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엠미 Feb 26. 2022

<백치>를 읽고

누가 백치인가

언제나 누구에게나

무조건적으로 선의를 가지는 <백치> 미시킨 공작은

계산적이고 욕망적이며 사회적이고 정치적으로 사는

일반 사람들과 다르다. 


공작은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 사이에 있는 권력 관계에서도

자유로우며 공작을 대하는 모든 사람들은

공작이 자신을 조금도 이용해먹지 

않으리(못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경계심이 허물어지게 된다.


 맘만 먹으면 언제든

공작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경계하지 않아도 되기에

공작은 극호감형이다. 


공작은 사람과의 권력 관계에서도

자유로울 뿐 아니라 

세상 살이에서도 자유롭다.

그는 뜻밖의 막대한 유산을 받았다.


그가 골똘히 고민하는 것은

자신이 모든 것에 가지는 선의를

어떻게 표현할까 뿐이다.


죄와 벌에 로쟈의 머리 속이 혼란스럽게 빼곡했다면

공작의 머리 속은 백짓장같이 단순하다.  

공작은 로쟈와 다르게 학식이 부족하다.

(여러가지 면에서 로쟈와 공작이 대척점에 있는 것이 소설 외적인 재미였다.)

그리고 역시 일반사람과 다르게

그는 가난과 (유산이 없었을 때)

무지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고통 받는 사람들이다.


그가 자신에게

악의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도

끝까지 선의를 표출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신의 속과 같은 것이 

들어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생각은 기대와 추측만은 아니다.

그는 스위스 생활 시절

성적으로 학대 받고 

창녀 취급받아 마을에서 따돌림을 받고

거지꼴이 된 한 여인에게 

끝까지 선의을 베풀어서


그녀를 놀리던 아이들까지

그녀를 도와주게 만들어

사랑을 베풀게 한 경험이 있다. 


백치이자 통송적인 관념에서 벗어난

공작의 생각 매커니즘은 이러하다.

귀족이든 천민이든

그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선의를 가진다.

진짜 선한 마음은 신분으로 사람의 차이를 두지 

않기 때문에 공정하다. 


상대도 선의가 분명히 있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선의는 선의로 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선의가 오고가면 스위스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전염병처럼 퍼진다.  


물론 이러한 생각을 그가 의식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말과 행동을 보면 그렇다.

그렇다고

팔자좋은 귀족 신분의 바보가

무조건적인 선의가 좋다고

교훈을 주려는 소설은 아니다.


이 정도로 선의를 가지기에 조건 좋은

(세상살이 걱정 없는, 백치라 계산적이지 않은)

공작 조차도 계속해서 선의를 행하고

베풀기가 힘들어진다.


스위스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날 줄 알았던

공작의 러시아 생활은 비극으로 끝이났다.


이런 극단적으로 선의를 가진 사람조차도

추문에 휩쌓이고 이간질과 각종 계략에 

시달리며 완전히 정신이 나가게 되는 걸

보여주며 "선의"가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라는

걸 다양한 면으로 면밀하게 보여준 것 같았다. 


스위스에서는 공작의 선의가 

전염병처럼 퍼져 모두가 사랑을 베풀고

가슴 따뜻하게 여인의 장례를 치뤘다.

그런 아름다운 세상보다


자신의 욕망과 사회적 관계의 체면을 생각하고

기껏해야 호의밖에 표출하지 못하는 공작을 비극으로 내몬

추태스러운 사람들이 자신의 관점으로 

세상의 좁은 면만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진정한 "백치"였다.



작가의 이전글 <존 메이어드 케인스>를 읽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