 비논리적으로 느끼는 진짜 현실과 괴리가 생길 수 있다.


내가 모든 인간의 의지력이 뛰어나다고 보는 부분은 '나는 의지력이 없다'라고 생각하는 '사고 뇌'의 영역이 아니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생존 뇌'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판단하는 뇌와 있는 그대로 느끼는 뇌가 충돌할 때 스트레스가 활성화되고 스트레스의 정도가 인내할 수 없는 정도라면 생존 뇌는 곧바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호르몬들을 방출한다. 


말 그대로 생존하기 위해서다. 이 호르몬들은 장기적인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신체기능들을 차단하고 즉각적인 욕구를 위해서 움직인다. 실행 기능 저하, 나쁜 습관 중독, 폭식, 불면증 등은 스트레스 상황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생존 뇌가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으로 발생되는 것들이다. 그러니 작심삼일을 강요하는 생존 뇌의 의지력은 뛰어나다. 


생존 뇌가 살기 위해 깔아놓은 이 배선(습관적인 욕구 해소 행동)들은 신경가소성에 의해 반복될수록 두꺼워지고 더 활발해진다. 물론 장기적인 욕구를 위한 호르몬은 자주 차단되므로 저하된다. 모든 사람의 트라우마+사고 뇌(고정관념, 개인적 경험과 기대를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는 천차만별이므로 같은 상황에서도 스트레스를 느끼는 정도와 생존 뇌의 배선들은 각기 다르다.


이 책의 결론을 얘기하자면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일 순 없고 '인내의 창'을 넓혀야 한다. 스트레스는 일상에 불확실성을 띄고 다가온다. (통제 불가능) 유일하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 하는 '선택'이다. 독일 택시운전기사들이 면허시험을 위해 엄청난 양의 지도를 외우는 것으로 뇌가 변하는 것을 신경가소성에 의한 뇌의 회백질 변화, 후생 유전학이라고 한다. 


뇌는 기존의 배선들이 반복행동으로 계속 굵어지며 죽을 때까지 사는 것이 아니라 의도와 선택에 따라 다른 배선을 깔 수 있고 바뀔 수가 있다는 희망적인 얘기다. 작심삼일을 강요하는 생존 뇌의 의지력을 잠재울 수 있다면 말이다. 그리기 위해서 인내의 창을 넓혀야 한다.


스트레스 상황을 겪고 온전히 회복하면 인내의 창은 점점 넓어진다. 마치 베지터가 죽다 살아나면 전보다 더 강해지듯이 말이다. 여기서 온전한 회복은 힐링이나 중독적 습관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것들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기존의 배선들을 강화할 뿐이다. 좀 더 나은 온전한 회복 방법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온전히 느끼고 인정하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이것을 전사의 전통이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전사들은 지혜와 용기를 지녔다. 지혜는 현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유용한 것들을 발견하는 것이고(상급의 사고 뇌) 문제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머무를 수 있는 것이 용기다. (상급의 생존 뇌)


사고 뇌와 생존 뇌가 불일치해서 인내의 창을 벗어나면 스트레스가 활성화 발생한다는 말을 뒤집어보면 사고 뇌와 생존 뇌가 일치해서 인내의 창 안에 머무르면 스트레스는 활성화되지 않는다. 이 책에서 사고 뇌가 야생마처럼 날뛰고 과거의 배선들로 되돌아가서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생존 뇌의 불일치를 잠재우기 위한 훈련 방법으로 


접촉 지점 인식을 제안한다. 스트레스가 자주 활성화됐던 일들을 미리 염두하고 그 상황에 닥쳤을 때 자각하고 말 그대로 신체 중 어딘가에 접촉돼있는 부분을(ex) 발바닥과 땅) 의도적으로 알아차리고 느끼면서 생각을 잠재우고 (사고 뇌) 안전함을 알아차린다(생존 뇌)


(특별한 일이 없어도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되어있는 만성 스트레스, 극단적 조절 장애는 자가 치료가 매우 힘드니 전문가의 도움을 권유한다.)


모든 훈련은 짧게 시작해서 점점 늘려야 한다. 그 외에도 기존의 배선을 조금씩 줄여 인내의 창을 넓힐 수 있는 새로운 배선들을 깔기 위한 방법으로 자아 성찰 및 자각(ex일기), 운동, 명상, 수면, 올바른 식습관 등의 누구나 알법한 좋은 습관들을 과학적인 의견을 곁들여서 추천한다. (하나 얘기하면 프로 바이 옥신을 매일 먹는 게 좋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만든 군사훈련기법을 기반으로 썼지만 자세하게 소개되지는 않았다. 저자가 그 이유를 이렇게 썼다. 스트레스 활성화 상태를 인식하고 자각을 깊게 들어가면 오히려 스트레스 활성화가 심해질 수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일상적 스트레스의 기저에 깔려있을지도 모르는 트라우마가 심각한 것이라면 심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한다. 기법이 전부다 소개되지 않았지만 뇌와 행동 구조의 과학적인 올바른 인식을 통해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자가 인지 치료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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