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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엠미 Sep 16. 2021

<지구 끝에 온실>을 읽고

의도와 엉뚱한 결과


결과가 의도했던 바와 전혀 다른 경우가 있다. 비아그라는 원래 혈압약을 개발하려다 발명되었다. 번지 점프는 한 부족의 성인식에서 출발했다. 환자의 혈관을 조절하려다 아랫도리를 조절하게 되어 인류사에 손에 꼽을 대박 상품이 되었고 성인이 되는 아름다운 테스트가 자살을 간접 경험하는 레저 상품이 되었다 이렇듯 역사에는 엉뚱한 우연적 결과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소설 속 레이첼은 그저 식물을 사랑했을 뿐이지만

결과적으로 세상을 구하는데 일조하게 되었다. 지수는 레이첼의 딱딱한 어가 싫어 뇌를 잠깐 손보았는데

그 레이첼이 자신을 평생 사랑하게 만들었다. 개인적이고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의도가 확장되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자가 증식하는 모래인 더스트 폴은 나노 과학의 예상치 못한 실험에서 비롯되었다. 과학자들이 세계를 망가뜨리려고 실험을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더스트 폴은 의도와는 다르게 세계적 재난이 되어 거의 모든 사람이 비극을 겪어야 되는 운명처럼 되었다.  

세계를 구한 영웅이 사실은 세계를 구하는데 관심이 없었  개인적인 행위가 우연에 의해 세계를 구하게 되었다는 점까지 소설은 하나의 사실을 계속 말하고 있다.

세계 자체가 무작위적이라는 것이다. 어떤 행위가 어떤 결과를 불러 올지 현재에 있는 이상 아무도 모른다.

어떠한 행위로 인해 영웅이 될지 원망의 대상이 될지

결코 알 수 없지만 책을 읽고 느끼건 어떤 일이든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정작 행위자도 모를 수 있다. 프림 빌리지의 사람들이 모스바나를 전 세계로 가져가 심는 행위가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켰는지 그들은 몰랐다.

더스트 폴이 온 세계를 집어삼킨 아무것도 기대하기 힘든 절망적인 순간에도 무작위성은 작동하기 때문에 희망 또한 존재한다.


레이첼은 지수를 사랑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지수가 자신의 뇌를 손 본 것 때문에 그렇게 됐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 그 생각은 스스로를 평생 괴롭혔다.


엉뚱한 결과뿐 아니라 애초에 의도 자체도 무작위성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레이첼이 식물을 사랑해서 세계를 구하는데 일조했지만 애초에 식물을 사랑하게 된 원인 또한 우연에 의한 것일 수 있다.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행위 자체가 허무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컵을 집으려고 팔을 뻗었는데 손에 쥐어지는 것이 필통이고

매 순간 이런 식이라면 왜 팔을 뻗어야 하는가?


자연스럽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행위를 할 때 행위자는 의도의 이유를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의도가 불순했어도 레이첼은 지수를 사랑할 때 그 행위를 계속했고

왜 사랑하게 됐는지 모를 식물도 계속 돌보았다.

지수도 우연히 정착하게 된 프림 빌리지를 돌보았다.

그것들은 기억이 되고 역사가 된다. 거창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세계가 그렇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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