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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엠미 Nov 04. 2021

<방관자 효과>를 읽고

행동하는 양심자가 되는 법

“근데 왜 보고만 있었어요?” 요즘 넷플릭스에서 인기 있는 드라마 <D.P>의 대사이다. 군대 내에서 심각한 부조리를 겪은 동생을 왜 보고만 있었냐고 그의 누나가 따져 묻자 후임 안준호는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이 드라마가 인기 있는 이유는 조직 내 방관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매우 현실적으로 그렸기 때문이고 조직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 방관으로 인한 비극이 만연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깊이 공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준호와 다른 사람들은 왜 보고만 있었을까? 왜 그렇게 되는 것일까?

캐서린 샌더슨이 쓴 <방관자 효과>는 이러한 질문에 매우 성심성의껏 대답한다. 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방관하게 되는 원인을 과학적 결과들과 많은 심리 실험들로 증명하고 나아가 방관하지 않게 되는 원인들과 방법 또한 설명하며 방관에 대한 다각적인 정보를 책에 담아냈다.


스탠퍼드 감옥 실험으로 유명한 필 짐바르도의 제자인 캐서린 샌더슨은 이 실험의 논란(실험자가 깊이 개입하였다는)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권력자의 지시에 의해 개인의 책임이 무뎌진다는 것을 EEG(electroencephalography) 뇌파 실험을 증거로 제시한다. ERP는 다양한 감각, 동작, 인지 사건에 대응해 생성되는 소량의 전력인데 단순히 명령을 따를 때 진폭이 덜하다고 한다. 뇌 반응 수준이 낮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경험을 덜 느낀다는 것이고 그것은 상황에 대한 의미가 적다는 것이다. 스탠퍼드 감옥 실험 과정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때문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틀린 게 아니라는 것을 신경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위계질서로 인한 압박은 방관을 일으키는 여러 방어 기제 중 하나 일 뿐이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아닌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모호한 상황, 서로가 행동하지 않을 거라고 오해하는 다원적 무지, 행동할 때 발생할 기회비용인 물질, 시간, 평판 등을 따지는 비용 편익 계산 등 방관을 일으키는 요소는 생각보다 많이 있었다.


'방관자 효과'를 유명하게 만든 사건인 키티 제노비스 사건은 알려진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널리 알려진 바로는 키티가 자신의 집 앞에서 강도를 당할 때 이웃인 38명 누구도 신고조차 하지 않았고 혼자 쓸쓸히 죽어갔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몇몇의 이웃은 신고를 했고 제노비스의 친구이자 이웃이었던 소피 파라가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와 키티는 그의 품에서 죽었다. 이러한 실상이 보통 집단 속에서 책임이 무뎌진다는 현상으로 쓰이는 '방관자 효과'와 맞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효과 자체가 방관에 대한 쓸모없는 설명은 아니다. 불과 얼마 전 미국 필라델피아 심야 전철에서 한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는데도 다수의 승객들이 외면했다. 이러한 비극을 설명하고 원인을 찾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기 위해 '방관자 효과'같은 심리 분석은 중요하다.


캐서린 샌더슨이 설명한 수많은 방어 기제를 뚫고 소피 파라가 아직 강도가 있을지도 모르는 현장에 달려간 이유는 그가 그저 도덕적 인간일 수도 있지만 알려진 사실대로 키티가 그의 친구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감 능력은 낯선 타인보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게 더 잘 느낄 수밖에 없다. 타인의 고통을 곧 나의 고통으로 느낀다면 소피 파라처럼 수많은 방어 기제를 뚫고 행동할 수 있게 되지만 세상은 점점 다양한 기호와 생각들로 개인들을 더 세세하게 나누고 있다. 상황이 모호하지 않더라도 타인이 모호하다면 공감하기 힘들고 방관하기 쉬워진다. 책의 실험에서 서로 다른 팀을 응원하는 축구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사람을 더 잘 도와주고 상대편 팀의 팬은 잘 도와주지 않았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양팀의 팬 모두에게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공통된 정체성을 상기시키자 타팬들 또한 돕기 시작했다. 개인은 각자 모두 너무나도 다르지만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공통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남에게서 나를 볼 수 있다면 방관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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